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토오사카가 '명문'이라고는 하지만 좀만 생각해보면 명문(일본기준)임.

역사 깊은 게 장땡인 마술사 세계에서 5대 계승 정도로는 20대 넘어가는 가문이 즐비한 진짜 가문들한테는 명함도 못 내밈. (키리츠구가 5대니까 토키오미랑 동급)

토오사카의 현재 입지는 교회와의 동맹 + 일본이라는 변방 + 젤렛치 제자 + 에델펠트 납치혼 등으로 이룬 거임. (그런 에델펠트조차 찐금수저도 아님)

실제로 제로에서도 진짜 마술사인 케이네스랑 달리, 토키오미는 뒷공작과 영령빨로 이기려 하는 계략가적인 면모를 보여줌.


근데 이상하게 제로는 토키오미의 그런 측면에 포커스를 잘 안 맞추고 그냥 '프라이드 높은 화염마술의 달인. 케이네스와 함께 정통 마술사 투탑' 정도로 취급하는데, 아니 로드인 케이네스가 토키오미 따위랑 비교당해야 할 레벨이냐 ㅋㅋㅋ 마술역량으로 치면 케이네스~토키오미 격차가 토키오미~키리츠구 격차보다 더 클텐데. 마술 실력은 케이네스가 천외천이고, 토키오미는 딸리는 마술실력을 계략으로 돌파하려 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키리츠구랑 비슷함. (대수도 같으니까) 케이네스도 계략을 부리지만 그건 마술적 계략이고(더블 마스터 체제 등) 토키오미가 보여준 감독 매수하고 다른 참가자를 위장탈락시킨 뒤 몰래 티밍해서 담군다는 세속적인 계략은 확실히 키리츠구과임.


아무튼 작중에서 보여주는 토키오미의 프라이드를, 자기가 찐금수저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는 졸부의 흉내라고 해석하면 꽤 많은 점이 설명됨.

고리타분할 정도로 현대문물 꺼리는 것도 근본 없으니까 더 근본에 집착하는 거고(막상 그런 컴플렉스 없는 시계탑 명문들은 쓰는 사람도 많음)

딸들 인생에 집착하는 것도 어떻게든 니들은 나랑 다른 찐마술사 되라는 몸부림인 거고.

어새신들 연회에 돌입시키면서 길가메시 얼굴에 침뱉는 것도 '어쨌든 나는 마술사니 서번트보다 우월해야 해...' 이라는 자격지심의 발로인 거고.


자기가 시계탑에서 유학하며 보아왔던 진짜 명문들처럼 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실력이 없고, 그래서 조상들이 그랬듯이 모략과 정치질과 줄타기로 회귀하게 되는 모순.

딸들에게는 명문 토오사카의 자긍심을 논하지만 뒤로는 교회와 손을 잡고 뒷공작을 일삼다가 길가메시빨로 문제를 해결하는 추함.

그리고 자기도 모순과 추함을 알기에 열등감이 생기고, 열등감에서 비롯된 무리수와 히스테리가 결국 토키오미의 큰그림을 찢어버리는 거지. 길가메시와 키레이에게 배신당하면서.


선대는 자신보다 훨씬 능력이 딸렸지만, 주제파악을 한 덕분에 3차 성배전쟁의 대혼란에서 살아남고 에델펠트의 혈통을 데려왔음.

그러나 자신은 성배전쟁에서 패배해서 죽는 것은 물론이요, 토오사카 가문의 운명을 교회의 첩자인 키레이한테 통째로 넘겨주고 마니.

죽으면서 '역시 난 진짜 마술사가 될 수 없었단 말인가...' 라고 뇌까리며 눈을 감는 거임.


이러면 확실히 4차 성배전쟁의 무대에 어울리는 비극적 인물상이 되는 것이고, 에미야 키리츠구의 또다른 대칭점이 됨. (봉인지정될 정도의 재능을 이어받았지만 마술사의 길을 포기한 마술사용자 vs 재능은 범속했지만 마술사가 되고 싶었던 마술사용자)


근데 이러면 개연성은 있지만 린의 아버지라기에는 확실히 좀 추한 캐릭터가 되는 거고, 그래서 결국 심리묘사를 거의 생략하고 별 열등감 없이 '후훗 우리 명문 토오사카는~' 같은 소리를 하는 주제파악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림.

결과적으로 아버지라기에는 잔인하고 마술사라기에는 이룬 게 없고 계략가라기에는 허당인 인물이라서, 사쿠라 문제도 있고 해서 한동안 욕받이가 되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