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몽골방랑 -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
‘글쓰는 사진가’ 김홍희가 몽골의 광활한 대지를 걸으며 만난 사람과 자연을 사진에 담고 글로 기록한 책을 펴냈다. 사진은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부딪치고 소통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믿음 아래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멘토로 활동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광활한 몽골의 대자연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갔다. |
서투른 사내 |
| 바깥에는 내 생에 한유했던 어떤 비밀의 오후가 멈추려 했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의 셔터는 깜박이는 눈과 같다. 어떤 것을 보는 순간은 뜬 눈이지만, 메모리가 되는 시간은 눈을 깜박이는 탄지의 순간이다. 그러니 실제로 촬영되는 어떤 광경이란 실제로는 사진가가 보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것이 카메라의 숙명이자, 사진가의 운명이다. |
자유인의 나라 |
| 그러나 세 번째 셔터가 끊어지려고 할 때 파인더 속의 여자아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모퉁이 담벼락 뒤로 사라져버렸다. 셔터가 두 번 끊어지고 아이가 고개를 돌린 시간은 채 일 초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짧은 순간 우리의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나는 검은 머리 아이를 쫓아갈 수 없었다. |
사막의 빗방울 |
| 항상 머릿속으로는 최악의 상태를 상정해두고,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런 가벼운 마음의 표현이 바로 스마일이다. 사람을 만나도 스마일, 뜨거운 바람을 만나도 스마일, 말 없는 바위를 만나도 스마일...... 그것이 길을 떠나는 궁극적인 자세이다. |
광야의 이정표 |
| 광야로 떠나나 것은 잘한 일이었다. 대화를 떠나 침묵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무엇을 보아도 감탄사를 터뜨리기보다 지긋이 그 속을 들여다보는 자신을 만나게 된 것이다. 세상에 귀한 것, 보지 못한 것을 처음 대하는 아이처럼 감탄사를 연발하던 나는 현상에 놀라지 않고 현상을 꿰뚫어 보는 자신과의 만남을 즐기게 되었다. |
글.사진 김홍희 시간과 공간을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철학이 깃든 작품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 김홍희는 부산에서 태어나 1985년 일본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사진학교 학생 신분으로는 전무후무하게 니콘 살롱과 올림푸스 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1년 나라 시립 사진 미술관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가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1997년 『암자로 가는 길』과 1999년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사진작업을 하면서 ‘좋은 사진이 담긴 멋진 책’이라는 유행을 만들어냈으며, 단행본에서 사진의 중요성을 높였다. 2004년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날 때부터 프로냐?’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출간한 『나는 사진이다』는 문화관광부 교양부문 추천도서와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으며, 2008년 『MY PHOTOGRAPHY, MY VOICE』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이 출간되었다.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의 예술가 28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2008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니콘이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집 『세기말 초상』, 『결혼시말서』, 사진 산문집 『나는 사진이다』, 『방랑』을 펴냈으며, 『방외지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예술가로 산다는 것』, 『암자로 가는 길』, 『벼랑에서 살다』, 『인도기행』, 『인생은 지나간다』 등의 사진을 촬영했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으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시간 외에는 해운대와 청사포가 내려다보이는 작업실에서 사진 작업과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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