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2년 즈음의 여름.
친구와 함께 이글스 파크를 구경하러 갔다가 마침 대전시티즌 경기가 있어 관전하게 됐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치킨과 콜라를 끌어안고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이 채 10명이 안 되는 슬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친구가 자리에 앉자,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거 드실래요?”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우리에게 도시락을 내밀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치킨이 있어 괜찮다고 정중히 사양했지만, 남자는 끈질기게 우리에게 도시락을 권유했고, 이에 질려버린 우리는 감사하다고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혹시 돈 벌 생각 없어요?” 남자가 말했다.
“돈이요?” 우리가 되물었다.
“마침 볼보이랑 들것 요원이 부족했거든요. 한번 해보실래요? 일급 5만원 드릴게요.”
남자의 말에 혹한 우리는 먹을 것들을 들고 남자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조끼와 들것, 공 두개를 받아 든 우리는 드로잉 라인 근처에 앉아 잡담을 나누며 경기를 관람했다.
[뻥-]
K9 자주포가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공이 높게 떠올랐다.
남자가 외쳤다.
“주워와요!”
우리는 들고있던 공 하나를 경기장 안으로 던지고, 관중석에 떨어진 공을 향해 뛰었다.
[뻥-]
다시한번 k9자주포가 발사 됐다.
이번엔 우측 관중석 쪽이었다.
우리는 주운 공을 경기장에 던진 뒤, 새롭게 발사된 공을 향해 달렸다.
[뻥- 뻥- 뻥-]
김구라라도 방문한 것일까.. 계속되는 뻥 퍼레이드에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경기는 0:0 동점 상황.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기위해 지속적으로 계단을 뛰어 올랐기에 우리는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들것!”
한숨 돌리며 물을 마시고 있는데, 이번에는 대전시티즌 선수 한명이 공중제비를 두바퀴 가량 돌며 경기장에 쓰러졌다.
우리는 들것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섰고, 덩치 좋은 선수를 낑낑대며 들것 위에 올렸다.
‘이게 사람이야? 소야?’ 무거웠다.
진짜 조온~~~~~나 무거웠다.
안간힘을 다해 들것을 들어올렸을 때였다.
[털썩-] 소리와 함께 선수가 바닥에 추락했다.
“씨발!” 바닥에 떨어진 선수가 소리쳤다.
그렇다.
우리는 들것을 반대로 들어, 들자마자 들것이 접히며 선수가 추락한 것이다.
“씨발 아니, 프로 경기에 왜 알바를 쓰냐고!!!”
선수가 소리쳤다.
맞는 말이다. 왜 경험도 없는 우리를 당일날 현장에서 채용한 것일까...
우리는 거듭 죄송하다고 선수에게 사과했고, 들것을 뒤집어 제대로 드로잉 라인까지 데려왔다.
“조끼 주머니에 있는 거 뿌리세요.”
“...?” 무슨 소린가 싶어 주머니를 뒤져보자 뿌리는 파스가 나왔다.
그렇다. 우리는 볼보이+ 들것맨+ 의료진이었던 것이다.
선수의 발목에 파스를 조온~~~나 뿌리자, 선수는 옅은 신음을 흘리더니 화타에게 치료라도 받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하 생략-

그날 대전 시티즌은 4:0으로 패했고,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다시는 k리그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5만원을 들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다 걸고 실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