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아바로아(Avaroa) -> 비야 알로타(Villa Alota)
해가 뜨자마자 떠날 채비를 하는 그들.
일출 후에도 한참이 지나야 느긋하게 짐을 챙기는 저와는 다른 부지런함입니다.
뭔가 게으르게 보이기는 싫어서 저도 같이 일어나 짐을 챙깁니다.
으슬으슬 추운 바깥.
어제 꽤 많은 얘기를 했기에 금방 친해졌습니다.
다만 하루밖에 안봤는데 금방 헤어진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근처 슈퍼에서 초콜렛 몇개를 선물로 줍니다.
참 군대 있었을때 마냥 저런 과자 몇개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줍니다.
장비들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특히 지도를 넣을 수 있는 핸들바백은 굉장히 부럽더군요.
제가 달려온 길로 향하는 리차르와 루벤.
저는 그들이 왔던 방향으로 라이딩을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출발지는 다른 누군가의 목적지.
화이팅입니다.
아바로아 근처에 있던 엄청난 높이의 산.
화산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키작은 풀 몇개라도 있었던 전의 황량한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정말 야생 그 자체.
간혹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지프들이 있었을 뿐...
그래도 오늘 길은 어제보단 단단한 땅이 많아서 라이딩하기 한결 수월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그런 풍경.
하긴 지구가 이렇게 넓은데, 이런곳이 수두룩 하겠죠.
지구상에서 완전 반대편인 남미의 굉장히 높은곳이니,
살면서 제가 살던곳과 최고로 멀어진 날이었을 겁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점심이 되기 전 사고가 난 차량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경찰과 사람들이 몇명 와서 상황을 보고 있지 싶었는데
차안에 사람이 죽어있더군요;;
처음엔 그렇게 심하게 훼손되지 않아서 시체인줄 모르고 차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명백했습니다.
죽은 사람을 태어나서 처음 본 지라 섬뜩함이 들기도 했지만
페루, 볼리비아 사람들의 운전습관이 어떤지 대충 알기 때문에
왜 사고가 났는지 안봐도 알 것 같은...
이제 저와는 크게 관련없는 나라이지만 그래도 운전좀 안전하게 했으면.
예상외로 물이 흐르는 곳이 몇몇 보였습니다.
어디서 흘러나오는 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주민들과 야생동물에게 꿀같은 곳이겠죠.
저도 잠깐 멈춰 발도 씻고 세수도 하고
그러다 라면도 끓여먹기로 합니다.
취식 준비.
뭔가 돌을 모아서 화덕 만드는 일에 굉장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물에 발담그고 먹는 라면.
물 상태가 먹기에 완벽한것은 잘 모르겠으나 팔팔 끓였으니 큰 문제가 없으리라 봅니다.
멀리 절벽이나 기암괴석 따위가 보였습니다.
하늘은 진짜 넓군요.
흔하게 볼수 있었던 라마나 알파카들.
웬만한 녀석들은 사람들이 키우는 것들입니다.
묘하게 생긴 돌무더기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냥 계속...
이런 길의 연속...
지나가는 차도 몇개 없고
신나는 내리막길이지만 비포장이라 속도를 크게는 못냅니다.
길 양 옆으로 이렇게 생긴 바위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어쩌다가 저렇게 생겨먹었(?)을려나
아직까지의 라이딩이 할만한지 셀카를 찍는 여유도
고도가 높다보니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옷을 저렇게 입고 다닙니다.
병풍처럼 늘어진 바위절벽.
엄청난 길이입니다.
그 주변으로 작은 강이 하나 흐르고
그 위를 터전삼아 야생동물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작은 마을.
정말 별거 없는 작은 마을.
볼리비아의 작은 마을들을 방문할 때 느끼는 거지만
도대체 여기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궁금합니다.
그래도 작게나마 교회도 있었고
마을 입구도 있습니다.
사람이 한명도 안보여서 마치 유령도시 같습니다.
작은 구멍가게도 벨을 몇번 누르고 거의 3~40초 있다가 사람이 나왔으니
마을에서 길이 조금 헷갈렸으나
직감에 의존해 방향을 정합니다.
역시나 저녁에는 엄청난 속도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근데 오늘의 바람은 이상하게 등 뒤에서 불어옵니다.
남미에서 바람은 거의 북서쪽이나 정서쪽, 가끔 남서쪽에서 불어왔는데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오는 것이 뭔가 모르게 꺼림칙했는데
마침 지나가는 경찰차가 한대 있어 차를 세우고 길을 물어봅니다.
"니가 가는길은 우유니로 향하는 길이야. 칠레 국경으로 가는 길은 반대편이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온몸에 기운이 빠집니다.
지금 약 40분은 달린 것 같은데...그게 잘못된 길이라니
게다가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왔기 때문에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려면 역풍을 맞으며 가야 합니다.
표지판 하나 설치해두지 않은 볼리비아에 너무 화나고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돌아가는 내내, 볼리비아에 대한 극심한 분노 표출이 시작됩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욕들...거의 한두개 욕의 반복이지만
이성을 잃은 상태.
길을 포장해두지 못한건 나라가 가난해서 그렇다고 치지만,
이정표는 세워 둘 수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취약한 것들.
정말 이 볼리비아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분노가 끝이 없습니다.
지금은 여행이 다 끝나고 나니까 큰 감정이 없지만,
그때당시 느꼈던 분노는 정말 볼리비아 교통부장관 같은게 앞에 있었다면 앞뒤 안가리고 싸움을 걸었을 듯
갈때는 40분밖에 안달렸는데,
올때는 무려 2시간 반이 넘어서 다시 아까왔던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칠레 국경은 마을에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받고 힘도 다 써서 더 이상 밟을 기력이 없습니다.
시간도 많이 늦어서, 마을에서 대충 잘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숙소도 없고 캠핑장도 없지만
마을 옆 공터에서 텐트는 별다른 문제없이 허락을 받습니다.
너무 고달픈 하루였습니다.
길 상태도 안좋은데 이정표도 없어서 정말 길을 안잃어버릴수가 없었던 곳.
11월 28일
비야 알로타(Villa Alota) -> 비야 마르(Villa Mar)
마을의 아침에는 그래도 몇몇 주민들의 왕래로 아주 을씨년스럽지는 않습니다.
어제와 같은 참사를 면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길을 몇번이고 다시 물어 재차 확인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갔는데,
이 볼리비아의 사람없는 곳의 길들은 하나같이 방향을 헷갈리게 합니다.
갑자기 두갈래로 갈리다가 다시 또 합쳐지고, 길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애매하게 생긴놈이
저 멀리서 갑자기 사라지고, 이정표 따위는 없고
물에서 홍학이 노닐고 있습니다.
확실히 야생동물 자체는 많이 보는 것 같네요.
대체 저 물 아래에 뭔 먹을것이 있단 말인가.
길 옆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얉은 천이 있습니다.
식사와 배설을 함께 하는 녀석들.
먹는것 위에서 그래도 될려나.
자전거가 다가가면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도망갑니다.
차들이 지나가는 곳인듯.
털이 북실북실한게 저녀석 것으로 이불만들면 따뜻하겠네요.
천을 한번 건넙니다.
길 상태는 최악입니다.
모래사장에서 자전거를 밀고 가는 그런 느낌.
걷는것보다도 느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약 3시간동안 아무것도 없었던 라이딩.
지나가는 차도 딱 한대, 사람이나 집같은 것도 볼수 없고 멀리 높은 산들만 보이는.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서야
다시 만나는 사람의 흔적.
또 느끼는 거지만 저기서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합니다.
물자 교류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어젯밤 잤던 마을보다는 조금 더 활기는 있어 보였습니다.
바다 마을...정도로 해석되려나.
가축이나 사람들의 식수로 쓰일만한 물이 옆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2화에서 계속)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