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내성적인 직장인 이준호는 어느 날 충동적으로 강릉행 KTX를 탄다. 바닷바람이 부는 강릉 경포대에서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인 자유분방한 여자 한채원을 만나 묘하게 끌린다. 둘은 텅 빈 겨울 해변을 함께 걸으며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처음 만난 게 아니었다.
오래 사귀다 헤어진 연인 사이였는데, 채원이 기억연구소 '리셋(Re:Set)' 이라는 곳에서 준호에 대한 기억을 통째로 삭제해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준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신도 같은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준호의 뇌 속에서는 채원과의 추억이 하나씩 지워져 간다. 홍대 골목에서 처음 손을 잡던 밤, 한강 돗자리에서 치킨을 먹던 여름, 남산 타워에서 자물쇠를 채우던 날들이 차례로 사라진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준호는, 기억이 사라질수록 오히려 그녀가 더 소중했다는 걸 깨닫는다.
"지우지 마. 제발, 이 기억만큼은."
하지만 이미 시술은 진행 중이고, 꿈과 기억이 뒤엉킨 혼돈 속에서 준호는 채원을 붙잡으려 필사적으로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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