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와 눈치는 사실 비슷한 것이다. 즉 이 둘은 서로 같은 원칙을 공유하며, 이러한 원칙을 이해하고 익힘으로서 더욱 더 잘 발달시킬 수 있다.

※일하기와 눈치의 세 가지 측면
일을 잘하고 눈치가 빠른 사람은 먼저 1자신이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찾아낸다. 잘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며 잘 할 수 없는 일을  하기위한 정보를 찾는 법을  잘 알고 있다.(일의 발견) 2또한 웬만해선 착각에 빠지거나 해야할 일을 까먹지 않는다. 일의 맥락을 파악하고 있기에 어떤 부분이 중요하며 언제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안다.(일의 처리) 3마지막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어려운 일을 쉬운 일로 만드는 여러 요령들을 알고 있다. 그러한 요령을 계속 다듬고 적용해보기 위해 노력한다.(일의 변형)

※일하기의 첫 번째 측면-일을 발견하기
만약 야간에 위병소 근무가 있다면 제 시간에 근무자 신고 및 총기 교대를 하고 근무시간에 맞춰 총기를 수령해 안전검사를 받고 투입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각각 근무자 신고, 총기교대, 안전검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근무자 신고나 총기교대, 근무시간이 그때그때 다르고 또 제 때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못 지키는 사람이 언제나 있다.

마찬가지로 내일 영점사격이 있다고 하면 사격 통제 절차나 사로편성 등을 확인하고 사격 자세를 연습하거나 관련 기재를 구비하고 총기를 손질해두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간부나 분대장 등이 지시하고 또 적절한 시기에 상기시켜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지시는 불분명하거나(탄알집 5개를 전부 챙겨야 합니까?) 제 때 전파되지 않을 수 있다(전파를 못 받았는데, 저도 내일 영점사격 가는 겁니까?). 운이 나쁘면 명확한 지시나 통제가 없었는데도 눈치껏 끝냈어야 하는 것처럼 질책당할지도 모른다.

위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일을 발견한다는 것이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혹자는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모든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때문에 누구에게 묻거나 일일이 따져보지 않고도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여긴다.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불규칙한 상황, 불분명한 정보, 예상치 못한 문제 등으로 인해 누구나 해내기 어려운 일이 있으며, 문제를 마주하기 전에는 그 일을 해야했다는 것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이러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 무슨 일을 \'더\' 해야 하는지 찾아야만 한다. 몇 가지 요령을 덧붙이자면, 불규칙한 상황은 매일 아침에 경계작전 명령서를 확인하면서 근무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거나 근무자 신고 시간을 정해두는 등 주기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만듬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불분명한 정보(당직사관님이 사다리를 가져오라고 함)또한 사전에 약속된 지침이 있는지 선임자나 간부에게 확인해보고(사다리는 수공구창고에 있고 수공구창고는 막사 입구 나가서 우측에 있다) 이러한 지침이나 별도의 지시가 없더라도 과거의 경험 등을 활용해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일의 흐름을 살펴보고 문제가 될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예상해보고 질문하는 습관을 가짐(수공구창고를 열려면 상키가 필요하다 일반성 열쇠함을 열어두셨나?)으로서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거나 잘 아는 사람에게 질문함으로서 사전에 예방하기란 훨씬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일어나지 않을 전쟁을 위해 관련 지침을 구비하고 훈련을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더라도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을 구태여 찾고 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 혹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잘 해결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다음 장에서는 \'그때그때 잘 해결하는 법\'에 대해 배워보자.

※일하기의 두 번째 측면 - 일을 처리하기
고문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선임이나 간부가 한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터무니없는 실수를 반복해서 혼이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잘 몰라서 헷갈린 것일 때도 있겠지만, 설명을 이해했더라도 직접 해보려 하면 또 다시 착각하고 실수를 하게 된다. 이는 기억의 \'유창성\'과 관련된 문제다.

기억은 카메라와 같이 본 것을 그대로 집어넣었다가 마음대로 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기억의 레퍼토리(틀)들이 있으며, 이러한 틀은 맥락에 따라 구분되어 새로운 경험을 기억하는데 이용된다. 따라서 새로운 경험이 익숙한 틀과  크게 다를 경우 사투리 억양과 낱말이 섞인 서울말을 쓰는 것과 같은 혼란이 일어나게 되고, 새로운 기억에 맞는 틀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유창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것을 금방 배우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지능이나 노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는 위와 같이 학습에 필요한 적절한 틀이 없어서일 수 있다. 실제로 단순히 반복하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의 유창성은 생겨날 수 있지만, 이러한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유창성은 유연하지 못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일을 이해하는 것은 실제 일을 잘하는 것과 크게 상관없을 수 있다. (나는 무작정 해보는 게 낫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다. 물론 이러한 구체적임은 복잡하고 자세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단서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말 만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게리 클라인이라는 심리학자는 한 친구에게서 스쿼시를 잘 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스쿼시는 테니스와 유사한,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공을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쳐내는 스포츠로, 그 친구는 자신이 여자친구보다 스쿼시를 못 치는 것 때문에 고민하다 문제해결의 전문가인 클라인에게 부탁을 한 것이었다.

클라인은 그와 몇 번 공을 쳐 보자마자 그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는 벽을 맞고 튕겨져 나오는 공이 어디로 움직일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그는 공이 바닥을 치기도 전에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가 벽에서 막 튕겨 나온 공을 치려고 했다. 당연히 매번 쳐내지 못하고 실점을 당했다.

클라인은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클라인은 \'테니스의 이너게임\'의 저자 티모시 갤웨이의 훈련방법을 모방해보기로 했다. 갤웨이는 테니스를 못 치는 사람들은 정말 집중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며, 주의를 적절한 방향으로 쏟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테니스를 잘 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클라인은 친구가 라켓을 내려놓게 한 뒤, 자신이 던지는 공이 튕겨져 나오면 그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라고 했다. (티모시 갤웨이도 공이 라켓과 바닥에 맞는 순간마다 소리를 내면서 공의 움직임과 라켓에 닿는 감각에 집중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처음엔 공의 방향을 찾기 어려워 했지만, 이내 공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뒤 다시 라켓을 잡자 월등하게 스쿼시 실력이 나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훈련이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른다. 축구나 다른 스포츠에서도 다양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중훈련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가? 그러나 다른 집중훈련과 이너게임이 다른 것은 이너게임이 \'경기중에도\' 단순하고 손에 잡히는 한 두가지 단서에만 집중하게끔 가르친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그 답은 인간의 작업기억 용량이 터무니없이 작다는데 있다.

ㅇㅅㅇ 존나 길어지네. 이제 군대예시는 아예 사라져 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