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을 자주 가다보니 이제 어느 정도 루틴이 생깁니다.
아침 느지막히 먹고 출발해서 점심은 두부 먹고 산에 잠깐 올랐다가 숙소에 체크인 하는 거지요.
오늘 점심밥을 먹으러 들어간 곳은 초당 본점. 위치가 초당동은 아닌데 1960년대부터 장사를 해 온 집입니다.
강릉은 초당순두부로 유명한지라 우리가 흔히 아는 순두부 찌개가 아니라 이렇게 하얀 순두부만 그대로 올라옵니다.
빨간 국물도 없고 해물도 없어서 허전해보이지만, 어지간히 두부 퀄리티에에 자신이 없으면 내놓을 수 없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다른 재료가 안들어갔으니 순두부 맛 하나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이지요.
뭐, 언제나 그렇듯 뜨끈하고 고소한게 맛있습니다. 가장자리가 바삭한 감자전 하나 추가해서 곁들여 먹으면 딱 좋지요.
이걸 먹어주면 강원도에 왔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위에 너무 부담되지 않으면서 짧은 여행의 출발선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설악산이 워낙 크다보니 어느쪽 진입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풍광이나 등산로, 분위기 등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그중에서도 설악산 소공원을 지나 신흥사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카페, 다향입니다.
오두막처럼 생겨서 높은 층고가 굉장히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게다가 내부에 큼직큼직하게 쓰인 나무 기둥과 서까래 역시 마음에 듭니다.
다만 꿀을 주력 기념품으로 팔고 있어서 여러 가지 벌꿀 및 벌집을 전시해놨는데 약간 뭐랄까 너무 전형적인 관광상품 디스플레이라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우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라즈베리롤 곁들여 마셔줍니다.
커피는 뭐 평범하고, 라즈베리롤도 보통 수준. 그래도 과자가 무료로 서비스 되는 건 좋네요.
하지만 이 가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설악산 풍경이지요.
등산객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 구경을 하기도 좋고,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설악산을 감상하기에도 좋습니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고 이렇게 산자락에서 시간 보내며 차 한 잔 마시다가 그냥 일어나기가 아쉬워서 다른 걸로 한 잔 더 주문합니다.
꿀이 메인인 카페답게 꿀에 절인 수제청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오디차를 마십니다.
달콤쌉싸름한 오디차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합니다.
대부분은 등산객들이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외부에 따로 나와있는 카운터에서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산을 즐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차 한 잔 마시면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요.
저녁 식사를 하러 들른 곳은 모듬해물장 전문점인 '속초 그 바다로'.
지난 번에 한 번 왔다가 브레이크 타임이라 그냥 돌아갔던 전적이 있는 곳입니다.
밑반찬이 먼저 깔립니다.
조그만 반찬 그릇을 나무판에 다시 한 번 담아서 내는게 좋네요.
왠지 예전에 제주에서 들렀던 장똘뱅이 오마카세가 떠오릅니다.
여러 가지 밑반찬.
뭐, 전라도 맛집처럼 반찬 하나하나가 다 미칠듯이 맛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평타는 칩니다.
전복솥밥. 전복 두 마리와 각종 나물 등이 들어있는데, 전복 껍질은 빼내고 별도로 주는 전복 내장을 슥슥 비벼서 먹으면 꿀맛입니다.
이 가게의 메인, 해물모듬장.
전복, 가리비, 소라, 연어, 문어, 새우, 꽃개를 간장에 절여서 나옵니다.
집게와 가위로 잘라서 가운데 노른자 양념장에 찍어 먹습니다.
일단 나왔을 때 푸짐하다는 인상이 딱 드네요.
감자솥밥과 미역국이 함께 제공됩니다.
해물모듬장은 2~3인분이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감자솥밥만 추가하면 네 명도 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이게 다 간장에 재워서 만든거다보니 짭짤한게 완전 밥도둑이거든요.
밥을 떠내고 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숭늉까지 만들어 먹으면 배가 부릅니다.
맛있게 먹고 바로 옆의 청초호 한 바퀴 산책하면서 소화시키면 하루의 마무리로 딱 좋네요.
해물모듬장과 전복솥밥 주문해서 10만원쯤 나오는데, 가성비가 엄청 좋다고는 못해도 관광지 물가 감안하면 한 끼 정도 제대로 먹자 싶을 때 올만한 곳입니다.
특히 간장게장이나 간장새우장, 연어장 등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메뉴들이다보니 이 정도면 괜찮네요.
게장이나 새우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원도 여행하며 한 번 가볼만한 식당입니다.
델피노 조식뷔페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성비가 좀 떨어지긴 합니다.
룸 배정 받을때 바로 예약하면서 할인을 받아도 인당 34,000원인데 음식 퀄리티에 비하면 좀 쎄지요.
주변의 두부촌이나 황태해장국이 훨씬 만족도는 높겠지만서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는 게 엄청난 걸림돌입니다.
1박2일이면 또 모르겠는데 2박3일 일정으로 오다보니 결국 한 번은 조식뷔페를 먹게 되네요.
'조식 뷔페라면 이걸 빼놓을 수 없지'라는 느낌으로 베이컨과 소시지, 해쉬브라운, 스크램블드 에그, 프렌치 토스트, 달걀볶음밥을 담습니다.
프렌치 토스트에는 체리를, 해쉬브라운에는 케첩을 올렸는데 둘이 똑같아보이네요.
사과 주스 한 컵 곁들여서 순식간에 뚝딱 해치웁니다.
2차전은 우선 차가운 음식 코너부터 습격합니다. 냉육, 훈제연어, 치즈를 담고 양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풀떼기도 올려줍니다.
달걀 스테이션에 가서 오믈렛을 하나 주문하고 빵 스테이션 앞에서는 토스트를 먹을지 크로아상을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크로아상을 골라줍니다.
너무 양식만 먹으면 좀 그러니까 고수 한 잎 동동 띄운 쌀국수도 가져오고, 델피노 시그니처 황태해장국도 한 그릇 떠옵니다.
여기에 불고기, 딤섬, 버섯구이, 밥을 곁들여서 냠냠.
마지막은 과일과 파이, 미니 케이크를 담아와서 커피와 함께 마무리합니다.
'이눔시키 잘 먹어놓고 뭔 가성비 타령?'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애슐리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은 감출 수가 없네요.
물론 평소의 지론은 "진짜 맛있는 조식뷔페라면 잘 구운 빵과 신선한 버터, 잼, 내가 주문한 그대로 조리한 달걀, 두툼한 베이컨, 그리고 잘 끓인 커피 한잔이면 충분하다"입니다만, 그 레벨로 맛있는 뷔페는 정말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오전에 오픈런으로 다녀온 과자의 성. 그냥 카페가 아니라 진짜 과자 공장입니다.
강원도 여행 다니면 기념품점에서 간혹 보이던 울산바위 쿠키를 이곳에서 만드는 거였네요.
아이들 대상으로 과자만들기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어서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는 이곳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아침 햇살 따뜻하게 받으며 울산바위를 배경삼아 울산바위 라떼를 한 잔 마십니다.
라떼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고 씨리얼과 울산바위 쿠키를 올렸는데 꽤 괜찮습니다.
쿠키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어도 맛있고, 커피에 찍어서 먹어도 맛있네요.
아이들이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자 만들기 교실은 나이가 맞질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아래층에서 구경 좀 하다 올라오라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올라옵니다.
과자 공장이다보니 저렴하게 파는 기념품 과자들을 엄청 샀네요. 오죽하면 서비스라고 유통기한 임박한 과자도 두 박스나 받아올 정도.
아내는 속초 바다 라떼를 주문하고, 아이들은 초코 파르페를 먹습니다.
이 정도면 꽤 지역 특색 잘 살려 만든 시그니처 메뉴다 싶네요.
한옥과 어우러진 설악산 풍경도 나쁘지 않아서 앞으로 강원도 올 때면 과자도 살 겸 한 번씩 들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오면 맛있는 게 많지만 산이 좋아서 그런지 나물도 맛있는 집이 많습니다.
지난번에 한 번 와봤다가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 다시 방문한 그리운 보리밥.
제철 나물 예닐곱가지가 나옵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평소에도 먹던 나물들인데 강원도에서 먹는 거라 그런지 희한하게 더 맛있는 느낌.
사실 집에서 먹던 나물도 대부분 원산지가 강원도라는 걸 감안하면 맛의 차이가 더 이해가 가지 않는 한 상입니다.
청국장 정식과 된장 정식으로 나누어 주문할 수 있고, 여기에 고등어 구이와 계란말이 및 각종 및반찬들이 추가됩니다.
오늘은 계란말이를 살짝 태워먹은 사소한 찐빠가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커다란 그릇의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참기름 넣고 슥슥 비벼먹으니 꿀맛이네요.
배불리 먹어도 소화시키는데 그렇게 부담가지 않아서 점심 식사로 먹어주면 딱 좋네요.
다만 여기도 입소문이 좀 난 집인 만큼 주말에는 어느정도 복작거리는 걸 각오하고 가야 합니다.
강원도 여행을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가 막히는지 네비게이션이 44번 국도로 안내합니다.
원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을 먹을까 했는데 국도변 밥집에서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습니다.
굳이 맛집을 검색하기보다는 그냥 길 가다 눈에 보이는 시골밥집에 들어가 밥을 먹습니다.
강원도에서 맛있게 먹었던 감자전부터 한 번 더 주문합니다.
각종 나물과 함께 쭉쭉 찢어서 먹어봅니다. 보리밥집에서 먹었던 것보다 바삭한 부분이 더 많아서 맛있었네요.
밑반찬도 다 맛이 괜찮았는데, 특히 김치는 애들 입맛에 딱 맞아서 김치만 놓고 밥 한그릇씩 비웠네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철판 곤드레 비빔밥.
그냥 나물 비빔밥이 아니라 나물과 각종 채소를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서 나옵니다.
음식의 맛을 정하는 데 소리도 의외로 큰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철판에서 지글거리는 비빔밥은 그냥 평범한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것과는 또 다른 맛입니다.
여기에 미니 청국장까지 한 사람 앞에 한 뚝배기씩 나옵니다.
밥 한 공기 탁 털어붓고 슥슥 비벼서 청국장과 함께 깔끔하게 비우니 이번 강원도 여행의 마무리로 성공적이었네요.
뭐 특별하게 재미있는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잠깐 바람쐬며 맛있는 것 먹고 힐링하기 좋네요.
공깃밥 뚜껑에 담는 스킬이 좋구만유
여러 개 주문해서 나눠먹는데 앞접시가 너무 작을 때 쓰는 스킬입니다 ㅋㅋ
차단 말이 너무 많음
인간적으로 사진 한 장당 다섯줄 정도는 봐주셈
우와 전복솥밥이랑 해물모듬장 맛있겠다 - dc App
전복은 수산시장에서 사서 집에서 해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눈이 높아져서리...ㅋㅋ 그래서 전복솥밥 맛은 있는데 가성비가 좀 애매하구요, 모듬장 괜찮습니다. 워낙 짭짤한 반찬이라 감자솥밥 추가 주문해서 먹다보면 배터집니다 ㅋㅋ
여행 사진보며 나도 여행한 느낌
감사합니다! 미국 살면서 여행했던거 정리해서 올려야하는데 음식 사진 비율이 적어서 손이 안가는중...ㅠ_ㅠ
김주는거 대박이다ㅠ - dc App
요즘엔 밑반찬으로 김 주는 집이 많이 없어졌죠. 김값이 좀 떨어졌다고는 하는데 식당 메뉴까지 반영되려면 좀 걸릴 듯.
하 진짜 사진만 봐도 힐링이다.. - dc App
처음에 설악산 여행할 땐 풍경사진 주구장창 찍었는데 이젠 먹는 거 사진만 찍습니다 ㅋㅋ
돈 많아서 좋겄소
그리운 보리밥 좋죠 ㅎㅎ 저도 속초 자주가는데 부담 안되게 먹고싶을때 찾아가곤 해요 나중에 히모노야라는 가게의 점심메뉴 한 번 찾이보실래요? 왠지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거 같아 남겨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