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팔루다리움을 만들고 싶었음

단순히 팔루다리움 식물들한테 물을 주는 거라면 그냥 돈십만원 들여서 칙칙이 미스팅기를 달면 저렴하고 간단했지만 난 가성비 떨어지는 자기만족 쪽을 선택하기로 결심함

매일 퇴근 후 3시간씩 3일에 걸쳐 아크릴로 10리터 정도를 담을 수 있는 뚜껑을 만들고 2500개 타공을 해서 1차 작업물을 완성함




그런데 1.0mm타공을 하고 나니 물이 말도 안되게 빨리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함
몇개 뚫어서 실험할 때는 몰랐는데 2500개 구멍에서 물이 떨어지니 거의 홍수 수준이더라고


그래서 0.8mm로 타공을 해봄. 그랬더니 이번에는 물분자 응집력 때문에 물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생겨남



그래서 난 2500개의 구멍 하나하나에 실을 꿰기 시작함

이렇게 하니까 실이 구멍을 막아줘서 물이 구멍으로 떨어지지는 못하게 하면서도 모세관 현상에 의해 물을 흡수해 아주 천천히 물을 떨어뜨려 주더라고


면실은 쉽게 상할 것 같아서 의류부자재 상가를 다 훑어 적당한 굵기의 나일론 실을 사서


1. 적당한 길이로 2500개를 자르고

2. 하나하나 매듭을 묶어 빠지지 않게 한 후

3. 끝을 라이터로 지져서 딱딱하게 만든후

4. 실을 구멍에 꿰고

5. 적당한 길이로 잘라내는


4단계의 작업을 구멍마다 모두 해주었음


퇴근후 3시간씩 매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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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쯤 됐을 때 절반을 겨우 끝냈는데, 슬슬 현타가 오기 시작함

내가 도대체 왜 이짓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며 모든 것을 갖다 버리고 그냥 평범한 미스팅 시스템을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음


하지만 꾸역꾸역 하다보니 점점 속도가 빨라졌고 일주일만에 결국 끝나긴 끝나더라

정말 집착과 광기의 시간이었음


어쨌건 비가 천천히 내리는 뚜껑을 만들긴 만들었음

동영상 첨부가 3개 밖에 안돼서 링크 걸어봄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ish&no=900358&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