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에서 등장하는 홍콩은 중국인들에게 기회의 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좌절과 절망을 주는 곳에 가까운데, 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복과도 궤를 같이 하는 모습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뉴욕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선 이 연결고리가 더욱 느껴지는데, 홍콩이 좁은 공간으로 개인을 가두는 방식을 택했다면, 뉴욕의 경우 가득 찬 사람으로 개인을 가두는 방식을 택했단 점에서 유사성을 느낍니다.

본토 톈진 출신인 소군이 광저우 출신임을 숨기고 홍콩인인척 하는 이요와 서로 끌리는 것은 바로 이 이방인적 정서를 공통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잇는 가교는 등려군의 음악인데, 그들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려군이 직접 등장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등려군에게 바치는 헌사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다만 남자쪽의 우유부단함이 크게 드러나고 이와 대비되는 파오라는 배포 넓은 남자가 있어 이입적인 측면에는 아쉬움이 있고, 뉴욕 쪽 파트는 시간적 문제 때문인지 너무 단순한 악역들의 등장이 영화의 매력을 깎아먹기도 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홍콩이라는 공간을 그려내는 것에 있어서는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하고, 홍콩 드림의 붕괴와 이방인 정서에 기반한 외로움적 측면이 잘 드러났다는 점에선 전체적으로는 볼만했습니다. 사실 등려군의 노래 몇 곡이 제법 잘 쓰였다 싶은데, 한 두개쯤은 들어볼 마음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