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라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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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웹서핑을 하고있는데,

이카와 쿠스코에서 만났던 오토바이 여행자 앤드류에게 페이스북 메세지가 하나 와있습니다.

라파즈에 있는 Colibri캠핑장에 있으니 저를 기다리겠다고.

제가 있는 캠핑장의 이름은 Oberland.

딱히 이 캠핑장에 더 오래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해

앤드류의 말을 따라 Colibri란 캠핑장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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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던 Oberland 캠핑장 보다도 약 5Km정도 더 내려가야 Colibri캠핑장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문제는 내려갈때는 금방 가서 좋은데...라파즈에서 나갈때는 그날 하루는 오르막길만 오르다 끝날 기세여서

나중일이 심히 걱정이 됩니다.

Colibri캠핑장은 Oberland와 달리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이미 쿠스코에서 만난 앤드류를 비롯한 몇몇 캠퍼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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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콜리브리 캠핑장의 장점은 압도적인 경치.

절벽 끝에 만들어진 캠핑장 바로 옆으로 엄청난 크기의 계곡 밑으로 몇몇 집들도 있고

아주 좁게나마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 여행자가 제게 "외계 행성에서 캠핑하게 된 걸 축하해"라고 말하더군요.

다만 가격은 Oberland와 같은 50볼(8천원 정도)인데 경치값이라고 생각해야겠군요.

또 저녁만 되면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 절벽 밑으로 텐트가 날아갈까봐 팩도 단단히 박아야 한다는 귀찮음도...

일단 오늘은 달의 계곡이라는 곳을 방문한 후 텐트를 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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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입구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글.

외국인들은 중국어랑 별다를게 없어보이나 봅니다. 중국어인줄 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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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 방문을 위해 출발.

일요일이라서 문을 안열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단 자전거도 있고 하니 직접 가서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중간에 닭한마리로 식사 해결은 덤.

2천 5백원 남짓한 가격에 닭과 밥이 함께 나오는 훌륭한 거리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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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 근처까지 자전거로 약 10분 정도.

오르막이 좀 많습니다. 올땐 내려왔으니 당연한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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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사이 너머로 보이는 라파즈 근처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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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예 데 라 루나

Vally of the Moon

달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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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는 상당히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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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더미로 만든 조각인 것 같네요.

허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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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달의 계곡 입장료는 15볼.

약 2천4백원 정도.

나쁘지 않은 무난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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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나 있는 입구를 지나면 왜 이곳을 달의 계곡이라고 부르는 지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달 표면 같이 울퉁불퉁하고 기괴하게 솟아있는, 바위도 아닌 흙더미들이

요상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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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낮이가 천차만별이라 이렇게 깊숙한 구덩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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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인지 표면은 바싹 말라 있고 가뭄이 든 땅처럼 금이 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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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라파즈라는 도시는 이런 기괴한 흙더미 위에 지어졌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많은 달의 계곡처럼 생긴 땅들이 평탄화 되었을 것입니다.

전부 없애기는 그 모양이 독특해서 일부만이라도 남겨놓고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지은 후 관광코스를 마련해놓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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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어떤 포인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경관을 구경하느라 시간갈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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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인것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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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좀 오거나 발로 밟으면 금방이라도 다 무너질 것 같은 흙더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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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바스도 정말 많습니다.

물론 걷는길은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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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규모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습니다.

걷다보면 조그마한 행성에 나라는 외계인이 큼직큼직하게 걸어다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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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SF영화는 여기서 찍었을것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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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근처 마을 먀야시야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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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으로는 차들이 지나다니는 큰 도로가 있습니다.

외래행성 분위기의 계곡과는 완전한 언밸런스를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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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건너서도 똑같은 계곡이 있는데 저곳은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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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 시내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고

칠레의 동명의 관광지가 더 유명한 탓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충분히 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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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척박한 곳에서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생명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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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현지인화 되가고 있습니다.

모든 자전거 여행자들의 로망 현지인화.

다만 옷을 안사입어서 완벽한 코스프레가 안되는 점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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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생긴 선인장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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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존스 느낌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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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잠깐 한눈팔면 발을 헛디뎌 크게 다칠수도 있는 그런 구멍들.

길로 지나다녀도 모래 알갱이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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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바스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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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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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곡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높은곳도 올라가 볼 수있습니다.

때문에 꽤나 숨이 들이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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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커보이는 구멍입니다.

실제로는 사람 한명도 안 들어갈 만한 그정도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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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만 지어놓은 길과 울타리가 계곡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조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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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군대에서 비온 다음날 나무 밑에서 이런 비슷한 형태를 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다만 크기에 있어선 상대가 안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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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높은곳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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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시면 사람들의 위치와 비교해 계곡의 크기가 대충 짐작이 가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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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샷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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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징그럽게 돌들이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으 환공포증;;; 다 긁어버리고 싶었지만 잘 참아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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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즐겁게 관광을 마치고 다시 한바퀴 돌아 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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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부족한 지역임에도 허접하게나마 정수기가 있길래 물 한잔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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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미술품을 파는 전시관도 있었지만 관심없어서 패쓰.

한때나마 공예과를 다니던 놈인데 이렇게 관심없기도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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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의 원래 지형환경과 기후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그런 곳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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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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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차들이 우회전하는 길로 쭉 가면 라파즈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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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 잘사는 동네의 흔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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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과 캠핑장 사이에 위치한 동물원 겸 어린이 놀이공원.

유치원 & 초등학생 때 어린이날 놀러가던 춘천소재 육X랜드와 비슷한 분위기.

뭐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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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벽에 그려져 있던 그림들인데 생각보다 레벨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그렸다면 정말 놀라운 실력이고, 아니라도 꽤 이쁜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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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무늬가 마치 남미 원주민 전통옷 무늬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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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안하게도 남미나라들은 자기나라만 딱 표시하는 경우가 많이 없었고

남미 통채로 그림을 그려놓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꽤나 강한 동질감이 있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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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 돌아와서 텐트를 치고 인터넷을 하며 띵까띵까 누워있는데

앤드류가 캠핑장의 다른 여행자들을 다 모아 웬 레슬링을 보러 간다고 합니다.

뭔 레슬링....?

저는 여행하면서 웬만치 유명하지 않고서야 제가 관심없으면 전혀 가지 않는 주의라서

레슬링따위 별로 보고싶지 않다고 앤드류에게 말했습니다.

앤드류는 제가 안간다고 말하니 알았다고 하다가도

몇초있다가 또 "너 가야돼 라파즈에 오면 레슬링은 필수코스라고!"

라고 또 설득하고

제가 고민하고 있으면

"여기 혼자 남아서 뭐할껀데?"

라고 또 설득하고

결국 저는 그 설득에 못이겨 앤드류 일행과 같이 레슬링을 보러가기로 자의반 타의반 으로 결정합니다.

도대체 무슨 레슬링을 왜 본다는 건지 알수 없었지만 뭐...

막상 가면 또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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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도도했던 캠핑장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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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 제 자전거를 엄청 무서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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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바라본 계곡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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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과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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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계곡 절벽 끝에 캠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낮시간대에는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 텐트안이 찜통이 되기 때문에 거기서 자는 것은 자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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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태양빛만 가릴 수 있다면 저런 해먹도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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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척박해보이는 곳인데도 밭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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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은 숙소와 공동부엌, 방갈로도 있었습니다.

방갈로는 한번 자보고 싶은데 가격의 압박이 심할테지요.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