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길리엄의 본격 히피 영화.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야 이미 그 자체로 익숙한 소재지만, 약물과 환각 체험에 있어서 이정도로 꽉꽉 채운 영화 또한 드물듯 합니다.
1970년대 초반, 맨슨 사건 이후의 히피 문화의 끝자락 무렵에 가장 미국적 욕망이 가득한 라스베가스에서 라울과 곤조의 끝없는 일탈 행동은 그 어떤 욕망도 긍정되는 듯한 장소에서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단계까지 올라갑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적인 이야기는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2시간 가량의 환각적 체험이 주가 됩니다만, 항상 비틀어진 카메라와 강렬한 원색적 조명, 각종 특수 효과 덕분에 체험 농도 자체는 상당히 깊습니다.
다만 이 모든것들이 2시간 내내 이루어지는만큼 관객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괴로운 측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피로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체험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절대적인 피로치는 분명 크기도 합니다.
영화의 또다른 특징적인 면으론 영화 곳곳에 60~70년대의 명곡들이 상당수 사용되었단 점인데, 이 시기의 히피문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잘 어울리지만 곡 자체들로도 좋기 때문에 상당히 즐겁기도 합니다.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호레이쇼 앨저 등으로 대표되는 아메리칸 드림의 좌절과 함께 히피 문화의 실패성-몇 달러짜리 약물이 평화를 가져와줄 것이라 믿었던-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이 영화의 수많은 나레이션들보다 더 확실한 시각적 이미지가 보여주고 있단 점에서 알기 쉬운 블랙유머적인 영화입니다.
다만 이 시대에 더 잘 아는 관객이었다면 더 인상깊게 봤을 것이란 생각도 들지만, 이런 체험을 하는 것도 드문 경험이라, 그 나름의 컬트함이 있네요.
조니 뎁은 진짜로 머리를 밀었대.
I k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