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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의림지, 호수의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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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소리가 강렬한 파문을 몰고 온다. 의림지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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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는 제천역에서 한눈팔지 않고 그대로 직선길을 쭉 올라만 가면 나온다. 1시간 가량 걸으면 닿는 곳. 딱히 푯말 같은 것이 크게 걸려 있지 않아 왼편에 있는 의림지를 보면서도 '어 그냥 호수네'하고 무덤덤하게 지나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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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부서지는 호숫가의 파문. 물에 닿을 듯 고개숙인 나뭇잎 줄기가 그림자를 수면에 드리운다. 바다에서 난 소년에게 그것은 바다와 또다른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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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였더라. 바다가 거친 야망을 보여준다면 호수는 잔잔한 감수성을 선사한다. 여기가 제천의 제1경, 의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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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오후의 의림지는 한적하다. 언젠가 시를 읊으러 찾아오면 좋을 것 같다. 마우병에 커피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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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호수 위로 비치는 파란 하늘.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진대도 이 곳은 그 나름 괜찮지 싶다. 아래와 위의 것이 너무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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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둥오리들이 노는 작은 세계. 서울 사는 사람으로서, 서울과 조금만 거리가 가깝다면 하고 욕심을 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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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대에 맞춰 흘러내리는 작은 인공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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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어느덧 석양 때가 가까워져 왔다. 내가 노리던 시간대다. 붉은 노을이 희석되어 에메랄드 물빛과 섞여들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보석이 빛으로 부서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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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함께 다시 찾아왔으면 하고 생각했다. 내게 당신이라 부를 누군가가 생긴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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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탔다. 바로 아래 정류소로 내려오는 버스. "제천역 가요?"하고 묻고서 그냥 잡아탔다. 15분 거리다. 도보로 1시간, 버스로 15분.
 
다시 오게 되면 그 땐 버스로 찾아가겠지. 또 걸어서 올라갈 용기가 없다. 하긴, 걸었던 덕분에 솔방죽을 건졌지만.

모르지. 아주 여유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땐 다시 걸어갈지도 모른다.
 
저녁 6시 6분발 청량리 행 열차 표를 끊고, 제천역 플랫폼에서 이별을 준비한다. 붉어져 오는 제천 하늘.
그렇게 난생 처음 찾은 제천에서의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