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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자꾸 잘려서 일부 수정했습니다.





짭타쿠 / 갈란드ガランド - 피콘

주제 : 갈란드ガランド - 피콘


http://fangal.org/index.php?mid=freenovel&page=1&document_srl=667043



 '어댑테이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난초에 관한 한 에세이를 영상화한 건데, 감독은 원작의 내용을 비틀어 재구성하고 온갖 메타적 요소를 집어넣어서 해당 작품을 창작자 본연에 관한 이야기로 새로이 탄생시켰지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영화 생각이 났습니다. 많이 닮아 있거든요. '짭머시기' 라는 작가의 타자화된 화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던가, 원작 노래의 가사에 다양한 해석을 덧붙여 소재로 쓴다던가. 등등. 온전한 몸뚱이를 갖춘 줄거리는 원곡에서도 이 작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발상의 기발함은 꽤나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좋은 노래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ㅇ!ㅇ /  젓갈

주제 : 젓갈


http://fangal.org/index.php?mid=freenovel&page=1&document_srl=667070



 옛 동아시아에서는 사람을 젓갈로 담그는 형벌이 있었습니다. 콩쥐팥쥐에서도 나오죠. 젓갈이라는 주제를 스릴러라는 요리의 조미료로 이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시도였습니다. 초반부 젓갈에 대한 고찰에서 점차 복선을 깔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도 맛있었어요. 다만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단 그냥 상황 하나를 뚝 떼어서 가져온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살집이 없는 건 좋아도 좀 더 풀어낼 이야기가 많지 않았을까요? 밥을 먹는데 반찬이 젓갈만 있다면 아무래도 입맛이 돌진 않겠죠.




사리당 / 관측

주제 : 갈릴레오 갈릴레이


http://fangal.org/index.php?mid=freenovel&page=1&document_srl=667086



 갈릴레이와 지동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명언이라고 알려진 그 고리타분한 대사를 반복하는 대신 논문의 제목에 초첨을 맞추는 시도는 재밌었어요. 내용 자체도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해 어렵잖게 읽을 수 있었고요. 그러나 쉽게 읽히는 글이라고 해서 반드시 독자가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아닐 겁니다. 이 하나의 엽편이 설득력을 가지기엔 의문점과 모자란 점들이 여럿 있습니다. 글의 체적 자체가 좀 더 두꺼웠으면 좋았겠네요. 마치 수많은 학자들의 피와 땀으로 쌓여진 지동설처럼요.




캬오오 / 다나바는 목말라

주제 : 갈망


http://fangal.org/index.php?mid=freenovel&page=1&document_srl=667093



 갈망이라는 주제를 쓰고 있지만 프라야의 갈망은 진실로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그의 욕심은 원초적이라기보단 일종의 순간적인 기호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았죠. 진정한 갈망은 극의 마지막에야 등장합니다. 생존을 위한 일차적 욕구가 만족된 상황에서 드러나는 그것은 바로 다나바의 피에 대한 갈증입니다. 항상 프라야의 도구로 움직였던 그가 마침내 자신만의 갈망을 찾은 걸까요? 흥미로운 글입니다. 신화 등에 나올법한 작명으로 고전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초반부의 문체가 어그러지지 않은 채 서사를 잘 마무리시켰어요. 개인적으론 군더더기 대사를 조금 쳐내고 후반 전개에 더 힘을 실었으면 좋았겠지만요. 저의 헛된 '갈망' 입니다.




극단의시대2호기 / L’Ère Galvanique / The Galvanic Age

주제 : 갈바니즘


http://fangal.org/index.php?mid=freenovel&page=1&document_srl=667101



 아유 고딕해. 이런거 정말 좋습니다. 프랑켄슈타인, 1차 세계대전, Light와 Death, 전기와 화약의 앙상블. 멋들어진 배경 묘사와 작품 내내 깔려 있는 겨자 가스처럼 유독한 분위기. 탄탄하게 깔려있는 필력의 기찻길 위로 20세기의 고전적 철마가 순조롭게 달려나가는 군요. 좀비 부대끼리의 영원한 상잔은 기관총의 발명 의도와 그 참혹한 결과의 은유로 느껴지고, 종막을 장식하는 시대를 뛰어넘은 버섯구름 치트키는 작품의 핵심을 또렷하게 상기시킵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서사적 굴곡이 부족했고 (예를 들어 조수가 사실 기술을 유출한 장본인이라던가 하는 반전이 드러났더라면?) 갈바니즘이라는 뼈대 자체보단 그것을 둘러싼 고기 살점에 좀 더 신경을 쓴 듯한 모양새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완성도를 지닌 단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Embrio / 어류 등 문서손괴죄

주제 : 판갈


http://fangal.org/freenovel/667110



 이번에도 어김없이 참가자 특유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글입니다. 일단 백합부터 깔고 시작하는군요. 내용은 말할 것 도 없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능청맞은 티키타카도 좋았고 글 전체에 빼곡이 가득찬 위트도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실수인 척 오타를 적어놓고 바로 다음 문단에 회수하는 유머는 참으로 교묘했으며, 각 물고기들을 설명할 때마다 그 원본이 되는 글이 자연스레 연상되어서 웃음이 새어나왔어요. 하지만 글 자체가 그런 재치에 조금 과하게 의존한 면모가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과감히 시도된 '판갈' 이라는 메타적 소재는 단순히 소품으로 활용되는 것에 그쳤고, 처음에 살짝 드러나는 추도사적 기조가 결국 마지막까지 모습을 감추었던 건 살짝 아쉬웠어요. 그래도 이 작품 정도면 판갈도 만족스럽게 송별회를 치루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았어요.




짭타쿠 / 갈틱폰Gartic Phone

주제 : 갈틱폰


http://fangal.org/freenovel/667117



 과거 판갤에서 치뤄진 갈틱폰 플레이를 주제로 다룬 글입니다. 저번 참가작처럼 이번에도 '짭머시기' 라는 작가의 분신이 등장해서 자전적인 회고와 천국에 대한 고찰을 한 차례 진행한 후, 시즌5550번째 저지능 줘패기와 함께 판갤러들과의 추억을 소박하게 찬미하면서 마무리짓습니다. 생각해보면 갈틱폰은 참 공리주의적인 것 같아요. 한 명을 희생시켜서 모두가 즐거움을 얻지 않습니까? 단지 오멜라스 지하 밑바닥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자가 수년 전에는 람다였고 지금은 저지능일 뿐이죠. 판갈이 서비스 종료해도 판갤러들과 지냈던 나날들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겁니다. 오랜만에 수필을 읽어서 좋았어요.




몰라! / 갈피

주제 : 갈피


http://fangal.org/freenovel/667122



 줄곧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마침내 갈피를 잡은 연출을, 단락 번호를 통해 메타적으로 시도한 건 좋았어요. 조금 실망스러웠던 건 글의 밸런스가 무너져있다는 겁니다. 몸통과 꼬리에 비해 머리만 너무 굵은 분량도 그렇고, 주인공의 세밀한 내면 묘사에 비해 그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심각하게 은닉되어 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분명 더 질적, 양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었던 이야기였는데, 마감 시간이 촉박했는지 아니면 동력이 부족했는지 너무 힘빠지게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글에 들어간 노고는 충분히 볼 수 있었어요. 시간을 내어 출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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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하한을 거의 없도록 설정해서 이번 대회엔 담백한 글이 많았습니다.

출품작 수도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이들 잊지 않고 참가해 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결과 발표:


1등 [5만원] :

  극단의시대2호기 - L’Ère Galvanique / The Galvanic Age

2등 [3만원] :  

  Embrio / 어류 등 문서손괴죄

3등 [1만원] :

  캬오오 / 다나바는 목말라

  짭타쿠 / 갈란드ガランド - 피콘




수상하신 분들은 제 갤로그에 비밀글로 계좌번호 남겨주시면 시상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또는 다른 방식으로 받고 싶으시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참가자 분들도, 판갈 관리자 분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대회가 판갈이라는 하나의 역사를 좀 더 의미있게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날씨가 추워집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