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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던 고깃집에서 4월을 시작합니다. 점심 식사 메뉴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순두부, 코다리, 제육, 냉면이 있어서 여기만 일주일 내내 돌려가며 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 곳입니다.


반찬도 매번 바뀌고, 추가요금 내고 돌솥밥 먹은 다음 숭늉까지 긁어먹으면 식후 커피도 필요 없습니다.


근데 오늘은 돌솥밥을 태웠네요. 새로 해준다고는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 그냥 공깃밥으로 먹고 추가요금 안내고 서비스 음료 하나 받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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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파스타. 


시판되는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만으로는 뭔가 허전하고 부족한 느낌이 들 때 완두콩과 베이크드빈즈 통조림을 하나씩 까서 넣으면 좋습니다.


스파게티에 베이크드 빈즈 넣는 것은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배운 건데 재빨리 만들어 준비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닉은 프라이팬을 불꽃 위에 올려놓았다. 아까보다 더 배가 고팠다. 콩과 스파게티가 따뜻해졌다.


닉은 그것들을 저어서 서로 섞었다. 표면에 작은 거품들이 힘겨운 듯 일더니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가 풍겼다.


닉은 불 옆에 앉아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 닉은 그것이 너무 뜨겁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 위에 토마토케첩을 조금 부었다. 그는 불을 쳐다보고 나서 천막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혓바닥을 데어 음식 맛을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중략)


그는 다시 한번 천막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됐겠지.


그는 접시에서 한 숟가락 가득 펐다. “야, 이거 맛이 끝내주는데.” 닉이 행복한 듯이 말했다.


한 접시 다 먹고 나서야 비로소 빵 조각이 생각났다. 그는 두 번째 접시를 빵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가면서 다 먹었다."


- 헤밍웨이 단편선 "심장이 두 개인 큰 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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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구이, 고사리나물, 시금치나물, 잡곡밥.


아침부터 생선구이가 웬 말이냐 싶지만, 가시 없는 생선 오븐구이는 손이 별로 많이 가지 않아서 도시락 반찬으로 준비하기에도 괜찮습니다.


오븐팬에 냉동 가자미 필레를 올리고, 기름 살짝 뿌리고, 후추와 소금을 갈아서 뿌린 다음 오븐 생선구이 모드로 16분이면 완성됩니다.


생선 딱 넣고 씻고 나오면 얼추 시간이 맞지요. 다만 도시락 싸는 건 옷 갈아입기 전에 해야지, 잘못하면 생선 냄새 풀풀 풍기며 출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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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회의 나갔다가 도서관 전임 관장님이 차린 국수집에서 짐심 한 끼 냠냠.


가격대비 양이 꽤 많은 데다가 지역 상생, 노인일자리 연계 업체라서 여러 모로 좋은 일 하는 느낌입니다.


비빔국수가 진짜 맛있는데 날씨가 서늘해서 국물 땡기는 날이라 잔치국수를 먹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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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이 문제가 아니라 상추가 주인공입니다.


시골 사는 친척네 텃밭에서 얻어 온 상추. 먹다보면 강호동의 "고기보다 맛있네예"라는 대사가 절로 떠오릅니다.


다른 반찬 없이 주먹밥을 상추 두 장 쌈싸서 먹기만 해도 존맛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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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구이와 메추리알 장조림 왕창 담아서 만든 도시락.


삶은 메추리알 한 봉지 사서 장조림 만들면 유리병 두 개를 채울 수 있습니다. 


달걀 후라이조차 하기 귀찮은 날이면 소중한 양식이 됩니다. 이 맛에 보존식품을 만드는 건가 싶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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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맛있다고 하는 소금을 어떤 사람은 쓰다고 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같은 사람일지라도 계절이나 몸의 상태에 따라 맛있다고 느끼는 지점이 달라지고요. (중략) 각자의 몸에 맞는 적절한 염분의 기준은 각자의 욕구에 따르는 것이 제일입니다.” - 다나카 레이코 "애쓰지 않는 요리" 중에서


처음에는 요리책에 재료의 양도 적혀있지 않아서 '이게 뭔가' 싶다가도 읽다보니 그런가보다 설득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간혹 뜬금없이 뭔가가 먹고 싶어지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우걱우걱 먹으면서 "식욕에 져버렸어"가 아니라 "내 몸이 이 영양분을 필요로 했던거야!"라고 자기합리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입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몸이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하다 보면 의외로 샐러드를 비롯한 건강식을 먹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샐러드 팩 만으로는 조금 심심하니 오이와 당근을 더 썰어넣고, 삶은 달걀 하나 슬라이스해서 얹으면 몸이 먹고 싶은 풀떼기 도시락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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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개교기념 행사에 참석하면서 얻어먹은 구내식당 밥상. 학교 생일이라 그런지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간만에 먹는 구내식당 밥이라서 그런지 아주 추억 돋네요 ㅎㅎ


생각해보면 이직하면서 구내식당과 작별한지 일 년밖에 안됐는데 굉장히 오래 전 일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점심 메뉴 고민 없이 주는 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렇게 나오는 밥의 퀄리티가 괜찮다는 것도 큰 행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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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살 너겟, 치즈볼, 콩나물 무침.


오븐에 구워서 그런지 일반적인 생선까스보다 좀 더 건강하게 느껴지는 대구살 너겟.


이것만으로는 너무 단조로운 것 같아서 치즈볼 남은 것도 함께 구워서 곁들였더니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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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새우볶음밥. 줄여서 달새밥.


요리법 자체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데 그냥 식용유만 썼는지, 파기름을 내서 볶았는지, 파기름 볶을 때 마늘은 넣었는지, 직접 마늘을 갈아서 썼는지 시판되는 간마늘을 썼는지에 따라 맛이 바뀌는 게 참 재밌습니다. 


게다가 새우도 좀 큰 놈을 손질해서 넣었더니 냉동 칵테일 새우와는 씹는 맛이 다릅니다.


프리미엄 달새밥이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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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수육 배달시켜 먹고 남는 걸 도시락을 싸왔습니다.


왠지 고기 + 밥은 너무 양심에 찔려서 끼워넣은 당근 스틱이 애처롭네요 ㅋㅋ


머릿고기에 소금 찍어서 반찬삼아 먹으면 어느 새 싹 다 비우게 되네요.


소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렇게 먹다보면 '딱 한 잔만 하면 좋겠다'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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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골레 스파게티.


옆에 밧드 가득한 스파게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번 삶으면 6~8인분 정도 만들어 버립니다.


1.5인분 정도 도시락으로 싸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온 가족이 한 접시씩 먹습니다.


질릴 법도 한데 이틀 정도면 싹 다 없어지는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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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허겁지겁 나온 다음 파리바게트에서 닭가슴살 샐러드만 하나 구입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암만 봐도 너무 조촐한지라 마트에서 부시맨 브레드를 사서 사무실 냉장고에 박아놓은 크림치즈 발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습니다.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으면 한 개 먹을 돈인데, 부품(?) 따로 사서 조립하면 두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밌습니다.


샐러드도 직접 만들면 네다섯 개도 가능하겠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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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밥,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양송이버섯과 브로콜리 볶음.


양송이는 오랜간만에 먹습니다. 아이들은 양송이를 싫어하는데, 어릴적부터 오뚜기 양송이 수프를 맛있게 먹은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됩니다.


살짝 데친 브로콜리와 양송이를 볶다가 굴소스와 매실액 뿌려서 섞으면 세상 맛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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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심플한 토마토 스파게티.


그냥 시판 소스만 부어서는 맛이 심심하니까 케첩 한바퀴 돌리고, 타바스코 소스 좀 치고, 우스터셔 소스(리앤페린스 오리지널. 우스타 소스 아님!)를 몇 번 뿌리면 깊은 맛이 납니다.


도시락통이 보기보다 꽤 많이 들어가는데, 꽉꽉 채워넣은 스파게티 2인분이 순식간에 사라지지요.


이렇게 스파게티 사라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간 4월.


어느덧 다가오는 무더위가 슬슬 무서워지는 5월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