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피스코(Pisco)
5시 반 칼기상.
약간 선선한 바람과 거센 파도소리에 조금 일찍 잠에서 일어납니다.
안개가 조금 껴있지만 해가 제대로 뜨면 금방 걷히겠군요.
라이딩 준비 완료!
그렇게 떠나려는데...
어디서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어제 왔던 디빙 아저씨가 아침 산책을 또 나왔군요.
어디로가냐, 밥은 먹었냐 이것저것 묻는데
대화시간이 조금 길어져서 제가 가지고 있던 과자 하나 드리고 얼른 자리를 떠납니다
짬처리
페루 건물들의 특징이라면, 뭔가 공사중인 건물들이 엄청 많았다는 것입니다.
공사 '중'이라기 보다는, 공사하다가 만 그런 건물들...
그냥 그정도만 지어도 살수있겠다 해서 그냥 사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간이 판매대를 발견해서 또 부족한 수분을 보충합니다.
물구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인데 좀 더 큰 페트병을 사야하지만
자전거에 거치해둘 곳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바나나는 뭐랄까...
좀다 단단하고 시큼한 맛이 납니다.
그래도 먹을만 하네요.
대충 배를 채우고 어느정도 달리다 뭔가 앞바퀴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펑크가 나있습니다.
펑크를 때울려고 가방을 뒤지다가 아차싶었던게 공항 검역대에서 걸릴까봐 한국에서 본드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행이 여분의 튜브를 두개 가지고 있었지만 일단 마을에 들어서면 본드부터 구해야 겠군요.
저 멀리 엄청난 크기의 언덕이 보입니다.
알라후 앜흐바르
기념사진인데, 마치 테러리스트처럼...
저렇게 감싼 이유는, 사실 어제 아무 대비도 안하고 맨다리와 맨팔을 드러내고 탔다가
온통 태양빛에 화상을 입어서 잘때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죠.
썬크림도 있긴 했지만 워낙 피부가 지성이라 최대한 천으로 가리는 쪽을 택합니다.
저 모래언덕을 저렇게 깎아놓고 방호벽같은것도 안세워두다니
옆에는 누군가의 무덤이 작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뭔가 사막의 느낌이 제대로 나는 것 싶어서 한 컷.
음.
남의 무덤에서 이게 뭐하는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이분의 무덤에 있는 식물에게 가지고 있던 물을 조금 나누어 주었습니다.
절 저주하지 마시길.
화성을 개척한 듯한 도로입니다.
계속 모래와 돌이 언덕으로부터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섭구나.
멀리 바닷가 마을도 보이네요.
어제보다 더 황량한 사막이 펼쳐집니다.
먼지 입자도 뭔가 두터워져서 모래가 부딪히는 느낌이 납니다.
와카치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리조트를 조성하려다 실패한건지, 짓다 만 건물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기서 하루 캠핑하면 정말 꿀인데 말이죠.
지금 자기엔 시간이 너무 이릅니다.
그렇게 황량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농사가 지어지는 곳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일조량은 좋아서겠죠.
내츄럴하게 사는 온갖 가축들.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하군요.
이렇게 건조한 곳에도 흐르는 강물이 존재합니다.
뭐 대충 봐도 수질은 장담할 수 없지만
널찍한 갓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니 어느덧 점심먹을 때가 다가옵니다.
그러나 약 1~2시간동안 식당이 나오는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풍경은 볼만한데...그래도 뭔가 배를 채워야 여행하는 기분이 나는데
그러다 한 작은 판매대를 또 다시 발견합니다.
먹을만한 것이 녹록치 않은 그런곳이었는데, 워낙 배가고파서 아무거나 대충 사서 먹기로 합니다.
딸기를 우적우적 씹어먹고 있는데 가게 아들내미로 보이는 꼬마가 정말 내츄럴하게 놀고 있네요.
뭔가 어린녀석이 확고한 신념을 가진듯한 표정으로 저를 응시합니다.
...잘생겼잖아?
낡은 자전거와 고양이
꼬마아이가 계속 확고한 신념의 잘생긴 강아지를 괴롭힙니다.
뭔가 뒤바뀐듯한...
대충 배를 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식당같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도로에 도착.
걸신이 들린건지 여기서 또 밥을 먹기로 합니다.
뭐, 딸기 몇개가지고 배가 차겠습니까.
그늘을 막아줘서 시원하기도 했고,
음식도 굉장히 먹을 만 했습니다.
밥을 시키면 마실만한 것을 공짜로 주는 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수질이 안좋아서 인지 그냥 물은 안나오고 항상 차의 형태로 내오더군요.
밖은 구름한점 없어 정말 태영빛이 뜨겁습니다.
천천히 밥을 먹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Coreano?'라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사진을 찍어 달라는 단순한 부탁인 줄 알았는데 저와 같이 찍자는 겁니다.
약간은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이었지만 안될것도 없기에 같이 찍었습니다.
핸드폰과 제 카메로 둘 다 사용해서요.
뭔가 이메일도 적어주고요.
주변 사람들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 웃어댑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긴 한데 페루에서 한류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인 관광객을 보면 종종 같이 사진찍자고 하는 상황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때 그 사실을 몰랐던 저는 자전거 여행자가 신기해서 사진 찍자는 줄 알았습니다.
자전거 여행 부심 쩌는듯.
밥만 먹었을 뿐인데, 나와서 배웅까지...
잘보고있는데 사진이 엑박이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