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동안

집 근처 사람 좋아보이는 아저씨가 운영하는 안경점에서만 안경을 맞췄다.

안경알 두께 이런게 뭔지도 몰랐다.

그냥 해주는데로 했다.

테도 거기서 고르고

지금 보면 개싸구려 국산 안경텐데

근 10만원 가까이 줬지...

알은 아마도 1.56정도 되어보이는 굴절률 낮은 안경알만 맞춰 썼다.

한번 맞출때 마다 거진 20만원 가까이 썼다.

그게 진린줄 알았고

안경은 다 거기서 거긴줄 알았다.


눈이 초고도 근시도 아닌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날 보며 눈이 엄청 나쁘구나 놀라곤 했다.

테를 삐져나온 두꺼운 안경알 두께 때문이겠지.


그렇게 살다가

아주 우연찮게 친구따라 으뜸안경원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팜플렛에 적혀 있는 안경 렌즈 숫자와 가격.

물어보니

굴절률이 높을수록 렌즈가 얇단다.


어?


라는 마음도 잠시

테 가격을 보니, 젤 얇다는 안경알과 테를 맞춰도

사람 좋아보이는 동네 안경점에서 맞추던 가격의 절반 정도.

속는셈 치고 맞춰봤다.


...


신세계라는 말 말고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안경알은 과장 좀 보태서 데모렌즈처럼 얇아졌고,

그 덕인지 얼굴인 한층 화사해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듬뿍 느꼈다.


그 후로 계속 으뜸 안경점만 가게 된다.

외산 렌즈?

비싼 안경테?

다 필요없이

그냥 싸구려 테에,

1.74 단면 렌즈로 매번 퉁친다.

렌즈는 가격이 좀 올라서 요즘 46,000원 정도 하더군.


동네 안경원은 내 기억속에서 까마득하게 지워졌다.

가끔 광고 비스무리한 문자가 왔지만

그마져도 오래 보진 못했다.

스팸등록 했으니까.


아무튼,

얼마전에 보니, 모르는새 동네 안경점이 없어지고 정육점이 들어섰더라.

사람 좋아보이는 아저씨는 은퇴한걸까?

아니면 장사가 안 되어, 다른 활로를 찾으러 간 걸까?

물론 지금도 그 사람한테 덤탱이 씌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적은 객수 대비 운영비를 뽑으려면

최대한 단가를 높여야했겠지.

그럼에도 만약 나였으면

적당히 해쳐 먹었을 것 같다.

그럼 익숙한 그곳은 지금 정육점이 아니라 동네 안경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