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소금 성당이 밖에 있는 게 아니었어? 이렇게 어두우면 찍어도 소용이 없다구.\"
보고타 인근에 있는 소금 성당. 온통소금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지하에 있었다. 눈 앞에 하얀 성당을 기대했던 카메라 감독님은 당황한 듯 했다. 소금 광산의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을 견디기 위해 지어진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애초부터 소금성당 촬영을 강력히 주장했던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진짜 이게 전부야? 이러면 촬영을 해도 쓸 수가 없는데.\"
처음 와 봤을 땐 그렇게 장엄하고 멋지더니, 두 번째(나는 이전에 온 적이 있었다) 방문인 내 눈에도 어쩐지 초라해 보였다.
\"진짜 짜요. 진짜 소금이예요. 우와, 짜다.\"
혓바닥으로 더러운 벽을 핥으며 소금이 맞아요를 외치는 나는, 누가 툭 건드리면 눈물이 뿜어져나올 것처럼 꽤나 위축되어 있었다.
\"빛이 너무 부족해. 찍기는 하지만 시간 낭비야.\"
카메라 감독님의 한숨이 새어나올 때마다 나는 울고 싶었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처럼 앙증맞은 소금성당이 눈앞에 펼쳐졌어야 했다. 헨젤과 그레텔의 초콜렛으로 만든집처럼 낭만이 넘쳐야 하는데, 너무나 심각했다. 소금 성당이 지하에 있는 것이 내 잘못은 아니잖아. 두 번째 오는 내라 미리 더 자세히 설명했어야 했다. 시간을 초로 나눠서 쓰는데, 나 때문에 하루의 절반 일정이 허투루 날아가 버린 꼴이 됐다. 사방에선 유황 냄새가 불쾌하게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이런 곳에서 햇빛 한줌 없이 소금을 채굴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 그들에게 신앙은 얼마나 절대적인 희망이었을까? 그들이 소금으로 십자가를 파고, 성전을 만들었다. 소금을 숨으로 들이마시며 하늘을 그리워했던 그 뜨끈한 신앙심. 그 마음을 먼저 살펴야 했는데 어두운 공간에서 나는 고개를 떨구고 죄책감에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소금이 이렇게 짠데 안 신기하세요?
\"이렇게 비가 오면 철수할수밖에 없어.\"
\"비가 오는 것도 나름 운치있지 않을까요?\"
\"한 시간 내내 운치만 있으면 채널 돌아가.\"
보고타에 온 첫날 우리를 반긴 건 차갑고 날카로운 빗줄기였다. 날씨와 시간의 싸움. 그리고 기대했던 장소에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걸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숨이 막힌다. 
\"촬영은 가능합니다만 인터뷰는 불가능합니다. 정해진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촬영은 가능합니다만 인터뷰는 불가능합니다. 정해진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그런 예상치 못한 사고는 황금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콜롬비아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황금 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황금 박물관은 재개장 공사중이었고, 임시로 문을 연 전지장은 그 어떤 직원도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촬영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요.\"
\"그러니까 촬영만 하셔야죠. 어떤 직원도 인터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콜롬비아 박물관에 대한 간단한 설명 정도면 됩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지금 없어요. 죄송합니다.\"
보고타의 일정은 완벽하게 망치는 중이었다. 숨이 턱 막혔다.
\"어, 이 정도면 그림 나올 것 같아. 괜찮네.\"
카메라 감독님이 갑자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굉장한데.\"
\"뭐야, 안으로 들어갈수록 전혀 달라지잖아.\"
카메라 감독님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송PD님의 얼굴도 환해지고 있었다. 어두운 복도와 터널을 지나고 또 지나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전이 찬란한 빛을 뚫고 우리의 시선을 붙들어맸다. 그 장엄함, 그 강렬함.
\"왜 이런 곳이 있다고 말 안 했어.\"
\"또 어둡다고 하실까 봐.\"
\"이 정도면 충분해. 굉장한데. 소금 성당.\"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당장의 어려움은 해결했지만 앞으로 이런 조마조마함이 한없이 계속될 것 같아 우울했다.
\"안 돼요. 어떻게든 인터뷰를 해야해요. 그냥 박물관만 보이는 걸론 아무 의미가 없어요.\"
황금박물관을 관장하는 국립은행 본사에 들어간 나는 1시간 이상을 매달렸다. 책임자는 또 다른 책임자를 소개시켜 주었고,그 책임자는 또 다른 책임자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중년의 여성과 마주하게 됐고, 나는 다짜고짜 \'아미고(친구)\'를 외쳤다.
\"한국에 콜롬비아가 소개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제발 먼나라에서 온 우리에게 기쁨을 주세요.\"
그 여인은 본사에 소속된 높은 직책의 임원인 듯 했다.
\"여기에선 정해진 사람만이 인터뷰를 할 수 있어요. 제가 그 중 한 사람이예요. 딱 30분 만이예요.\"
들어가기 위해 신분증을 맡기고, 철통같은 철조망을 두 번이나 지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삼엄한 본사에서 나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한 번 고비를 넘겼다. 내가 지루한 협상을 하고 있는 동안 이렇게 두 명의 감독님이 하염없이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남자의 불안한 어깨. 그 때 난 내 부질없는 불평을 끝내기로 했다. 나보다 더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그들에게서 느껴졌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고의 장면을 잡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낯선 거리에서 나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그 잠깐 동안 나는 한 팀이 주는 묘한 동료애를 느끼고야 말았다. 그래봤자 며칠 동안의 \'함께\'였을 뿐인데 나는 이들과 함께 잘 해보고 싶었다. 충분한 감동이었다. 날씨도 좋을 것이다. 좋지 않은 날씨여도, 한줌의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면 그들과 함께 심장이 터져라 광장으로 달려가 기쁨의 촬영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에겐 콜롬비아의 진짜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