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가는 이유 중에 화려한 사운드가 포함되어 있다면 정확히 그 반대의 이유로 영화관에서 보면 좋을 영화. 영화관의 시설을 활용해서 보여주는 강렬한 침묵은 우주공간에 대한 고독감이나 공포를 심화시킴과 동시에 음악이 등장하는 장면들의 효과를 강화시킵니다.

오늘날 보면 진부한 소재처럼 느껴질 할9000이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한 반란이란 소재가 여기서 더 발전하기 힘들정도로 깔끔하고, 실제로 무기질적인 연출 자체가 매우 훌륭해서 이만한 반동인물이 없기도 합니다.

후반부의 접촉 부분에 관해선 크툴루적 공포를 강조하려했단 의도를 느끼지만, 사실 약물 중독자의 환각에 가까운 인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당시 시대상의 반영이 있지 않나...란 생각도 해봅니다.

이 시기의 ibm컴퓨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단 것도 재미있는 요소인데, 여러모로 우주 생활에 대한 재현력이 높다는 점은 상당히 놀라운 부분.

영화 자체가 명확한 결말보다는 일종의 분위기를 느끼는 감각에 가까운데, 영화는 150분 가까운 시간동안 그 분위기를 충실하게 구현하고 잘 보여줬단 점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석판과 태양과 달을 함께 두는 미장센이 상당히 느낌이 좋은데, 우주 전체를 조망한다는 그 느낌 때문일까요. 극장에서 봐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