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키우는 중인 앵무새 앵두는 반려조라는 말을 쓰기 딱 좋은 교감동물임. 모든 일들에 호기심을 갖고 참견하고 싶어하고 주인의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며, 주인이 외출하면 귀가하기만을 기다리고 화내고 질투하고 때론 감동하기도 함

처음 앵두를 입양할 때 두마리를 데려와야 할지 한마리를 데려와야할지 많이 고민했음. 한마리만 키우면 주인을 잘 따르는 대신 외로워하며 새들간의 의사소통에 둔감해진다고 함. 두마리를 키우면 새로서의 생은 좀 더 행복해지는 반면 주인과의 교감은 줄어든다고 함

고민 끝에 난 한마리 입양을 선택함. 애완동물을 키우는 목적은 내 만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판단했음. 그리고 사람들의 말대로 앵두는 때론 외로워하긴 하지만 인간과는 매우 친밀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

나는 사실 반려동물이란 말을 매우 싫어함.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유달리 강조하고 애완동물이란 말에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 중에는 사육중인 동물에 지나친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인간들한테나 맞을법한 행동양식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임. 이런 사람들은 유독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결정한 특정 사육방식을 타인에게 강제하려는 모습도 강하게 보임

여기에 대한 반감으로 나는 뭔가를 키울 때 감정이입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임. 물질도 가급적 수초와 산호 키우기 위주로 해왔음

하지만 인간은 교감의 동물인지라 뭔가를 키우며 감정이입 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움. 이미 앵두한테는 상당수준으로 감정이입이 이루어져버렸고 물고기 사육방식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음

물고기는 교감동물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음. 하지만 조류나 포유류 수준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교감이 이뤄어진다는 것은 느낌. 가자미, 니모, 복어 모두 내가 먹이를 들고 어항 앞으로 다가가면 유리 앞으로 나와 팔랑팔랑/쫄레쫄레/동동 하는 몸짓으로 나를 반김

그렇다보니 정이 들고 얘네들의 행복이란 대체 뭘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됨. 그리고 물고기의 지능, 커뮤니티, 유희행동 등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게 됨. 어찌보면 과거 내가 한심하게 보던 행동들을 지금 내가 하고있는 것 같기도 함

어쨌건 물고기의 행복(?)까지 챙겨야하는 요즘인데, 이런 측면에서 퍼큘라클라운 당근이와 연당이는 참 편한 애들임. 말미잘만 있으면 24시간 행복함. 뒹굴고 비비고 촉수를 입에 물어보기도 하고 먹이를 나눠주기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냄

가자미 엘리자베스도 걱정이 없음. 모래속에 잠잠히 있다가 배고파지면 나와서 밥을 먹고 다시 들어감. 자기 몸을 감출 부드러운 모래와 끼니밥만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워보임

문제는 인디언복어 동글이임. 애초에 무리짓는 어종이라 1마리 단독사육은 적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즐거움을 위해 데려와 10여리터짜리 좁은 수조에 키우고 있음. 먹는것으로라도 즐거움을 찾으라는 뜻에서 그린달웜과 물벼룩을 주고있고 납작달팽이도 분양받기 위해 다음주에 일산에 다녀올 예정임. 또 평소에도 물벼룩을 구경하란 의미에서 물벼룩들을 유리비커에 담아 어항안에 넣어둠. 동글이는 실제로 물벼룩들을 보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냄

근데 이러다보면 문득 현타가 옴. 유난스러운 개고양이 사육자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유난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음. 누구보다도 인간의 기준에 동물들의 행복을 예측해 끼워맞추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듦.

그래서 쓸데없이 장문의 글을 한번 써봄. 님덜은 본인이 키우는 물고기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