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생물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은 암초지대(reef)임. 수심이 얕아 빛이 잘들고 육지와 가까워 양분이 많이 공급됨. 무엇보다 바닥이 모래가 아닌 돌이기 때문에 조류나 산호들이 부착해 살아가기가 매우 편함

여기에서 말하는 조류는

1. 김, 미역, 다시마 등의 식물/비식물 해조류

2. 파래, 실이끼 등의 부착형식물

3. 착편모조류, 와편모조류, 규조류, 남조류 등 미세생물 중 부착성이 있는 종들 (이중 상당수가 운동능력 있음)

등등 동물로 분류되지 않는 별별 다양한 잡생물들을 대충 묶어 부르는 단어임



어쨌건 암초지대에서는 수많은 생물들이 양분소비를 하기 때문에 인산염이 엄청나게 부족한 빈영양화 상태가 됨. 빈영양화 상태에서는 조류들이 산호한테 상대가 되지 않음. 낮에만 광합성해서 부피성장을 하고 밤에는 호흡을 하며 부피를 잃는 조류들과 달리 산호는 낮에는 광합성으로 성장하고 밤에는 먹이섭취로 성장함. 또 자기 똥을 다시 공생조류(주산셀러)한테 줘서 인산염 양분으로 활용하니 빈영양화 된 바다에서는 조류가 산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음.

결국 조류들은 우점생물인 산호의 몸속으로 들어가 공생하는 방식으로 근근히 목숨만 유지하며 살아감.



그런데 산호가 첫등장한 고생대 실루리아기 무렵엔 바다에 양분이 넘쳐났고 각종 조류가 암초지대 뒤덮고 있는 상태였을 듯

뉴비였던 산호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고인물들인 조류를 몰아내고 암초지대에 우점을 마친건 중생대 백악기 쯤인데, 거의 3억년이 걸림. 이 기간 동안 조류와 산호의 치열한 전쟁이 있었을 듯 한데

그건 부영양화 상태인 어항을 보면 대충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음


먼저 조류들은

1. 많은 종들이 락보다도 산호의 몸체를 먼저 덮어 말려죽여버리도록 진화함. 일부 조류들은 독까지 배출해 산호를 죽임

2. 운동능력이 있는 편모조류들은 거미줄처럼 흩날리다가 산호 폴립에 닿으면 순식간에 폴립을 코팅해 광합성을 방해하고 독소를 분비해 폴립을 자극해 못펴게 만듦

3. 버블알게 종류들은 공기방울을 이용해 떠올랐다가 산호 위에 떨어짐. 종에 따라선 딱딱할 정도로 강한 공기방울을 만들어 산호를 밀어냄

4. 비광합성 산호들은 일단 조류가 붙으면 치명적이라고 알려져있음. 조류놈들이 뭔짓을 하는지는 몰?루



또 산호들은

1. 경산호들은 탄산칼슘으로 뼈대를 만들어 점점 높이를 키우며 조류가 받을 빛을 가려버림

2. 제니아는 쉴새없이 스스로 잼잼하듯 움직이며 조류가 못붙게 만듦. 잼잼을 멈추면 바로 조류가 폴립에 붙어 덮어버림

3. 레더, 콜트, 스타폴립 등은 정기적으로 자신에 몸에 얇은 막을 씌웠다가 옷을 벗듯 홀랑 벗어버리며 붙어있던 조류들을 날려버림

4. 버튼, 폴립 종류는 조류가 붙으면 몸을 1/100 정도로 줄여 조류를 떼어낸 다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감

5. 머쉬룸들은 극도로 적은 빛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진화함. 하지만 일부 조류들도 똑같이 저광량에서 살아갈 수 있게 진화를 해 빛이 적은 열악한 위치에서도 또 지들끼리 경쟁을 함. 몸이 부드러운 음성조류(?)들은 몸에 공기방울을 붙이는 방식으로 1mm라도 높게 자라려고 노력하고 머쉬룸들은 한번씩 몸을 최대한 세웠다 눕히는 행동을 하며 조류들을 덮어서 고사시키려고 노력함



이 외에도 내가 못본 별 기발한 방법들이 많을듯 ㅋㅋㅋ



아무튼 이 전쟁에서 산호가 이기게 된 것은 결국 스스로 바다를 빈영양화 상태로 만들어 조류들이 힘을 못쓰게 했기 때문인데

경산호들의 몸체는 탄산칼슘으로 알려져있지만 상당 비율이 인산칼슘임(사람의 뼈 구성과 거의 동일). 이런 방식으로 인산염을 물에서 제거해 바닥에 전부 퇴적시켜버리면서 열대바다의 암초지대는 산호들과 극소수의 기타 필터피더들이 있는 바다로 바뀌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