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를 건강하게 잘키우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혈, 갑, 무늬, 족 뭐 이런걸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음

금어는 내가 모르긴 하지만 물고기를 건강하게 잘 키우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육혹, 패턴 이런거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숨

크레스티드게코판도 보면 도마뱀을 건강하게 오래 키우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프, 패턴, 혈 이런거를 중시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임

산호의 경우 산호를 건강하게 잘 키우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발색, 형광, 출신 이런데 빠져있는 사람들도 많음


어차피 취미는 자기만족의 영역이라 방향성에 대한 정답은 없음

걍 후술하기 편하게 전자를 키퍼, 후자를 콜렉터라고 구분해보겠음

키퍼들은 새우가 자연스럽게 수초사이를 오가며 먹이활동하고 번식하는 것을 보기 위해 새우질을 하는거지 껍질에 투명한 부분이 있냐 없냐 다리가 빨간색이냐 흰색이냐 이런건 아예 관심자체가 없음

도마뱀이 보호색 띄고 보일듯 말듯한 모습으로 유목에 붙어 낮잠자는 자연속 한장면을 내 방에서 보기 위해 게코를 키우는거지 인브리딩을 통해 만들어낸 새까만 도마뱀은 그닥 키우고 싶어하지 않음

해수어항 속 온갖 생물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진 미니어처 생태계를 보려고 산호질을 하는 것일 뿐 inverts하나 없는 황량한 어항 +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과한 색상의 산호들로 인공미 넘치는 꽃밭을 만드는데는 흥미가 1도 없음


문제는 콜렉터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의 방식만이 정답이란 생각을 하고 강요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는 점임(물론 아닌 사람이 더 많음)

예를 들어 비슈림프 대세가 CRS였던 당시 새우까페 가보면

키퍼들이 "내어항 예쁘죠?" 라며 올린 글에 콜렉터들이 달려들어서 발색이 더 잘 나오게 하려면 어두운 바닥재를 써야하네 뭘 먹여야하네, 무슨 첨가제를 써야하네, 갑두께를 올리기 위해 뭘해야하네 등등 묻지도 않은 충고를 막 해줌

이런 부류들은 그들이 키우는 그 비슈림프가 본래는 투명하고 갑이 얇은 생물이란건 안중에도 없고

CRS는 흰색 아니면 붉은색으로 온몸이 꽉꽉 찬 것만이 정답 →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오답 → 개선해야함 → 충고(?)

이런 스탠스를 갖고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키우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고 자신처럼 만들려고 함


산호판은 더 심한데

타인의 산호사진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 하면 발색이 더 잘나올거다 라며 묻지도 않은 간섭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음

심지어 발색을 드러내게 만드는 ULNS은 높은 수준의 사육방식, 그렇지 않은 방향은 낮은 수준의 사육방식이란 스탠스를 갖고 서열놀이를 하려고 듦

자연상태의 건강한 산호들은 전부 주산셀러가 충만한 갈색이란걸 본인들 역시 눈으로 봐서 알고있을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저양분 피크 스트레스를 유도해 산호가 주산셀러 밀도를 높이지 못하게 만듦. 이렇게 색이 드러나게 하는걸 모든 리퍼의 당연한 지향점이라고 생각함


반면 키퍼들이 콜렉터들한테 참견질하는 경우를 본적은 거의 없음

'갑에 빈 부분이 많아도 상관없는거다. 오히려 원종의 매력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게 더 자연스러운거다. 그런걸 따질 시간에 어항에 다양한 수초를 심어서 새우가 숨고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면 훨씬 자연스럽고 예쁘게 키울 수 있다'

'보호색을 갖고있는 크레가 유목에 붙었을 때 더 자연스럽고 좋다. 인브리딩해서 유전적으로 취약한 어색한 색깔의 개체를 만들어내기보단 테라리움 세팅에 신경쓰면 훨씬 보기좋다'

'조직이 두껍고 갈색빛이 강한 산호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거다. 주산셀러 밀도를 낮추기 위해 산호한테 스트레스 줄 시간에 차라리 마이크로푸나를 다양화하는게 더 어항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이런 류의 잔소리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음

왜냐면 키퍼들은 한 방향만이 맞다는 생각을 잘 안함. 이 사람들은 생물을 키우는 이유가 과시가 아닌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한테 내 방식이 더 뛰어난 방식이라고 우기지 않음

물론 키퍼 중에도 간혹 나같은 병신이 있긴 하지만 정말 흔하지는 않음



아무튼 이런 흐름이 누적되다보면 뉴비들이 보는 글이나 댓글들이 죄다

새우는 갑이 잘 차야하고 혈이 어떻고 등급이 어떻고

크레는 모프가 어쩌고 패턴이 어쩌고

산호는 발색이 이래야하고 형광이 저래야하고

온통 이런것들 뿐이라는거.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자주 듣는 말로 견해가 치우치는 존재인지라

결국 시간이 흐를 수록 뉴비들은 콜렉터적 성향으로 스탠스를 이동시킴


이게 판규모가 큰 나라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그닥 없이 키퍼와 콜렉터들의 밸런스가 잘 맞음

근데 한국 같이 시장이 코딱지만한 나라에선 결국 대부분의 생물판이 시간이 지나면 콜렉터들로 일원화가 됨

구피나 베타, 다육, 관엽 처럼 일반인아주머님들이 시장규모를 뒷받침해주는 판은 그나마 버티는데

그외 나머지 판들은 죄다 콜렉터만 남고 키퍼들은 판을 떠나버리게 됨

콜렉터적 성향을 갖고 생물을 키우는게 나쁘다는 말은 아닌데

문제는 뭐냐면 키퍼들이 다 떠나고 콜렉터들만 남게된 판은 신기하게도 무조건 서열놀이가 판을 친다는거


단적인 예로 크레판을 한번 생각해보자

수백만원짜리 수천만원짜리 개체들이 미적으로 2만원짜리 개체보다 더 뛰어남?

전혀 아님. 크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구분자체를 못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싼게 좋은거다라는 명품시장 논리로 무장하고 밀어붙여서

결국 대다수 크래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새하얗거나 새까만 도마뱀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만들고

생물에 등급매겨서 누가 더 등급 높은 개체 키우나 경쟁하는 판으로 변모시킴


이렇게되기 시작하면 판자체가 진짜 좆같아짐

취미가 취미로서 기능을 해야하는데

순수한 애호가들이 이끄는 판이 아닌 업자와 호구가 짝짓기하는 판으로 변질됨

그리곤 곧 뉴비유입 차단되고 어쩌다 들어온 뉴비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서열놀이에 탑승해 혓바닥 칼날을 여기저기 휘둘러 댐

날이 갈수록 고인물판으로 변하고 안그래도 작은 시장은 더 쪼그라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