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농사를 배우고 언어를 터득했다
농부의 아들이 되고 시인의 아들이 되어선


농업이란 가업을 잇고
시인의 사랑 또한 이어보려 하지만


농꾼이란  낭만 아니오 치열한 생존이고
시인이란 사랑 아니오 가슴 아픈 비련만 같다


사와 농을 취하고
공과 상을 버리는 일이라 하면
모두 나의 일만 같은데

농부도 시인도 모두 이름 뿐이고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구나


그저 농꾼의 보조라 하면 어울릴 것이고
시인인 척 흉내낸다 말해도 나는 익숙하다


적은 것에 만족하던 버릇은
더욱 작은 것을 사랑하게 됐고


천지 부모가 士와 農임에 감사할 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지금이 좋다
번거롭지 않은 無名이 좋다


굳이 누군가 날 부른다면
一空이라 불러주면
대충 내 이름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