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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쥐고 있는 탄환은 아주 무거운 것이었다. 한 사람이 갖고 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나눠 들 수조차 없는 것인지라 그 부담감과 무게는 그녀 혼자서 전부 짊어지어야 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 탄환을 쏘아내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쥔 세계 멸망의 탄환을.

#1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세계는 멸망했다. 모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세계는 확실히 멸망해버렸다. 당신이 걷는 거리도, 만나서 수다를 떠는 친구도,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 안의 침대도, 전부 멸망해버렸다. 면목이 없다. 하지만 의외인 일이 있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알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멸망 후의 일을 기억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작별을 고한 그녀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

그게 잠깐 뿐이었다. 조각조각 갈라지고, 먼지가 되어 완벽히 무너져 내리는 세계가(이 때의 풍경은 꽤 장관이었다) 테이프를 되돌려 감는 것처럼 그대로 수복되었다. 불과 몇 분, 아니 몇 초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몇 년? 몇 십 년? 몇 백 년? 수억 년 후일지도 모르지. 중요한 건 나에게 그것은 한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세계를 멸망시킨 장본인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무거운 탄환을 쏘아낸 후에, 모든 골칫덩이를 내려놓은 것처럼 백지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나와 만난 다음 있었던 일들을 싹 다 잊었다는 것이 되겠다. 나와 있었던 순간만을 말이다. 더불어 자신이 지니고 있던 멸망의 트리거 또한.

나와 그녀는 평범하지 못한 인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평범하다고 착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 다음 순간에도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더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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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그녀와 마주치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 했다. 멸망 이후로 수복된 세계에 어리둥절하며 그녀에게 다시 찾아간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며칠간 곰곰이 생각에 잠겨서 도출해 낸 결론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세계가 완전히 멸망해버리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동네의 같은 아파트이면서도 그녀와 얼굴을 마주치는 것은 절대로 피했다. 아예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만 그래서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나름 학업은 열심히 하는 중이니까 망치고 싶지 않았다. 멸망을 겪어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느냐 하겠지만, 이게 내 특이한 점이 아닐까.

그녀의 이름은 X였다. X로 표기 하겠다. X로 표기하는 이유는 내 기억 중 유일하게 그녀의 이름만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X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녀를 정신병자라 취급했다. 그녀는 아파트 단지 앞 그네에 앉아 느리게 발을 굴리고 있었다. 아주 우울한 표정으로, 정말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너는 세계가 멸망한다면 어쩔래?” 뜬금없이 앞을 지나가는 나에게 물었던 말이었다. 당연히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막아야지.” 하고 대답했다. 한낱 고등학생이 세계를, 자신의 시험점수가 멸망하는 것조차 막을 수 없으면서. 그런데 그게 그녀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대답하지 말았어야했다. 결국엔 이처럼 나는 아무것도 막지 못했으니까……. X는 그네에 내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를 도와줘.”

그 때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아니, 그녀의 표정은 정말 한줄기 빛을 본 표정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와서 더욱 후회됐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라노벨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