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晉)의 대부(大夫)에 살던 백아(伯牙)는 본시 초(楚)나라 사람으로 거문고를 즐겨 뜯었다. 허나 그 솜씨가 형편없어 상현을 뜯으니 닭이 목졸려 죽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각현을 뜯으면 허파에 바람이 빠지는 형편없는 소리가 나곤 했다. 사람들은 백아를 좋아하였으나 그의 거문고 솜씨만큼은 질색을 하였다.
그렇게 3년을 홀로 독학하였으나 솜씨는 도저히 나아지질 않아 스스로 자신의 재능이 일천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그에게 있어 홀로 거문고를 뜯는 것은 일종의 고문이 되어있었다. 자신을 이끌어줄 스승을 구하고자 하여 주변을 물색하였으나, 돌아오는 답은 오직 그만두라는 말 뿐이었다.
“내가 거문고를 뜯는다는 데 대체 무슨 이견이 있단 말이냐.”
그렇게 말해보았지만 사실은 그 자신도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네들에게 있어 괴로운 것은 끔찍한 연주솜씨가 아닌 그 때문에 괴로워하는 백아의 모습이었음을. 어느새 백아의 손에는 거문고의 줄 대신 낫과 쟁기가 쥐여졌고 늘 애지중지 아끼던 거문고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였다.
어느새 계절은 바뀌어 눈이 흩날리는 겨울이 찾아왔다. 백아는 흩날리는 눈발을 멍하니 바라보며 산을 올랐다. 어쩐지 답답한 마음에 기분전환이라도 하고자 산을 올랐던 것이지만 푹푹 빠지는 발걸음에 다시 돌아갈까 몇 번이고 생각했다. 허나 어째선지 그의 발걸음은 멈추질 않았다.
정상에 가까워질 무렵,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필시 거문고를 퉁기는 소리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그 소리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백아는 홀린 듯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산 정상에 오르자, 바위 위에서 표표히 거문고를 뜯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의 모습은 범상치 아니하여 마치 이야기 속 신선이 현실에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백아는 무릎을 꿇고 제자로 받아달라 간청하였다.
신선은 몇 번이고 거절하였으나 백앙의 뜻이 굳건하자 어쩔 수 없이 그를 제자로 받아주었다. 그는 스스로를 성련(成連)이라 소개하였다. 백아는 성련을 스승으로 모시고 하염없이 수련을 시작하였다.
허나 백아의 솜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날이 갈수록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음을 느껴야 한다는 성련의 말에 눈을 감고 현을 뜯어보아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으며, 현을 잘 보아야 한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현을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도 백아의 거문고 솜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못하였다. 백아가 절망하여 울상을 지으니, 성련이 그를 봉래산으로 가게끔 하였다. 봉래산에 도착한 백아는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초라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내가 켜는 소리는 참으로 초라하구나!”
백아는 더욱 절망하여 거문고마저 내팽개치고 며칠이고 몇 달이고 멍하니 경치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사실은 경치마저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앉아있고, 때로는 누워있으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백아의 귓가로 지금껏 듣지 못한 음색이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여보니, 그것은 파도 소리였다. 개울이 흐르는 소리였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였다. 들개가 울부짖는 소리였다. 그것은 심장이 울리는 소리였다.
그것은──.
백아는 봉래산을 떠나 성련에게 가지 않고 고향 영(郢)으로 돌아가 낫과 쟁기를 쥐었다.
사람들은 백아가 돌아옴을 환영하며 그를 반겼다. 더욱이 그가 더 이상 거문고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자 사람들은 축하하기 그지없었다.
가끔씩 그에게 거문고를 뜯어달라는 짓궂은 사람도 있었으나, 백아는 그저 웃어 넘겼을 뿐이었다.
백아는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남몰래 산에 올라 거문고를 뜯곤 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으나, 훗날 백아를 거문고의 명수라 일컫곤 했으니 이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백아가 아무도 모르게 거문고를 뜯은 지 수년의 세월이 지났다. 자신의 연주를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이유는 그만이 알 일이지만, 그의 마음속엔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음은 틀림없다. 백아는 거문고를 뜯다가 달을 우러러보며 외치고는 했다.
“세상에 나의 음을 알아주는 이 하나 없도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백아가 산에 올라 거문고를 뜯던 중 큰 비가 쏟아졌다. 급하게 비를 피해 바위 밑에 숨었으나, 비가 하도 세차게 오는 터라 몸이 덜덜 떨리었다. 백아는 그런 와중에도 거문고를 집어들고 서서히 뜯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임우지곡(霖雨之曲)을, 그 다음에는 붕산지곡(崩山之曲)을 연주하였다. 겁에 질려 연주하는 와중에 곁에서 갑작스레 말이 걸려왔다.
“그것 참 좋은 연주구려.”
백아는 깜짝 놀라 연주도 멈추고 펄쩍 뛰어오르고 말았다. 그러자 말을 건 이는 멋쩍은 듯 웃으며 사과하였다.
“미안하오. 비를 피하던 중 좋은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좋아 나도 모르게 말을 걸고 말았소. 나는 종자기(鍾子期)라고 하는 이외다.”
처음 보는 이에 경계하는 백아였지만, 이어지는 종자기의 말에 그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첫 곡은 마치 비가 내리는 숲속과 같고, 그 다음 연주는 토사가 무너지는 산과도 같더이다. 마치 눈으로 보듯 생생한 연주였소.”
그것이 백아와 종자기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도 종자기는 종종 백아를 찾아와 그의 연주를 즐겼다.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훌륭하도다, 마치 우뚝 솟은 태산과 같구나.” 하였고, 넓은 강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멋지도다, 넘칠 듯 흘러가는 황하와도 같구나.”라 하였다.
백아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말하는 종자기의 모습에 그는 호의를 가지게 되었다. 이윽고 백아는 종자기를 둘도 없는 친구로 여겼고, 종자기 역시 그를 몹시 아꼈다.
어느 날, 백아는 거문고를 켜다 말고 슬픈 얼굴로 종자기에게 말했다.
“이보게 종자기, 이 넓은 세상에 내 소리를 알아주는 이가 오직 자네뿐일세.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아준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란 말인가. 자네를 만난 것은 내 일생 최고의 행운일세.”
“그것 참 기쁘고도 부끄러운 말이군. 헌데 어째서 자네는 그리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가.”
“나는 곧 다시금 진나라 대부로 떠나야한다네. 만약 자네가 없어지면 난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게 아닌가. 난 그것을 상상할 때면 너무나도 슬프다네.”
백아는 그리 말하고 어린아이와 같이 펑펑 울었다. 종자기 또한 그의 말을 듣더니 슬픈 표정을 짓고
“나도 마찬가질세. 자네처럼 훌륭한 악인(樂人)을 다시 볼 수 없는 게 나의 아쉬움이자 슬픔일세.”
그리 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서 울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듬 해, 대부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백아는 종자기를 찾았으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겨우 알아본 결과, 산 저편에 살던 남자가 죽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백아는 크게 슬퍼하며 그의 묘를 찾아 마지막으로 연주하고는, 거문고의 줄을 모두 끊었다.
“내 소리를 알아주는 이가 없는데 연주해서 무엇하랴! 차라리 현을 끊고 연주하지 않음만도 못하다.”
그 뒤로 백아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고, 3년 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헌데 백아의 사후, 영도(郢都)에서 한 나무꾼의 말이 하나, 열자에도 여씨춘추에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 야밤에 산을 올랐다가 백아 그 양반의 연주를 들었습죠. 음악에는 문외한인지라 그게 좋은 노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디다. 네? 뭐가 이상하냐고요? 그게 말이죠, 혼잣말을 하고 있지 뭡니까. 홀로 팔을 껴안고서는 울며 혼잣말을 하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여 그대로 내려왔습죠. 네, 스무 해도 더 전의 일입니다.”
오
우승확정이네
백아를 자캐로 쓰다니 천재적이구나...
오
아 너무잘쓰네
엠브리오가되고싶었다.
크으
헐
나진짜궁금해서물어보는건데 엠브리오단편은 왜 항상 고전비틀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