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화가 (The Sign Painter)
테오도르는 벨 구역의 한결같은 그 가게에서 사십 년째 간판을 그렸고, 그중 서른아홉 해 동안은 늘 화가 나 있었다.
일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는 자신의 일을 열렬히 사랑했다. 알맞게 물감을 머금은 붓줄기를 길게 뽑아낼 때의 감각, 하도를 칠한 목판 위에 질 좋은 검은색 안료가 마치 태초부터 제자리였던 양 착 달라붙어 앉을 때의 자태를 아꼈다. 그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손님들이었다. 그들에겐 안목이라는 게 없었다.
가령 가게 문 위에 걸어둘 'COFFEE' 간판을 주문하러 온 사내가 있다고 치자. 테오도르는 알파벳 'C'의 윗둥에 살짝 멋을 부린 시안을 보여주곤 했다. 과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가벼운 장식음 정도의 우아함을 덧댄 것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더 평범하게'를 요구할 테고, 테오도르가 그 말대로 밋밋하게 고쳐 그리면 사내는 그제야 "좋소, 바로 그거요."라며 흡족한 얼굴로 돈을 치르고 떠나갔다. 그런 날이면 테오도르는 뒷방으로 들어가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붓을 빨아대곤 했다.
뒷방에는 선반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에는 아무도 사 가지 않은 간판들이 놓여 있었다. 손님이 그 밋밋한 간판을 들고 떠난 뒤, 테오도르가 마땅히 이렇게 완성되어야 했다고 믿는 바대로 다시 그려낸 것들이었다. 갓 구워 부풀어 오른 빵의 형상을 띤 'B'가 적힌 'BREAD' 간판. 색을 배합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린 깊은 푸른색의 'FISH' 간판. 그런 것들이 수십 개나 쌓여 있었다. 아내는 그 선반을 '더 나은 아이디어 박물관'이라 불렀다. 다분히 비꼬는 투였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서른아홉 해째 되던 해, 한 소녀가 견습생으로 들어왔다. 눈썰미가 좋고 손끝이 야무진 아이였다. 한 달도 채 안 되어 소녀는 테오도르만큼이나 말끔한 선을 뽑아낼 줄 알게 되었다. 그는 소녀에게 일거리를 하나 맡겼다. 길모퉁이 약방에 걸릴 'APOTEK(약국)' 간판이었다. 흰 바탕에 초록 글씨, 약사가 아주 명확하게 못 박아둔 조건이었다.
이윽고 소녀가 완성해 온 간판의 'K'자에는 뱀 한 마리가 교묘하게 얽혀 있었다. 작고 기발해서, 두 번은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알아챌 만한 디테일이었다.
"그 약사는 이걸 안 가져갈 거다." 테오도르가 말했다.
"이게 더 낫잖아요." 소녀가 대꾸했다.
"그래, 이게 훨씬 낫지." 그가 말했다. "그래도 안 가져갈 거다."
소녀는 간판을 다시, 밋밋하게 그렸다. 약사는 그것을 받아 들고 기분 좋게 돈을 치렀다. 뒷방으로 들어간 소녀는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붓을 빨아댔다. 그 뒷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테오도르의 내면에서, 지난 서른아홉 해 동안 꼿꼿이 곤두서 있던 무언가가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는 소녀를 선반 앞으로 데려갔다. 소녀는 오랫동안 그 간판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워요." 소녀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어쩌다 여기 있게 된 거예요?"
테오도르는 서른아홉 해 동안 이 질문을 곱씹어 왔고 수많은 대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 대답들은 하나같이 손님들을 탓하는 내용이었으며, 그중 어떤 것도 그의 화를 누그러뜨려 주진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대답을 꺼내 보았다.
"아무도 간판을 감상하려고 거리에 멈춰 서지는 않기 때문이지."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저 가게를 찾으려고 간판을 본단다. 백 야드 밖에서 걸어오는 사람도 거기가 구두 수선공이 아니라 커피를 파는 곳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야 해. 만약 그 사람이 간판을 두 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면, 나는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었을지언정 나쁜 간판을 만든 게 되는 거란다."
"그럼 우리의 기술은 다 어디에 쓰나요?"
"단 한 번 힐끗 보았을 때조차 추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데 쓰는 거지." 그는 푸른색 'FISH' 간판을 집어 들어 빛에 비춰 보았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거다. 손님에게 필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지. 그 나머지는 내가 간직하는 거란다."
소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간직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안 쓰고 버려두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 그가 말했다.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느꼈지. 그러다 어느 날 견습생을 들이게 되고, 그 애가 'K'자에 뱀을 그려 넣는 걸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된 거다. 그러자 이것이 그들에게 빼앗기는 게 아니라, 내가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지. 내 말은, 저 밋밋한 간판 말이다. 저 평범한 간판이 우리가 내어주는 선물인 게야. 그리고 이것은—" 그는 푸른색 간판을 가리켰다. "이것은 그저 온전한 내 몫이고."
사십 년째 되던 해, 그는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손님들은 여전히 안목이라곤 없었다. 그는 여전히 가끔씩 선반에 올려둘 두 번째 간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붓을 부드럽게 빨았고, 이따금씩 소녀가 자신보다 더 매끄럽고 말끔한 선을 뽑아낼 때면—그런 일은 점점 더 잦아졌다—그마저도 기꺼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게바로 선택받은 11개의 미국대기업만 사용가능한 모델의 글솜씨래
일반인은 못쓴대
애매한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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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검열도 코딩능력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게 신기하더라
음 - dc App
이마저도 먼가 단편보다는 웹소스러운 느낌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