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걸 10편을 넘기네
말이 싱글벙글이지 사실 징징거리는 안경사 근무기가 맞을지도.
9편에서 언급한 것 만으로 그만두기에는 내가 그리 어리진 않았다.
어지간하면 참고 해야한다는 마인드가 슬슬 생길 무렵이었다.
삔또 상하거나 맘에 안드는게 있다고 쉽게 그만둘수록
이력서는 처참해지고 점점 내 커리어는 망할 삘을 갖춘다.
그러니 마음을 매일 다잡으면서 출근길에 나서고는 했다.
하지만 아직 견딜만 하다고 생각할 때 한가지 문제가 또 얹어졌다.
앞서 언급한 나와 사장 친구 외에 한명 더 남은 젊은 부장격의 직원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C라고 하자.
호랑이 없는 산의 왕이자 사장 곁에서 간신 역할을 하던 C는
진작 사장친구의 견제를 받고 있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고 하지 않나.
사장 친구는 안보는 척 못보는 척 너스레를 떨면서도
C가 그동안 이간질과 권모술수로 사장을 갖고 노는걸
계속 지켜보고 내게도 경고를 해줬다.
역시나 C는 제 버릇 남 못주고 슬슬 수를 쓰기 시작했는데
사장이 회의랍시고 앉혀놓고 결론은 잡일 나한테 짬시키기를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뭐 막내니깐 그렇다 치는데
문제가 생기면 죄다 내 탓이 되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어도 내 탓인양 몰고 가니 환장할 노릇
진짜로 내 잘못인 경우도 있지만 C가 잘못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약한 부분이 남이 만든 체계에 쉽게 적응을 못하는 것이다.
(근데 어떤 체계는 쉽게 적응하는거 봐서는 그냥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만든건 쉽게 받아들이고 땜빵식으로 그때그때 덧붙여
만든 체계는 전체 흐름을 못읽는듯 하다)
이전에 구리에 왔을땐 그래도 체계랄게 별로 없어서 내가 다시 만들었지만
다시 돌아왔을때는 내 눈엔 다시 중구난방으로 일처리가 돌아가고 있었다.
예를 들면 브랜드 안경테들 케이스 보관하는 위치도 이전에 내가 알파벳
순서대로 서랍장에 정리해둔걸 C가 여기저기 그때그때 빈공간에 흩어놓았고
서류들도 안경원 한쪽 서랍장에 모조리 분류해서 정리해둔걸
다시 매장 전반에 흩어놓고 그 서류가 왜 거기 있는지, 입력을 한건지
안한건지도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소비한 여벌 렌즈를 재주문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나, 손님들 주문한
안경렌즈의 진행내용, 수리의 진행내용 등의 흐름을 파악할 조제실의
분류들도 맥락 없이 여기 저기 옮겨놓았다.
그런 일의 방식들을 바꾸진 못하고 그냥 유지하라 하면 난 벅차했다.
반대로 강남에 갔을때마냥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면 신이 났고.
잡일 하느라 PC앞이나 조제실에 붙잡혀있고 C만 여유롭게 빈둥대다
손님 다 낚아채서 골라먹으니 당연히 내 실적도 안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로 사장은 역시 C를 배우라고 흐뭇해하고 있고.
......
그 쯔음부터 사장은 뭐라 할때 걸핏하면
"검안 좀 잘한다고 눈에 뵈이는게 없나 본데" 라던가
"검안 좀 잘한다고 이런게 우수운가본데" 라면서
검안 타령이 시작되었는데
어지간히 긁혔던 모양이었다.
내 입에서 검안의 검자라도 나온 적이 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딸이 나랑 대학 동기인 아버지뻘.
그런 세월의 차이에도 검안으로 따이는 게 어지간히 망신인데
그걸 구태여 자기 입으로 또 컴플렉스를 내비치니 이 인간의 밑바닥을
계속 봐주는게 점점 벅차기 시작했다.
근데 C의 검안에 대해선 딱히 기억나는 바가 없고 그냥 AR값에 의존해서
처방하되 표정과 귀에 착 감기는 어휘들을 잘 구사했다.
손님이 듣고 싶은 말을 혀에 기름바른것마냥 술술 읊는 타입
(예전 강남에서 남대문 출신 이사도 같은 부류이긴 했는데 그 양반은
기름을 바른 수준이 아니라 대놓고 구라의 영역까지 넘어갔던거고)
뭐든 적당히.
그게 나에게는 가장 결핍된 요소였다.
보통 사람들은 처방전의 숫자만 놓고 논하고는 하지만
나는 그 숫자의 신뢰도에 대해 항상 의식하고 있었다.
한국은 AR이란 타각적 굴절검사(일방적으로 굴절이상 측정)를 제외하면
나머지 검안은 모두 자각적 굴절검사(환자의 대답으로 굴절이상 측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환자가 띄워놓은 차트를 보고 읽거나 질문에 대답하는걸 기계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안되고, 그 대답하는 속도, 패턴, 늬앙스, 그외 여러 비언어적인
대답들이 있다. 혀를 살짝 차는것부터 미간을 찌프리거나 입을 삐쭉 내밀거나 등등...
그 모든게 대답이다.
신뢰도가 높은 처방값을 뽑게 되면 검안실을 나올때 기분이 상쾌하다.
반면 손님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눈에 어떤 문제가 있어 대답이 시원찮으면
그 대답을 통해 얻어낸 내 처방값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추가적인 검안술로 미진한 신뢰도를 채우려 시도하겠지만
뭔가 영 떨떠름하거나 꺼림직한 기분이 남게된다.
그 강박적인 성격이 나로 하여금 계속 검안술을 신경쓰고
연구하게 만든 원동력이면서
한국의 안경원이 처한 처지에서, 안경사 인생의 많은 부분을
손해보도록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적당히 적당히.
귀에 못박히게 들었던 말이지만 끝내 박히지 못한 말.
제가 요즘 고민하는 부분이 검사할 때 피검자가 모호하게 말하거나 무반응일 때 차이를 못느낄 때 어찌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이럴 때 검사 시간만 늘어나고 조절개입 때문에 검사 신뢰도는 떨어지는거 같아서요.(물론 검사 스킬이 아직 부족해서가 1순위 문제겠죠?)
그럼 바꾸기 전 도수로가면됨 너무 길게끌지말고 구분못하는사람한테
구면값에 적녹만 썼다면 십자시표도 띄워보고. 난시값에 방사선만 썼다면 점근시표도 쓴다던가 0.7-0.8정도 글자 띄워서 두가지 난시축 교대로 보여주며 어느쪽이 "덜 번지는지" 묻거나 하는 식으로 프롭터 내에서 끝내는게 있고, 바로 트라이얼 안경으로 넘어가서 -0.25/+0.25 플리퍼로 확인해보거나 AR값/구도수 참조해서 추정하기 등등의 방법이 있겠음
판매는 너보다 c가 잘했을거같은데 사실 매장에 도움되는사람은 c가 맞지 내기준이다ㅎ
판매는 c가 당연히 잘했고, 근데 매장에 도움이라 하면 그건 좀 애매한게 c는 매장을 키운게 아니라 독점하려던거라. 계속 하락기였음
@안경안겨왜 그런 매장 많이 봄. 변화를 줘야하는데, 타성에 젖어 갯당가만 올리고, 한방큰거 땡기려고 하고, 길게 보지 않고 하루살이처럼 사는 안경원의 책임자와 문제를 방관한 사장이 문제긴 함. 신규는 없고, 단골은 떨어져 나가고, 단골중에서도 진상들만 남고, 진상들은 제값 안주려고 하고, 하여튼 총체적 망국이지요. 까페에서 아줌니들이 지네 사랑방인줄 알고 테이블 회전 느리게 하는것과 같은 상황이라 보고 있음.
작가님 몇화까지 연재하세요?
그냥 계속 가다보면 끝날거 같은데 이제 중간은 넘긴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