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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아무래도 무리예요.”

일행 중 가장 기초체력이 잘 구비되었다고 자부했던 송PD님이 배탈이 나고 말았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괴로워하더니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시름거리고 계셨다. 예정대로라면 5박6일 밀림을 휘젓는 ‘잃어버린 도시’ 트레킹을 시작해야했다.

“하루를 낭비하면 큰일인데.”

낭비하면 안 되지. 아프다고 해서 일정을 송두리째 포기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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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바 베네치아’

새로운 베니스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원래 가려했던 곳이다. 트레킹 끝나고 가려 했던 것을 조금 당겨서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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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멀쩡하던 내가 출발전에 화장실 변기를 안고 주저앉았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오바이트를 하고 설사를 했다. 조짐이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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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떠 있는 섬. 보고타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양여관에 묵었을 때였다. 태양 여관 사장님은 우리에게 근사한 사진 하나를 내미셨다. 수상 가옥을 공중에서 찍은 항공 사진이었다. 이름도 베네치아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를 연상하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끝내주는군!”

이곳을 촬영한다면 특종 중의 특종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그 누구도 이곳에 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엄살이 많은 나도, 전혀 내 몸이 걱정되지 않았다. 아프면 어쩌지? 라는 걱정 보다는, 아파도 ‘절대 눕게 하지 않을 거야’라며 내 몸에게 협박을 하고 있었다. 늘 허약하다고 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면서도, 가끔씩 임신한 늑대처럼 매서워지는 나는 꽤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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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헤라’

배를 타기 위해, 낯선 마을에 도착했다. 이 지명을 기억하는 이유는 너무 지독해서였다. ‘따스한’ 단어와 정면으로 맞장 뜨는 마을 분위기 때문에 얼얼하게 머릿속에 입력되어 버렸다. 평소에 가난한 분위기도 얼마든지 즐긴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헐벗은 마을에 진저리를 쳤다. 윤기와 핏기 없이 창백한, 전염병이 휘몰아친 폐허처럼 쓸쓸한 곳, 따사헤라. 사진으로는 그 버짐처럼 탈색된 도시를 표현해낼 수가 없다. 가난의 공기와 의욕 없는 더러움은 당장 탈출하고 싶은 감옥 같았다. 어쨌건 여기서 배만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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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

뭐, 30만 원? 선착장에서 주기적으로 운영하는 배편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고, 배를 소유한 주인과 흥정을 해야 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했다. 가격 흥정하는 거라면 서툴기만한 나지만, 이 가격이 바가지라는 것쯤은 알겠다.

“15만 원. 그 이하로는 절대 안 돼요.”

긴 흥정으로 시간을 뺏길 순 없다. 꽤 못되어 보이는 배주인(이름은 판초다) 앞에서 난 더 못된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다.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긴 하는데 배는 떠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배에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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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다려야한다면 그냥 돌아가겠어요.”

나는 소리를 꽥 질렀다. 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구토와 설사로 신음하는 것도 억울한데, 파리 윙윙대는 무덤같은 마을에서 이리 방치되고 있다니. 창백해진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송PD님은 화낼 기력도 없는지, 웅크리고 앉은 채 졸고 계셨다. 동네 아이들은 병든 닭처럼 골골 거리는 우리 주위를 조용히 맴돌았다. 정말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얼굴과 미소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거짓말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저런 환한 웃음이 나올 수 있지? 똥오줌 다 받아내는 저 바닷물에 얼굴을 묻고, 물장난을 하는 저 아이들! 저리 건강한 웃음으로 즐기고 있다니. 그 것조차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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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난 생활력 강한 배주인은 조그만 통통배로 우리를 내몰았다. 기름이 덜 소모되는 조각배에다 모터를 옮겨다느라고 그리 지체된 것이다. 독한 양반.

“이 배로 가면 두 시간 반 정도 걸릴 거야.”

쓰러질 것처럼 괴로웠다. 그 불안한 배는 수시로 멈췄다. 어망에 걸리고, 엔진이 꺼지고, 방향을 잘 못 잡아 엉뚱한 데를 헤매기도 했다. 그동안 억눌렸던 자유를 한꺼번에 터뜨리며 조각배는 방황을 즐기고 있었다.

“미안!”

그럴 때마다 배주인 판초는 환하게 웃으며 시동을 다시 걸었다. 여차하면 이렇게 바다 한 가운데에서 뒤집어진 배에 매달려, 몇날며칠 고생하다가 고기밥이 될 분위기다. 그건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지금도 우리는 그 때 일을 이야기하면서, 하마터면 죽었을 거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 와중에 바닥에서는 바닷물이 끊임없이 솟구쳤고, 나는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조잘거렸으며, 판초와 송PD님은 번갈아가며 바닷물을 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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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말아야할 곳’

우리의 판단은 잘못 되었다. 우리가 지금 이 곳에 오려고 했던 근거는 항공사진 한 장 때문이다. 항공 사진을 보고 그렇게 흥분을 하다니. 항공사진으로 아름답고 특별하지 않은 곳은 없다. 우리가 매일 보고 지나는 한강도 항공 사진 속에선 장엄한 도심의 물줄기다. 수중마을. 웬만한 나라에 다 있는 수중마을이 뭐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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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시간 흔들거리는 배 위에서 보여지는 풍경도 볼품없었다. 누더기로 한껏 멋을 낸 돛단배가 유령처럼 가끔 눈에 들어왔다. 저 배들이 정박한 마을일테지. 공포의 시간 내내 배 위에서 시름거리면서, 더러운 짠물은 끊임없이 입속으로 침범했다. 버티고는 있지만, 모두들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 물릴 수 있다면 물리고 싶은 하루였다. 차라리 딴 곳을 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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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우리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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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바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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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롬비아의 베네치아가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턱없이 예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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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빨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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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눈에 보이는 가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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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러운 집과

                      이해할 수 없는

                    하늘처럼 푸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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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데.”

두 분의 감독님은 예상외로 흡족해 하셨다.

“물가에 있는 수중가옥은 흔하지만 이렇게 육지에서 먼 거리에 수중마을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 그리고 색감도 아주 예쁘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아프고 괴로웠다.

역시 항공사진이 주는 압도적인 이미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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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한 가정을 방문했다.

                

                \"왜 바다에서 살죠?\"

                \"물고기 잡기에 가까우니까.\"

                \"그게 전부인가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해?\"

 

                쓰러지지 않기 위해 바나나를 씹었고

                  나는 아이들과 고무줄 놀이를 했다

                      이 초라한 물마을에

                 학교와 당구장이 있다는 걸 알았고

                         구멍가게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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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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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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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있는 축구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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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물위에 떠있는

                         흙바닥에서 공을 몰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하늘을 이고

                           아래로는 바다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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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위에서의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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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나는 그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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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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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 있는 축구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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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장이 물 위에 떠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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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한 상상력

                   꿈과 현실의 알맞은 중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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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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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두 개의 베네치아가 있다

8년 전 호객꾼과 불성실한 가이드에게 하루 종일 시달렸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더럽고, 불안정하며, 이름까지 독립적이지 못한 콜롬비아의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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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에 더 눈부시게 자리 잡을 베네치아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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