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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고기 키우기의 시작은 회사에 나뒹굴던 복주머니 어항과 우연히 수족관에서 본 베타가 시작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물고기를 들이기 시작한 일은 엄마의 구피였다.

고향에 가서 물고기를 키운다고 했을 때 엄마가 본인이 키우던 막구피 몇마리를 주었더랬다. 여느 초심자가 그렇듯 지금은 그 구피들 다 죽고 없다. 당시엔 참 다 죽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웠는데, 이젠 어항 4개에 과밀항도 운영하게 되면서 물고기 죽는 일쯤은 그냥 사사로운 일 같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엄마는 노년기를 앞둔 보통의 중년여성들이 그렇듯, 무여과 1개월 환수항으로 구피를 키우고 있었고, 그러다 두어달 전 이런저런 이야기 하더니 자신이 준 구피가 잘 살고 있느냐고 내게 넌지시 물어보셨다.

나는 엄마가 준 구피는 이제 없다고 말하고 내가 운영하는 어항 4개를 보여드렸는데,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흥미롭게 내 어항을 구경하더니 어휴 많다. 어휴 예쁘다 몇번 말씀하셧더랬다. 그리고는 내게 자신에게도 예쁜 구피를 몇마리 달라고 툭 던지듯 이야기했고.

그리고 지난달 고향에 가니 무여과 어항에 개운죽 몇개와 스킨답나스가 꽂혀있더라. 이거 키우는거냐고 물어봤더니 치어들 좀 숨어살면 좋겠다고 넣어놨다고 이야기하신다. 옆에서 아빠가 거들기를, 너들 엄마 풀 꽂아넣겠다고 하천에 풀 뽑아서 넣고 개울물도 떠서 넣더라 라고.

아마 내 어항에 풀이 가득한거보고 본인도 그것을 해보고 싶으셨겠지. 나는 어항에 야생의 물과 생물은 되도록 들이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엄마는 그 일이 구피를 몰살 시킬 뻔한 일이란 것을 알고 다소 의기소침해보였다. 언제였을까? 뭐든 잘하던 엄마가 이리 미련한 사람이 된 순간은.

그래서 구피를 가져다드리기로 했다. 물고기 키울때 도움 받았던 동네 아저씨한테서 알풀 20마리정도와 알풀 리본수컷 3마리를 1만원에 구해서 왔다. 마침 그 아저씨가 처분하고 싶어했고, 난 1만원에 우유 1L를 얹어서 드렸다. 그리고 고향가는 날에 과밀항에 있던 교잡 크림색 플래티도 6마리 떠서 나는 고향으로 갔다.

엄마는 빨간 구피를 보며 한참을 예쁘다며 근데 너무 많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다른 법, 엄마는 가장 큰 어항에 그냥 알풀을 쏟아넣더니 구피 그득한 과밀항을 긴 시간 관상하였다. 앉은 자리가 뜨뜻해질때까지 말이다.

그러고선 내가 키워서 준 교잡 플래티는 6마리는 못 생겼다며 안동 고모 가져다줘야겠다고 하더니 대충 빈 꿀병에 물 받아서 넣어두곤 신경도 안쓰는 것 같았다. 크림색 땡그란 플래티는 허둥지둥 헤엄치느라 바빴다.

나는 어쩐지 프로그 페페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뭐, 엄마가 빨간 구피 좋아하면 된거지, 효도하면 된거지하고 생각한다.

이번달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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