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당시에 한창 매니지사에 권당 페이 받기로 하고 문피아에 글쓰고 있었는데



같이 월셋방 살던 친구새끼가 월세며 공과금이며 일절안내고 옆에서 게임만 존나게 해서 싸우고 갈라진 상황이었음



갈데가 없어서 엄마집에 얹혀살면서 글쓰고 있었는데........



매니지 6대 나4로 계약하고 권당 100만원씩 선입금받는 조건으로 글을 썼단말임.



생활이 되겠냐....





그당시에 동생 대학졸업해서 취직하고, 엄만 이제야 다 벗어났다며 아부지랑 이혼도장찍고서 다 정리하고 바람상대랑 아주 타지로 나가 살 생각이었는데



내가 집에 들어앉아 버리는바람에 세를 못내게 되니까 제발좀 나가라고 게거품을 물었던 때고.



결국 궁지에 몰리다 몰리다 한 선택이 엄마 가게를 물려받는거였음.



식당일은 뭐 학생때도 종종 도와줬기도 했고, 요리야 기본적인것들이라 다 할줄 알았고......



다만 식당은 밥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음? 위생이 존나 중요한데 나는 그게 서툴었던데다가 가게도 태풍오면 쓰러질듯한 가건물이어서 특히 난이도가 높았음




그래서 엄마가 바로 새집살림을 못하고 남아서 나한테 장사 갈켜주고 이랬는데, 엄마입장에선 짜증이 많이 났겠지.


맨날 게거품물고 지랄쌍욕하면서 싸우고 진짜 살자충동 존나 들었었음




게다가 종목이 탁주 전 빈대떡 이런거란말임.


이런장사는 아줌마장사나 마찬가지인데, 웬 뚱땡이가 아들이랍시고 주방에 혼자 들어앉아있으니까 단골 노인네들 발길이 뚝끊긴거임.


그래서 초반에 진짜 그만살고싶고 그랬었음.


그래도 계속 하니까 엄마가 아니라 나를 찾아와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벌이는 월급쟁이 초봉만도 못한 수준이었지만 점점 적응을 해가긴 했음.






일본 드라마 보면 심야식당이라고 있잖아. 거기보면 손님들이 걍 아무거나 막 주문하고 주인장이 만들어준단말임.



울엄마도 평소에 메뉴판에 없던메뉴 그냥 뚝딱뚝딱 만들어주고 그랬었고, 나도 그걸 따라서 했음.



분명 가게는 전집인데 국수 찌개 볶음밥 덴뿌라 수육 굴보쌈 뭐 이런거 걍 해달라는대로 다해줌.





근데 하다보니까 내가 이제 힘이 부치는거야. 정작 한번에 오는 손님이 많지는 않은데 위생관리 하랴 뭔 오더 들어오면 해주랴......



그래서 엄마가 여자를 들인거임.





내가 제정신이었으면 여자가 처음 우리집에 온 날에 절대안된다고 했을텐데. 도저히 그렇게 말을 할수가 없던게.


내가 미친 기가채드 씹상남자 테스토스테론의 화신이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가게가 너무 힘들었기때문임.


안그래도 손님은 적은데 엄마한테 미친 쓸모없는 씨발새끼 소릴 들으면서 일을 하려니 정서적으로 너무 몰렸음.


거기다가, 처음 그여자를 봤을때 좀 믿기지가 않았음. 나한테는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음.


그 몇년전에 나온 영화 길복순 있잖음. 거기나온 길복순이랑 결이 비슷했음. 근데 살짝 언럭키한.........? 평범한데 길복순 느낌인?






가게가 워낙에 힘들기도 했고, 나한텐 아까운 수준으로 예쁜 여자를 난데없이 데려와선 니 해라 그러니까 존나 당황스러우면서도 이걸 안 받을수가 없겠더라고.


그래서 일단 지내보고 결정하자고 했던거임.




엄마나 당시 장모나 나한테 둘이 잘 어울린다, 배필삼으라고 데려온거니 니가 잘 간수해라, 아껴줘라, 이랬는데.


우리 관계는 많이 드라이한 편이었음.


당시 20대 중반이었는데, 대학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랑 너무 아프게 이별해서 여자를 새로 곁에 두는게 좀 무섭기도 했고.


여자는 가게일때문만이 아니라 그냥 뭔가 되게 피곤한 것 같았고.


그래서 그냥 뭐 일 하는 사이. 새벽에 식자재 배달오면 나는 배달받고, 여자는 그동안 청소하고, 가게열면 일하고. 가게 닫으면 둘이 같이 청소하고.


저녁돼서 엄마랑 엄마 바람상대가 오면 넷이 밥먹고. 둘이 다시 가면 여자랑 나는 그냥 별말없이 안방에 앉아서 제 할일 했음.




나는 개고생을 하는 와중에도 글을 써야했고.


여자는 맨날 뭐하는지 휴대폰만 들여다봤고.



관계니 뭐니 이런걸 할 생각도 없었음. 그냥......나한테 여자는 뜻하지 않게 곁에 온 사람. 내가 건드릴 일 없는 사람이었음.





근데 한달 지나고, 두달 지나고, 그러다보니까 정이 드는거임.


뭐 갤에서 내가 글싸는거 혹시 평소에 본 사람이라면 그냥 앞뒤 꽉막히고 말안통하는 병신이구나 했겠지만.


실제로 나는 안그런척 하면서 뜬금없는 유머를 던지는걸 좋아함. 나를 모르고 공적인 자리에서 본 사람들은 사석에서 보면 많이들 놀람.




뭐 마누라 삼으라고 데려다 놓은 여자였지만 건드리고 싶진 않았고, 그렇다고 멀뚱멀뚱 한마디 대화도 없이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 돌아버리겠고.


그래서 농담을 자주 던짐. 생각보다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는걸 그 뒤부터 알았음.




한번씩 설거지 하는데 자기가 하겠다며 어깨를 부대껴오기도 하고, 손님없을 때 내가 글생각을 하고있으면 물끄러미 올려다보기도 하고.


이여자의 본래 목적이란건 자기 엄마 빚을 갚는건데, 따지고 보면 이런 행동들은 필요없는 노력이잖아?


내가 용쓰니까 본인도 나름의 노력을 해준 건데, 그게 너무 고맙더라고.




그래서 어느날 밥먹다 말고 그랬음. 당신만 괜찮으면 혼인신고 올리자고.


내가 능력도 안되는 새끼라 신혼여행이니 웨딩이니 이런거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때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마치 내가 뜬금없는 소릴 한다는 듯이 웃으면서 자긴 신혼여행같은거 안 바란다고 그랬는데.



그게 이유가 있었던거임.





아무튼 양가 부모님한테 정식으로 혼인신고 하겠다고 얘길함. 애초에 부모님들이 멋대로 붙여놓은거라 뭐 의미는 없지만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같은 개드립도 치고.


그렇게 화기애애할뻔했는데.





그게아마 1월달이었을거임. 저녁에 난로에 고구마 올려놓고 가족들 다같이 밥먹고있는데, 여자가 웬 남자애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여주면서 자기 아들이라고 함.


그니까 20대 초반에 실수아닌 실수를 해서 사귀던 남자랑 애가 생겼는데, 남자가 책임지길 거부했다는거임.


뭐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고 여하간 그래서 미혼모로 살아왔다고 했고, 엄마는 이소릴 듣자마자 눈이 뒤집어져서 여자를 죽이겠다고 뜨거운 국물을 집어던지고 난리가 났음.




나로서는 뭐...........



자식새끼 앞에 바람상대 데려와선 새아버지라고 하라고 그딴소리하는 엄마.


남의집 씹창내놓고 당당히 아저씨라고 부르라며 맨날 밥얻어먹는 씨발새끼랑 둘러앉아서 밥도 먹는데


마누라가 애딸렸다고 이제와서 인생 잘못살았다 싶었겠냐. 그냥 그러려니 해지더라.




그 작은 가건물, 어두침침하고 앞이 안 보이는 시간.


그게 나한텐 세상이었고.


이 사람은 내 세상의 등불이었음.





그래서 엄마랑 서로 쌍욕하면서 대판싸우고 결국엔 논리로 찍어눌러 진정시킨다음에, 애는 어딨냐고 물어봄.


엄마(여자의 어머니, 나한텐 당시 장모)가 봐주고 있다고 했음.


그래서 내가 그랬지.


내가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냥 아빠는 되어보도록 노력할테니까, 애 더이상 숨기지 마라.




다른것보다, 그당시의 내 일상이 붕괴되는게 너무 싫었음. 뭐 테토남 바이킹 이런 느낌이 아니고......




그래서 여자가 애를 데려와 소개하기로 함. 눈이 하루종일 너무많이 와서 울엄마랑 바람상대는 차를 못 끌고나가는 바람에 집(그동네에 원래 엄마가 살던 집. 내놓으려고 청소 다해놓은 상태였음)에서 자고. 다음날 엄마만 다시 식당으로 옴.



아침에 장모도 식당에 왔는데 엄마가 머리털 다뜯어버린다고 난리를 쳐대는걸 뜯어말림.



바닥에 눈도 막 이만큼 쌓여서 발이 푹푹빠지는데 눈보라까지 치니까 세상이 다 새하얗더라.


우리 셋은 난로 옆에 앉아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는 애 병원에 데려갔다가 조금 늦게 식당에 왔음.




한눈에 봐도 싸구려같은 짭모피 코트에, 평소엔 거의 맨얼굴처럼 기초화장만 하던 여자가 그날은 표독스럽게 화장도 하고.


한손엔 애 손을 꼭 붙잡고. 다른 손엔 여행가방을 그 눈속에서 질질 끌고 왔더라.



근데 울엄마가 죽일듯이 눈 부릅뜨고 노려보니까 쫄아서는, 문을 열고도 앞에 선 채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우물쭈물대는데.


한눈에 봐도 애가 이상해. 옆에서 가만히 서있질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뇌성마비 있는 사람마냥 막 쪼그라지는게.





그제야 장모가 그러더라고. 애가 좀, 자폐가 약간 있다고.



그거 들은 엄마가 뛰어나가서 여자를 양손으로 찢으려고 들었음. 내가 붙잡아 말려서 손대진 않았는데.


말리던 나도 충격이 좀 컸지. 톡으로 보여준 사진은 저렇지 않아 보였으니까.




여자는 문앞에 선 채로 훌쩍훌쩍 울고, 애는 뭐 눈이 축구공이라 이리저리 굴러가고.


옆에서 엄마는 막 찢어 죽인다고 소리소리 지르지, 장모는 잘못했다고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그러고있지.





개씨발 아수라장속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기분이 된 채로 멍하니 애를 바라보는데.


한순간이긴 했는데 애랑 눈이 마주쳤거든. 마주쳤다기보단 뭐 애가 눈돌리다가 한번 마주본 느낌인데.


애가 막 잠바도 제대로 안 입고 팔에 입다만건지 벗다만건지 한 느낌으로 걸 친 채로 눈보라 속에서 바들바들 떠는데.


이걸 그냥 모른척 할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들어오라고 했어.



내가 직접 가서 애랑 애엄마 식당 안으로 들이고. 몸에 묻은 눈도 털어주고.


나한테 더 숨기는거 있으면 지금 말해달라. 지금이라면 화내지 않겠다 그랬는데.


다른거 없대. 뭐 빚도 없고. 얽혀있는 남자관계도 없고. 장모도 맞다고 그래서 그냥 믿어주기로 했음.



엄마가 혼인신고만은 절대로안된다고 막 난리를 쳐서 결국 그냥 동거만 하기로 함. 애는 평소대로 장모가 돌보고.


근데 나랑 지내게 된 뒤로는 거의 식당에서 살았음.





그렇게 셋이서 나름 잘 지냈어.


나는 솔직히 애가 자폐스펙트럼이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할떄가 많았던게. 보통은 유치원 갔다가 장모가 집에 데려가는 식이었는데.


나랑 친해지고 나서(뭐 모르겠어. 정말로 그 애가 나한테 일반적인 수준의 친분을 느꼈던건지는...?) 애가 식당에 오는 빈도가 늘었음.





근데.....말했던것처럼 술 파는 집 장사는 아줌마장사야.


울엄마가 이제 가게에서 손을 떼고 여자가 들어오니까 동네 노인네들이 다시 발길을 주더라고.


근데 꼭 음식 갖다주면 무슨 며느리 보는거같다면서 손 만지고, 치근대고 이래.


나도 마음이 안좋은데 애가 멀쩡했어봐. 어린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컸겠어........


뭐 모르겠어. 자폐스펙트럼이라는게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이런 부분이 있다는데, 그덕에 엄마가 추파를 받는게 뭔 의미인지 이해를 못했던 건지.


아니면 알고도 뭐라고 표현을 할줄 몰라서 그냥 모른척 한건지.




그렇게 봄 오고 나선 주말에 짬내서 꽃구경도 아니고, 상당산성이라고 청주에 큰 산성있는데 거기 등산도 다니고 그랬음.



근데 어느날 판갤을 보는데 아마, 벽이었을거임. 웬 이상한 글을 올림.


뭔 사람이 시커멓게 썩어 죽는 살인바이러스가 중국에 퍼졌다고 그러는거임.


그거보고 여자한테 뭔 중국에서 좀비바이러스 창궐했다면서 웃고 넘겼는데.


씨발 코로나였음.




뉴스에서 뭔 마스크 타령을 하고, 점막접촉으로도 감염돼서 눈으로도 옮는다느니 이런 소리 해재끼면서 동네 길바닥에 그냥 인파가 싹사라짐.


진짜 구라안치고 아침나절부터 우체국가서 들어앉아있는 노인네들도 싹 사라지고, 인근에 있던 초등학교도 며칠씩 쉬고 이러니까 길이 그냥 텅텅 빔. 빈 버스만 다님...




그래도 1년가까이 어떻게든 뭐 여자가 대출도 받고, 내가 무리하게 매니지사 사장님한테 가불좀 달라고 애원하고 그래가면서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결국 뭐 답이 안나오더라고. 글은 글대로 안써지고 여자랑 싸우는 날도 많아지고.


차라리 내가 여자한테 막 맞지랄을 했으면 상대도 속좀 상할지언정 마음은 편했을텐데,


나는 소중히 대해주겠다는 생각뿐이라 맨날 미안해, 지금은 답이 없어. 괜찮아질거야. 이런 소리만 했으니. 여자도 오죽 답답했겠어.




그래서 하다하다 결국 가게는 접기로 했음.


나는 멘탈 나가서 엄마가 건물 임대할때 넣었던 보증금으로 출판사에 가불땡겼던 돈 돌려주고 연재 계약도 엎었고.


남은 돈은 여자 대출금 상환하는데 보태라고 줬고.


가게 접기 두 달 전부터 나름 취직자리도 알아봤지만 뭐............그당시에 청주에서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게 기적이었음.


하다못해 인력사무소에도 가봤지만 일이 없다 소릴 들었고.




그래서 우리 둘이 결단을 내림.


내가 가장역할을 못 하니까, 그리고 우린 혼인신고도 안한 그냥 동거인 관계였으니까. 뭐 법적으로나 기록상으로나 남을게 없다.


당신, 내가 20대의 마지막을 속박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길 떠나는게 좋겠다.



햇수로 3년, 개월수로 치면 대충 2년이 조금 안 되는 내 동거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고.




이후에 운좋게 동네 배달대행업체 하는 형이 한번 해보겠냐고 해서 오도바이 몰다가 교통사고남.



그 뒤로 뭐 몸 회복되고 나서 이런일 저런일 하다가 도저히 몸이 안따라줘서 지금에 이르게 됨.





난 무슨 기가채드 테토남 이런게 아니야....


그냥.......


그냥 어디 잘 정착하길 바라며 해류에 떠밀려다니는 따개비 유충, 뭐 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