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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댁 직업이 무어요?”

 하고 묻는 말에 나는 그만 우물쭈물 하고야 만다.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요 불법적인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건만 숨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이라. 나는 한참을 침묵하다 얼굴을 붉히고는 겨우 대답하였다. 


 “여고생 질내 처녀막 초소형 워프 설치 기사올시다…….”

 

 그러면 상대는 “아, 그렇소?” 하고는 고개를 돌리기 일쑤이다. 과연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건만 속이 쓰려와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다. 나라에서 인정한 어엿한 직업이건만 부끄러운 것은 하릴없음이다. 나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동호회라도 참가해볼까 했으나 아니 될 말이었다. 제 딸의 처녀막을 보았을 사람에게 헤실헤실 웃어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기미, 제 딸년이 신청했지. 누가 강제로 설치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다만 불만이 나오는 것도 하릴없는 일이었다. 


 세 번째 밀레니엄을 맞이한 인류에게 유례없는 매춘 붐이 분 것도 십 수 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세상이 어찌 되려고……하는 심정이었으나 어느새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31세기의 요상한 윤리관은 미성년자 매춘에 대해 마찬가지로 요상한 대안을 내놓았으되, 그것이 바로 여고생 질내 처녀막 초소형 워프 설치였다. 미성년자의 순결도 보장하고 오입쟁이의 정복감도 위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작업실에 들렀다. 예약된 손님도 없었지마는 이 시간에 집에 돌아갔다가는 딸에게 호되게 욕이나 먹으리라.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지만 알 것은 다 아는 모양인지 제 아비의 일을 부끄럽게만 여겼다. 허나 나 스스로도 부끄러운데 누굴 탓하랴. 다만 아이의 얼굴을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딸이 그 말을 꺼낸 건 그날 저녁이었다. 한바탕 울고 난 후 들른 포장마차에서 술이라도 자시라는 주인의 말에 넘어가 알딸딸하게 취해 돌아온 내게 딸은 우물쭈물 하더니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빠, 아빠가 하는 그거 나한테도 달아주면 안 돼……?”


 순간 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혹여나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어보니 한참이나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대더니 이내 


 “그……워프 말이야…….”


 하고는 얼굴을 붉힌다. 

 내가 잘못들은 것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평소에 애비만 보면 픽 쏘아붙이던 년이 낙동강 새색시마냥 볼을 붉히며 부탁을 한단 말인가. 의아한 시선을 알아챘는지 딸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인즉슨, 여중생들 사이에서 매춘이 유행한다고 했다. 흔히 있는 어린 소녀들 특유의 연상에 대한 동경이겠지마는 31세기의 소녀들에겐 그것이 매춘인 듯 했다. 아무 말도 않고 있자 불안했는지 나를 올려다보며 떼를 썼다.


 “응? 다들 한단 말이야. 저번에 수진이도 했다고 자랑했어.”


 그것 참 우연이었다. 저번 주에 내게서 시술받은 것이 수진이네 언니였다. 덕분에 자매데뷔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진이네 언니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수진이는 중학생이다. 그 말인즉슨, 불법시술을 받았다는 것이 아닌가. 


 “얘야. 너도 알겠지만 질내 처녀막 초소형 워프설치는 여고생에게만 가능하단다.”


 단속이 있거나 큰 벌을 받는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권장되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딸에게 불법시술의 부작용을 말해주었다. 미숙한 시술로 인한 파과 혹은 임신, 기타 등등. 한참동안 듣고 있던 그녀는 


 “아빠가 해주면 괜찮잖아.”


 라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그리 말하면 불법시술에 대해선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남은 건 오직 나의 결정뿐. 


 다음 날, 나는 딸의 가랑이를 들여다보았다. 


 

 ***

 


 여고생 질내 처녀막 초소형 워프, 통칭 워프는 양방향 포탈이다. 한쪽 끝은 당연히 질내와 연결되어있고 다른 한쪽은 ‘처리장’이라 부르는 정액처리시설과 연결되어있다. 처리장을 각 설치기사들의 작업실에 두는 것이 규정이었다. 


 딸의 워프 구멍 역시 그곳에 가져다두었다. 다만 벽에 걸린 다른 워프들과는 달리, 그것은 손에 닿는 곳에 두었다. 그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날 이후로 처리 시설에 들른 적은 없었다. 


 “아빠, 고마워.”


 시술 당일 날, 고개를 푹 숙인 채 감사의 말을 웅얼거렸던 딸은 그 다음날부터 다시 말을 걸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시우?”


 여느 날처럼 작업을 마치고 포장마차에 들러 술을 마시던 중, 옆자리에 앉은 손님과의 얘기 도중 나온 질문이었다. 거나하게 술을 마시던 중 괜스레 기분이 상하기도 싫어 “자영업이올시다.” 하고 답하니 상대도 고개를 주억였다. 


 “암, 요즘 세상에 자영업이 다수지요. 나도 그렇소.” 

 “어릴 적에 AI니 로봇이니 하는 게 인간을 다 대체할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닙디다.”

 

 어릴 적, 그러니까 30세기에는 분명 인간의 모든 노동을 로봇과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상하게도 31세기가 되어도 인간은 여전히 노동을 그만두지 못했다. 물론 많은 분야가 자동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몇몇 분야는 인간에게 맡겨졌다. 여고생 질내 처녀막 초소형 워프 설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상대─이름조차 알지 못하는─는 소주 한 잔을 들이켜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이리 생각해본 적 없소?”

 “무얼 말요?”

 “그러니까──방금 말한 이야기 말이외다. 저기 주인장도 그렇지만 어째 인간들이 하는 일이라곤 사람 상대하는 일같지 않냐는 그런 말입니다.”

 “뭐 자영업이라면 대부분 서비스업 아니겠소.”


 오징어다리를 뜯으며 심드렁하게 답했다. 오늘따라 머리가 멍했다. 이만 들어가 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지만──.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요, 어째서 인간들이 서비스업을 담당하느냐 이 말이외다. 그 대단하신 로봇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지 않소. 대학도 나오지 못한 놈이라 잘은 모르지만, 아마 그렇지 않겠소?”

 “예, 뭐…….”

 “그래서 난 이리 생각하우. 혹시 인간은 깔보고 화낼 대상이 필요한 게 아닌지, 그래서 인간들이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게 아닌가 이 말이요. 아무래도 사람이란 족속들은 감정 없는 상대로 화를 내고 깔보고 비웃는 것보다야 살아있는 놈들에게 성내는 걸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외다.”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속으로 피식 웃고야 말았다. 그의 말마따나 가방끈이 짧은 사람이라 저리 지껄이는 것이리라.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퍽 스트레스 받는 일인 모양이었다. 


 “선생의 말대로라면 그것 참 우스운 일이겠소. 사람들이 서로 속으로 깔보고 있단 말이니. 선생께서도 당장 날 비웃고 있으신 거 아니요?”

 “아니, 뭐 그냥 하는 말이요.”


 그는 머쓱한지 어색하게 웃으며 잔에 술을 따랐다. 나도 그를 따라 술을 따랐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상대는 침묵을 깨려는 듯 몇 번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허허, 그러고 보니 요즘 역에 나가보면 애들이 줄을 서있는 거 알고 계시오?”

 “아아, 뭐…….”

 “벌써 십 몇 년째지요?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들으셨수? 여고생의 8할은 워프를 설치했답디다.”


 정확히는 8할 7푼이었다.


 “워프쟁이 놈들은 남의 딸내미 사타구니를 그만큼이나 들여다봤단 거 아니요? 그만치 많이 봤다면 지 딸 샅도 봤겠지.”


 퍽 우스웠는지 큭큭 웃어댄다. 나도 따라 웃었다. 차마 소리가 되지 못한 웃음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그 뒤로 그와 술 몇 잔을 더 나눈 뒤 집에 돌아왔다. 헤어지는 뒤로 자그마한 혼잣말이 들렸다. 


 “그러니까……, 모두 로봇이 할 수 있단 말이요…….”


 어지간히도 로봇을 사랑하는군──. 비몽사몽간에 생각했다. 



 ***



 워프설치기사의 자격증은 대단한 걸 요구하지 않았다.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졸업장 하나면 충분했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뛰어난 지식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워프설치기사는 많지 않다고들 한다. 


 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석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점검일에만 작업실을 찾아와 점검을 받고 갔다. 손님은 일주일에 세 번꼴로 있었다. 


 “하하, 반갑습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학부모 참관일 날, 옆자리 학부모와 얘기를 나누다가 나온 말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처리장은 달에 한 번 업체를 불러 관리했다. 내가 들어간 적은 없었다. 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인적사항을 적어주시겠습니까?”


 동사무소에서 들은 말이었다. 나는 묵묵히 펜을 놀렸다. 


 손님은 늘지도 줄지도 않은 채 꾸준했다. 옆 동네에 새로운 워프설치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딸의 방문은 닫혀있었다. 


 “댁 직업이 무어요?”


 나는──. 


 

 처리장엔 아무도 없었다. 수많은 워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벽면에 따닥따닥 달라붙어있는 구멍에서는 희멀건 액체가 흘렀다. 고개를 내려 워프 하나를 바라보았다. 손에 닿는 유일한 워프를. 양방향 워프를. 


 나는──. 


***


  

 “꺅!”

 “어머, 뭐야? 왜 그래?”

 “아니, 글쎄 말야. 아직 생리 주기가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