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가도 항구는 나올생각을 안합니다.
호수의 만.
이게 호수라니...이 만이 호수고 저건 바다같은데...
호수의 만인데 바다의 만같아서 만이 호수같네요.
저도 무슨소린지 모르겠습니다.
귀염둥이 어린양.
양은 진짜 겁이 많습니다.
지도를 보니 거의 다 온 상황.
저 마을 지나면 드디어 배타는 항구입니다.
항구에 도착!...했는데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잘못된 낌새가 났는데...
저 멀리서 할아버지 한명이 슬로우모션 걸어놓은 듯한 걸음걸이로
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이슬라 델 솔?"
하고 물어봅니다.
편도 100볼...우리나라 돈으로 약 18000원 정도...
예상외로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안갈수도 없는 노릇.
그런데 뱃사공도 딱 한명있고 관광객은 커녕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정말 계속 뭔가 모를 위화감이...
어쨋든 이슬라 델 솔만 가면 되는거니까...
배에 제 몸뚱아리와 자전거만 홀로 싣고 항구를 떠납니다.
아저씨는 작은 배로 모터보트까지 간 후
저를 태우러 왔습니다.
짐을 가득 실어서 그런지 더럽게도 무겁습니다.
자는 곳인건가
시끄러운 소리와 매연을 내며 보트가 이슬라 델 솔로 향합니다.
가면서 계속...
뭔가 이상합니다.
그래도 저건 확실히 태양의 섬이 맞습니다.
100볼을 받고 쿨하게 사라지는 노인.
이끼가 낀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맑았습니다.
일단 태양의 섬 초입만 봐서는 코파카바나와 크게 다른 건 없어보입니다.
좁은 길이 딱 하나 있었는데...이런 계단이.
분명 이 계단을 오르면 자전거로 갈 만한 비포장 길이라도 있겠지요.
패니어 4개 + 가방과 물통이 들린 자전거를 거의 10초에 한 두 계단씩 들어올리며 힘겹게 언덕을 오릅니다.
자전거 캠핑장에 맡기고 몸만 올껄...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떠올랐지만
이미 뒷걸음질 칠 곳은 없습니다.
들고 오를 수 밖에.
캠핑장에서 만났던 여행자는 자전거 가지고 가도 분명 크게 상관 없을 것이라고 했기에 굳게 믿고 산을 오릅니다.
"헥 헥...아 씨X"
오랜만에 웨이트 운동이라 입에서는 걸쭉한 욕이 계속 튀어나옵니다.
힘든것보다도 더 위화감이 들었던 건, 꽤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사람한명 보지못하고 건물 하나 구경하지 못했다는 것.
식당이나 숙소같이 보이는 건물이 한두개 있기는 했지만 사람이 있질 않아 장사를 하고 있는 건지도 알수 없었습니다.
산 위를 올라가니 저를 반겨 주는 건 비포장 길이라기도 뭐한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하이킹 코스.
전 서서히 여기는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바로 깨달았어야 했는데, 서서히 꺠닫았다니 정말 눈치가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셀카를 찍는 대담함.
하나밖에 없는 길인데,
말 한마리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저녀석 발에 채일까봐 무서워서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데,
저녀석도 처음보는 제 자전거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벌벌벌 떱니다.
서로 무서워서 서로 길을 막고 있는 상황...
결국 미친속도로 저 말이 반대편으로 도망감으로써 10여분만의 눈치싸움은 끝이 납니다.
그러나 그 말을 제끼고 오르는 길은 계속 계단입니다.
그때 저 멀리서 관광객을 한가득 태우고 이쪽으로 오는 배를 발견.
이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며 정말 저의 큰 실수를 포착합니다.

론니 플래닛에는 이슬라 델 솔에 정박지가 두곳이 있는데 파란색 점과 보라색 점이 바로 그 두곳입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식당과 관광지, 숙소가 모여있는 보라색 점에 위치한 차야팜파 라는 곳으로 가는데,
책을 대충 훑어보고 캠핑장에서 다른 여행자의 정보도 설렁설렁 대충 들은 저는
아무 생각없이 아무것도 없는 유마니 유적에 가까운 파란색 점으로 와버린 것입니다.
파란색 점의 유마니 유적에서 보라색 점의 차야팜파 까지 가는 길은 오직 걷거나 말을 이용해서만 갈 수 있고
저는 그 산길을 미친놈처럼 자전거에 짐짝을 가득 싣고 온 것입니다.
유마니 유적을 구경하기 위해 배를 타고 한가득 내리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미친듯이 론니 플래닛을 뒤져보니 론니플래닛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이상하게 정보를 인식하고
아무것도 없는 산길로 와버린 걸 알아버리곤
허탈한 마음에 길가에 털썩 쓰러져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아...병신아...병신새끼야...아...'
자기자신에게 미친듯이 욕설을 퍼부었지만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잘못도 제가하고 피해도 제가 보았으니
어찌보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참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충대충 성격이 언젠가는 크게 한번 당할 것 같았는데 그게 오늘이라니
이건 뭐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상황.
할아버지가 내려준 항구에는 다른 배는 하나도 없었고
차야팜파로 가자니 오늘안에는 힘들 것 같고
두시간 내내 무거운 자전거를 가지고 운동했더니 힘들어서 기운은 하나도 없고
일단 도움이라도 요청해보고자 멀리 보이는 식당으로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내려가는 길도 미친듯이 가파른 계단...
환장합니다.
너무 화가나서 자전거를 집어 던지고 풀밭에서 멘붕하는 중.
페달에 긁혀서 다리가 성한곳이 없습니다.
하...이게 뭐야...
허탈합니다.
티티카카 진짜 좋은 곳인데...
이런 오점을 남기기 싫은 곳인데...
정말 너는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새끼야.
다행히 힘겹게 내려온 계단 밑에는 코파카바나로 향하는 항구가 있습니다.
잠깐, 코파카바나!?!
20솔 정도에 코파카바나로 돌아가는 배.
...그렇습니다.
굳이 먼 항구로 올 필요 없이 코파카바나에서 바로 직행으로 이슬라 델 솔까지 오는 배가 있었던 겁니다.
다시 론니플래닛을 꺼내 뒤져보니 역시나 정확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난 도대체 무슨 책의 어느 부분을 본 것이란 말인가...
그 병크를 저지르고 자책하면서 오는 길에도
운전수가 운전을 발로 하길래 웃음이 납니다.
그러다가 스스로한테 '뭘 좋다고 쳐웃어 병신아'라고 또 되내이는...
그렇게 저의 뻘짓거리는 다시 코파카바나로 돌아오면서 막을 내립니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하는 거고
저 또한 많은 실수를 해오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날의 실수는 정말 제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낄 만한 정도의 것이였습니다.
정보를 대충 봐서 여행의 최고점을 찍을 수 있었던 태양의 섬이였는데
자전거 들쳐업고 들어가서 아무것도 못보고 뻘짓거리 하다가 다시 돌아와 버린...
정말 희대의 삽질.
밤새 자기반성하느라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똑바로 정신차리고자 마음먹습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제 자신 말고는 아무도 피해입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참 저는 병신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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