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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옆으로 이상하게 서 있는 절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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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가 매우 심플합니다.

지그재그모양의 오름길.

마을에는 몇몇 숙소가 보였지만,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판단되어서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 마을을 지나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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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마을을 나와서 얼마안가 바로 길을 잃습니다.

하...진짜 이나라 도로사정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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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지 않으려면 GPS가 필수인데

제가 들고있는 건 서점에서 구입한 3000천원짜리 지도가 전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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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제가 가던 길이 중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길이 없어진 곳에서 저는 자전거를 도저히 탈수 없는 곳에서

길을 다시 찾기 위해 몇시간 사투를 벌였습니다.

욕은 어제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욕이 아니라 입에서 오기가 튀어나옵니다.

여기저기 뾰족한 나무 가시들에 돌맹이를 밟아 다리는 온통 만신창이가 되버리고

자전거도 무거운 짐을 실은 상태에서 가시를 밟아대니 펑크가 안날리 없습니다.

차도 지나가지 않아 대체 어디가 길인지 알수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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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길을 다시 찾지 못하고 지친 마음에 일단 무식하게 몰아치는 바람부터 막아보고자 해서

버려진 집터 안에 들어가 텐트를 칩니다.

저런곳에서 자게 될줄이야....후

하지만 몰아치는 바람은 지붕이 없는 집 안에서 마치 소용돌이를 쳐서 전혀 바람을 막는 효과를 못봤습니다.

이래저래 고단하고 힘든 하루입니다.


11월 29일

비야 알로타(Villa Alota) -> 아바로아 국립공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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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펑크를 때우고 라이딩 채비를 합니다.

오늘은 제발 제대로 된 길을 만났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많은 걸 바라는게 아니라, 길을 잃지 않게 이정표정도만 만들어놔도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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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 길이 왜 갈려져 있는건지, 어디로 향하는 건지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

그냥 저정도는 양반이고 저런 곳이 수두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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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직감과 지나가는 지프들로 대강 추측해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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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업힐을 오르다가 만난 실개천에서 잠시 세수를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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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볼리비아 아저씨가 사과를 하나 주고 쿨하게 갑니다.

오랜만의 과일이라서 그냥 입에서 녹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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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업힐.

제가 올라온 곳이 저 멀리 낮은 땅처럼 보이는 곳입니다.

계속 걷기만 합니다. 진짜 무식하게 가파른 언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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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를 타고 이동하는 관광객들이 잠시 멈춰서 힘을 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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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과자 요거트 등 줄수 있는 것들을 바리바리 모아서 건네줍니다.

길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사람들이 다 풀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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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양과 라마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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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무서워하지 않는 녀석들이

낯설어서 그런지 자전거만 보면 슬금슬금 도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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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달아놓은 리본 같은 것이 엄청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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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높은곳에서 흐르는 물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비가 아주 안오지는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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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게 소금이 깔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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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모래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상황.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왔겠죠.

길 상태도 저거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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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채취하는 공장같은 곳을 몇번 지나서

파우나 안디나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Nacional de Fauna Andina Eduardo Avaroa)

사무소를 지납니다. 칠레 국경과 바로 맞닿아있는 곳입니다.

왜 내는지 모르겠는 150볼(2만 6천원 가량)을 지불하고 공원안으로 들어갔지만 크게 상황이 나이질 건 없고

오히려 길의 상태가 모래가 더 많아서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데다가 업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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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얼마 못가 라이딩 종료.

오늘 제가 달린 거리를 지도로 대충 계산해보니 15km정도 됩니다.

하루종일 고생해서 온 거리가 고작 이정도라니...정말 답안나오는 상황.

그렇다고 엄청난 풍경이 함께 하는것도 아니고 이러다가 고생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 볼 것 같아서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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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히치하이킹.

무료로 할 생각은 없고 약 만원 안되는 돈을 지불할까 합니다.

지금은 그정도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너무 힘들고 모래때문에 푹푹 빠지는 이 길이 증오스럽습니다.


11월 30일

국립공원 -> 폴케스 온천(Pol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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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와 지불할 돈을 함께 적어놓아서 그런지,

아침에 지나가는 첫 트럭이 바로 차를 세우고 자전거를 실어줍니다.

저 높은 곳까지 패니어도 분리 안하고 통째로 들어올리는 운전자의 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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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통하는 운전자는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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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는 걷는 속도도 못내는 이 모래밭길위.

트럭도 속도를 못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속도는 비교가 안됩니다.

제가 가려는 곳은 폴케스 온천으로, 노천탕이 있는 곳인데 그곳은 절대 그냥 지나치기 싫어서

칠레 국경과 거리가 있지만 그곳을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뭐, 온천에서 좀 놀다가 거기는 사람이 많으니 또 차를 타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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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전거를 계속 끌고 갔다면 3일은 걸렸을 겁니다.

도로상태도 최악인데다가 어제 엄청난 업힐을 올라옴으로써 고도가 더 높아짐 ->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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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런 풍경입니다.

발목 언저리정도 오던 풀들마저 보이지 않는 그런 곳.

제가 가지고 있던 국립공원의 이미지를 박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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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없는 행성 어딘가에 불시착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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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앉아서 가니 또 나름 구경할 맛이 나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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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원래 루트와 조금 다르다며 폴케스 온천으로 갈라지는 길 위에 내려주는 운전자.

제가 또 몇십분 더 달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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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희끗희끗 보이는 것이 호수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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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색이 희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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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을 더 자전거로 들어가서야 만날 수 있었던 폴케스 온천.

돈까지 줬는데...좀 여기까지 데려다주지...

그래도 차를 탄 덕분에 많은 시간이 단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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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기에, 예상대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관광객들이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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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온천은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물에 손을 담가보니 정말 엄청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최적의 온도!

어떻게 이런 온천이 고도 4000m부근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위에서 솟아나오는건지

자연의 신비라는 흔한 말은 실은 이런 곳에 쓰여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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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부터 몇몇 명소를 거치면서 여행하는 지프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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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주변에는 숙소와 식당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온천을 이용하는 데는 약 500원 정도.

근처 식당에서 밥을 챙겨먹고 휴식을 취하다가 몸좀 담가볼까 하는 심산으로 나왔는데

바글바글하던 사람들이 한명도 안보입니다.

대부분의 투어 여행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이동하기 때문에

우유니의 물고기 섬처럼 점심이 지나면 모두 다른곳으로 가버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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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는 건...이 맑은 온천물이 전부 내꺼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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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길 위에서 고생만 며칠째 하다가

따끈한 물에 몸을 삶아주니 이거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물안경 없어도 물 온도가 너무 따뜻해서 눈속에서 눈도 마구 떠집니다. 겁나 신기합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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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다이빙도 하고 수영도 하고 마음껏 즐깁니다.

옆에서 관리하는 볼리비아 할머니가 그 모습이 웃긴건지 미소를 띄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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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넓은 호숫물이 전부 온천물에서 시작된듯 싶었습니다.

엄청난 곳이야...

하루만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동한 덕인지 기분이 급 상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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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주인이 밤에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면 식당에서 재워주겠다고 했으나

이미 텐트를 쳐버려서 급 귀찮아진 저는 그냥 근처 숙소 옆에 텐트를 칩니다.

원래는 숙소에서 자려고 했으나 풀방이라 어쩔수 없다고 해서 허락받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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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힘든 날이 지속됬지만,

풍경 하나만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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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가 마려 소변을 보려고 텐트 바깥으로 나왔는데,

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입니다.

맨눈으로 은하수가 보이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우유니에서 보지 못한 장관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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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진을 찍을 줄 몰라 잘 표현이 안되었는데,

정말 실제로도 저만큼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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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풍광에 할말을 잊은 상태.

어디가서 별 많다고 함부로 얘기 못하겠습니다.

그날 밤 본 별의 풍경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바라본 우주같았습니다.

이 머나먼 곳, 정말 엄청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