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왕도둑 호첸플로츠"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김경연 옮김. (1998) 비룡소. 


"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2025)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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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아동소설 "왕도둑 호첸플로츠"에는 감자 요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악한 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이 등장합니다.


어찌나 감자 요리를 좋아하는지 책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점심 식사 때는 으깬 감자를 일곱 그릇이나 비웠고, 저녁 식사 때는 양파 소스를 친 감자 경단을 일흔여덟 개나 해치웠"을 정도지요.


그러고도 부족해서 감자 튀김과 감자죽(수프)를 연달아 먹어치우는, 그야말로 감자홀릭입니다.


저 역시 맥모닝의 본체는 맥머핀이 아니라 해쉬브라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감자를 좋아하는지라 어렸을 적 이 부분을 읽으며 침을 꼴딱꼴딱 삼키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했던 것은 감자 경단이었지요. 다른 감자 요리는 다 먹어봤지만 독일식 감자 경단은 어떤 음식인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예전같았으면 그 정체를 밝히는데 한참 걸렸겠지만 요즘에는 AI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금방 찾아주니 아주 편해졌습니다.


"왕도둑 호첸플로프에 등장하는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이 먹는 감자 요리의 종류와 원문의 독일어 단어, 그리고 요리법을 찾아줘"라고 하면 바로 찾아주니까요.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요리, 카르토펠 클로세(Kartoffelklöße)를 만들어 봅니다.


재료는 감자 1kg, 달걀 두 개, 밀가루 100g, 소금 약간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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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은 마법의 성 부엌에서 짜증난 얼굴로 웅크리고 앉아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었어.


그는 위대한 마법사였어. 사람을 어떤 동물로건 가볍게 바꿀 수 있었고, 똥으로 금을 만들 수도 있었지.


하지만 감자 껍질 벗기는 마법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 뭐야. 그렇다고 언제나 국수하고 보리쌀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러니 좋건 싫건 이따금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감자 껍질을 벗기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


-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대도둑 호첸플로프" 중에서


그렇게나 감자를 좋아하는 대마법사 츠바켈만이 마음껏 감자를 먹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감자껍질 벗기기라는 중노동을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도둑 호첸플로프가 주인공 소년 카스페를을 납치해서 노예로 팔아먹기 전까지는 마음껏 감자를 먹을 수가 없었지요.


카스페를이 마법사의 노예가 되면서 주구장창 감자껍질 깎는 기계가 되고 나서야 츠바켈만은 흡족할만큼 감자 요리를 먹게 됩니다.


껍질 깎는 칼이 있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감자껍질 벗기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싶지만, 작은 주머니칼이나 숟가락을 사용해서 옛날 방식으로 껍질을 깎아 본 사람이라면 이게 꽤나 사람 울화통 터지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분기와 물기가 있어 미끌거리는 데다가 울퉁불퉁하고 싹눈을 도려내기까지 해야 하니 대여섯개라면 모를까 책에 나온 것처럼 양동이 수십 개 분량의 감자껍질 깎는 일은 엄청난 중노동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가장 유명한 여행기, "보트 위의 세 남자"에서도 감자껍질을 깎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탄식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조지는 나무를 모아 불을 피웠고, 해리스와 나는 감자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감자 껍질 벗기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작업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이제껏 겪어 본 것 중에서도 가장 고된 작업이었다.


우리는 명랑하게, 거의 까불거리다시피 시작했지만 첫 번째 감자를 끝냈을 즈음에는 그런 흥겨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남아 있는 껍질은 더 많아 보였다.


마침내 껍질을 다 벗기고 싹눈까지 모두 도려내고 나니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 적어도 감자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없었다.


조지가 다가와서 감자를 한 번 들여다 보았는데, 거의 땅콩만 한 크기였다.


- 제롬 K. 제롬 지음. "보트 위의 세 남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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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껍질을 다 벗겨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크게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감자를 빨리 익히기 위해 4~6등분으로 자르고, 냄비에 물을 받아서 소금 한 줌 넣고 끓인 다음 감자를 삶아줍니다.


감자가 뜨거울 때 으깬 다음 달걀과 소금, 밀가루를 넣고 잘 섞어주면 됩니다.


원래는 넛멕(육두구) 가루도 조금 넣어주는 게 좋은데, 이게 워낙 애증의 향신료인지라 생략해버렸습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자주 쓰는 향신료가 아닌지라 항상 채워놓는 걸 잊어버리거든요.


그러다 가끔 감자 그라탕을 만들 때 "앗차차. 넛멕 사놓는 걸 또 깜빡했었네"만 계속 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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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에 밀가루를 좀 뿌리고 감자 반죽을 한 스쿱씩 떠올립니다.


손으로 하면 여기저기 다 묻어나고, 숟가락으로 하면 크기가 너무 작은지라 아이스크림 스쿱이 이런 작업하기에는 제격입니다.


사실 요리학교 다닐 때도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뜬 적은 한 번도 없었지요. 


항상 쿠키 반죽이나 으깬 감자 등을 일정한 양으로 보기 좋게 뜨는 용도로만 사용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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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나 조그만 공 크기로 떼어낸 반죽을 덧밀가루 입혀가며 둥글게 모양 잡고 끓는 물에 넣어서 익힙니다.


물을 팔팔 끓이면 감자 경단이 풀어질 수 있으니 거품이 아주 살짝 보글보글 올라오는 수준의 약불에서 15분~20분간 끓여줍니다.


카르토펠 클로세가 둥둥 뜨는 것을 보니 팥죽에 넣어 먹는 찹쌀경단(새알심)이나 수제비 만드는 느낌도 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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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익은 카르토펠 클라세를 건져서 물기를 빼고 파슬리를 살짝 뿌려서 먹어줍니다.


원래는 볶은 양파에 크림이나 육수를 졸여서 만드는 양파 소스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감자 반죽 안쪽에 생감자(!)나 빵을 채워넣고 삶아서 만두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처음 먹어보는 요리이니만큼 순수하게 카르토펠 클라세만 맛봅니다.


근데 음... 뭐랄까 상상하기로는 쫄깃한 감자떡이나 감자수제비 느낌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흐물흐물한 밀가루 반죽 느낌이라 그렇게 입맛에 맞지는 않네요.


뭐 엄청 맛이 없다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츠바켈만처럼 일흔 여덟개를 해치울 정도로 맛이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느낌입니다.


단순히 양파소스 찍어 먹는다고 맛있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떡이 아니라 만두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속에 넣을 고기나 크루통의 비중을 높이고 감자 반죽은 만두피의 역할을 하는 수준으로 얇게 조금만 써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오는 거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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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요리사는 레시피대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맛없는 것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 궁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왕창 쌓인 카르토펠클라세를 재활용해서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삶은 밀가루 느낌이 문제라면 확 구워버리면 해결되겠지 싶어서 경단을 다시 으깨고 마요네즈를 섞어 간을 조금 맞춘 다음 오븐에 넣고 구워버렸습니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쪽은 부드러운 식감인데, 마요네즈와 감자가 섞여서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내니까 신기하게 녹은 치즈 먹는 느낌이 납니다.


식빵 위에 얹어서 먹으니 아이들이 맛있다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네요.


감자 샐러드나 감자전만 보면 좋다고 환호하는 아이들이다보니 내 어릴 적 식성을 빼닮았구나 싶기도 하고, 이러다가 내가 카스페를마냥 감자껍질 깎는 노예 신세가 되는 거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