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브레송의 영화적 세계에 대한 나의 초기 인상은 다소 유보적이었다. 장 피에르 멜빌이 보여주는 실존주의적 건조함과 달리, 브레송의 이른바 '모델(modèle)'들이 띠는 극단적 무표정은 지나치게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존재론적 태도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을 단순한 비관이 아닌, 철저하게 안배된 종교적 시련이자 영적 구원을 향한 목적론적 과정으로 재독(再讀)할 때 그의 형식주의는 비로소 납득된다. 《당나귀 발타자르(Au Hasard Balthazar)》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중기작인 《소매치기(Pickpocket)》는 후기작들의 한층 심화된 건조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원의 여지, 혹은 희망적 시선이 감지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장르적 관습의 탈피와 그에 따른 역설적인 영화적 쾌감에 있다. 영화는 서두에서 스스로 필름 느와르적 서사 구조를 거부함을 명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과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집단 소매치기 시퀀스들은 팀 단위의 움직임을 통해 그 어떤 스릴러보다 매혹적인 리듬과 몽타주를 만들어낸다. 장르적 쾌감을 배제하려는 금욕주의적 태도 속에서 오히려 순수한 시네마토그래프적 운동성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목도하는 것은 꽤나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한편, 잉마르 베리만과의 첫 조우인 《겨울 빛(Winter Light)》은 그 노골적인 종교성에 압도되는 작품이다. 특히 도입부 10여 분간 성찬식 예배의 의례를 거의 생략 없이 담아낸 시퀀스는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마저 띠고 있다. '신의 침묵'과 '십자가 위에서 고뇌하는 예수'라는 묵직한 신학적 테마들이 서사 내에서 이중, 삼중의 구조적 층위로 포개어지며 반복되는데, 이러한 엄밀한 텍스트의 구조를 분석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지적 관객에게 뚜렷한 흥미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브레송 직후에 감상했다는 사실은 매체의 '얼굴(face)'을 다루는 두 거장의 대조적인 방법론을 명확히 드러낸다. 감정을 철저히 탈색시킨 브레송의 모델들과 달리, 베리만의 카메라는 인물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클로즈업으로 집요하게 포착하며 강력한 정동(情動)의 전이를 시도한다. 스크린을 장악하는 압도적인 얼굴의 이미지가 발산하는 심리적 밀도와 표정의 전달력은 분명 탁월하지만, 이러한 감정의 직조 방식이 나의 미학적 지향과 완전히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다. 베리만의 필모그래피를 조금 더 탐구하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듯하다.
시네마토그래프적 어쩌고저쩌고
음 뭔소린지 하나도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