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물고기 섬 -> 츄비카(Chuv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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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웬 물고기 섬 관리자 한분이 오셔서 텐트에 관심을 보입니다.

제가 텐트를 접고 자전거 짐을 싸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관찰하시더니

매우 신기하다며 엄지를 척.

자전거와 함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며 자전거 앞에서 포즈를...

근데 사진을 찍어도 가지는 건 저인데 이메일 주소도 안주시고 그냥 떠나버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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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섬을 떠나는 기념으로 저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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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받은 콜라들과 가득실은 물통으로 자전거는 천근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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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라 여행객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일찍이 물고기섬을 찾은 한두개의 지프들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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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섬을 뒤로하고 남쪽으로향합니다.

우유니를 방문한 후 저의 다음 일정은 우유니 남쪽의 알티플라노(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원 지대)를 지나

칠레 국경으로 들어가 칠레의 칼라마 라는 도시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칼라마에는 세계 최대의 구리광산 추키키마타가 자리해 있습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영화에서 체게바라가 방문했던 그 광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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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마치 사람 핏줄마냥 줄져있던 길.

어제보다 길이 좀 더 뚜렷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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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섬을 떠나 남쪽으로 가는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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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4시간째 똑같은 풍경.

지겹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말 정신이 이상해지는 기분.

이러다 미칠것 같은 생각에 핸드폰을 켜서 mp3를 들으며 가는데

같은 앨범이 무려 4번이 반복되고 있으니 더 이상합니다. 마치 약을 한것 같다고 해야하나

다행이 제가 끼고 있는 안경에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되어있지만 안그래도 햇살이 따가운데

소금표면에 반사되어서 눈뽕맞은 채로 계속 달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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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자체는 끝없는 평지라서 달리기는 정말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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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매달아 둔 물통이 자꾸 미끄러져 떨어져서 겁나 짜증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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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렸는데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저 멀리 보이는 물고기 섬.

멀리서 보니 마치 물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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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결정이 햇빛에 반사되서 파티클마냥 반짝입니다.

정말 눈이랑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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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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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덩어리가 여기저기 따개비마냥 달려있습니다.

손으로 떼려고 하면 은근히 단단해서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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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던 소금들이 점점 흙이 섞이는 걸 보니

육지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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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하게 흙색깔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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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가 다가올수록, 소금의 단단함이 조금씩 약해지고

녹아가는 얼음마냥 무른 소금바닥이 나와서 흙받이 없는 관계로

여기저기 사방으로 소금이 튀어대는 통에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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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확연하게 보이자 더 물러지는 소금바닥.

사진으로는 구분이 안가지만 단단하던 바닥들은 어느새 물이 섞여 반죽하다 만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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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를 나갈 수 있는 흙길이 형성되 있습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우유니 위에서의 생활이 끝이 나려 하네요.

우유니를 거의 4년 넘게 꿈꿔왔는데 막상 떠나려니 아쉽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우유니 위에서 더 이상 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구경도 충분히 했구요. 소금 위에서만 거의 2틀을 보내면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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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행사들의 투어 역시 우유니를 지나 다른 관광명소로 향하기에

이곳역시도 차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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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금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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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신기합니다.

먹으면 바로 사망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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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를 떠나기 전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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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이걸 언제 다 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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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기 그지없던 사막을 떠나니 다시금 나타나는 울퉁불퉁한 돌바닥 길.

웰컴 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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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에도 옆으로 소금들은 계속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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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간지나는 산.

화산이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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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너머로 보이는 산들은 죄다 저렇게 물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보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듯이 보이는데 이게 바로 신기루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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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몇개가 전부인 작은 마을을 지납니다.

제가 이용할 수 있는건 쓰레기통과 정말 간단한 요깃거리만 팔고있던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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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의 전체 지도가 굉장히 오랜 시간을 간직한 듯 서 있습니다.

빛바랜 지도이지만 그래도 위치파악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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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자잘한 마을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10~40km이내로 다다를 수 있어서 가까워 보이지만,

이런 상황 안좋은 비포장에서 30~40km는 하루 종일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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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망한 것 같은 알수없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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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 찾을 수 없는 곳이기에,

쉬어갈만한 좋은 그늘을 발견하고 점심을 대강 때우고 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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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은 그늘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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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굉장히 안좋습니다.

만들어놓은 길이 아니라 그냥 차들이 많이 지나가서 '생성'된 길 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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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북적이는 서울에서 살다가

이런 황량하고 공포심이 일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있노라면,

마치 다른행성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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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길은...

자전거 타기 최악의 길인 모래밭...

바퀴가 푹푹 빠져 전혀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

심지어 끌바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루에 20km는 커녕 5km도 갈 수 있을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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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그저 부럽기만 한 그런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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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량한 곳에 무슨 먹을것이 있는지 잘만 살아가고 있던 가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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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은 마을 근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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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진 않아 보이는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소금때문에 녹이 쓸까봐 가지고 있던 수세미로 자전거를 대충 닦아줍니다.

임시방편 수준이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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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그만 마을에 들어왔지만,

당연히 캠핑장같은건 존재할리 만무.

관광객을 위한 소규모의 숙소는 존재했지만 지금 딱히 침대위에서 자고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통조림 몇개로 배만 채우고 다시 마을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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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계속 이모냥...

비포장도 수준이 있는데, 이런 모래길은 비포장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일단 자전거를 탈수가 없으니...

DSC_0430.JPG 너른 황무지 위에서 갈림길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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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목적지 마을인 산 후앙(San juan)이 나옵니다.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임에는 분명하지만(15km)

이정도 속도로는 도저히 오늘 닿을 수 없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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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륜구동 차들이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어 응원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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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표지판을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옆에서 텐트를 칩니다.

미친듯이 불어대는 바람과 거친 표면의 돌맹이들로 애로사항이 꽃폈지만 어떻게든 팩을 박아넣었습니다.

불이 나지 않게 화덕을 잘 만들어 라면을 끓이기 위한 불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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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노숙자가 되버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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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야생라이프를 하려고 온 남미는 아닌데,

저도 모르게 이런 일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뭐, 나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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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금 우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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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를 지나서도 남쪽의 고원은 꽤나 큽니다.

중요한 건 우유니 밑으로는 포장도로가 전 혀 없다는 것.

지도에 보이는 훤한 고생길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여기선 방법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칠레로 넘어가는 수 밖에는.


11월 25일

추비카(Chuvica) -> 산 후앙(San j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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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곳에서의 캠핑을 마치고 아침 라이딩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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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지도에 분명히 표시된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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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도안되는 길이 국도라니...

여건이 최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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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모래에, 옆이 떨어져나간 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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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위에서의 사투가 계속됩니다.

빡세기가 전에 지났던 페루 아레키파 협곡 못지 않습니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