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칼라마(Calama) -> 멘도사(Mendoza)

비싼 칠레의 물가 덕분에 식당에서 음식 먹는것이 쉽지 않습니다.
볼리비아 페루에서는 전혀 부담없던 밥먹기가 뭔가 모르게 죄짓는 듯한 기분이 들게되는 칠레.
칼라마에서 멘도사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전 간단한 핫도그로 배를 채웁니다.
빨간색이 자전거 이동구간, 파란색이 버스 이동 구간입니다.
(자전거 여행인데 버스이동구간이 더 많아보이는 건 기분탓입니다.)
보시다시피 칼라마에서 멘도사까지는 엄청난 Km를 자랑하기 때문에 무려 24시간 버스를 타야 합니다.
자전거로 갔다면 약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가 걸렸겠군요.
중요한 건 칼라마에서 중부지방까지는 딱히 볼거리가 없다는 겁니다.
흥미를 느낄만한 것이 없는 지역은 빨리 벗어나는 게 속편하다고 판단했기에 버스에 오릅니다.

약 8만원 정도의 쎈 요금을 지불한 버스.
칠레 버스라고 딱히 더 좋거나 한 건 모르겠고 전에 페루에서 비싼돈 주고 탔던 버스와 비슷한 느낌.

몬스터트럭의 바퀴들을 옮기는 트럭이 지나갑니다.
트럭바퀴도 상당히 큰편에 속하는데 저 바퀴는...
이 사진을 보면 몬스터트럭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가실껍니다.

중간에 안토파가스타라는 해안도시도 거칩니다.
별것 없는 바깥풍경을 보다가 금방 기절...
20시간 정도 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내려서 다시 멘도사로 향합니다.
산티아고에서 바로 자전거로 밑으로 내려가지 않은 이유는 아르헨티나 돈을 환전하기 위해서도 있고
아르헨티나가 칠레보다 물가가 더 싸다기에 조금 돌아서 가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론 별 차이가 없었지만...)

멘도사까지 약 8시간이 넘게걸립니다.
버스만 30시간을 탑니다. 하지정맥 걸릴것같아...
12월 12일
멘도사(Mendoza)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밟는 아르헨티나 땅! ...이라고 하고싶지만
중간에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을 지났기 때문에 최초는 아닙니다.
역시나 들은대로 암환전 상인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깜비오? 깜비오?"(환전?) 를 외쳐댑니다.
암환전이 따로 있는 아르헨티나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여행객은 암환전을 이용합니다.
전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암환전을 없애겠다고 말한적도 있다고 하던데
경찰들이 보고서도 별말 안하는 것 보니 도루묵 됐나 봅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그렇게 막장이라던데
참 이번여행은 남미 최빈국(볼리비아) -> 물가 창렬(칠레) -> 경제 파탄(아르헨티나) 아주 다양한 경제체험을 하게 되네요.
돈을 환전하고 바깥에 나오니 오랜만에 보는 풀들이 반겨줍니다.
위쪽지방도 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 메마른 땅에 힙겹게 살아가는 작은 풀들이나 사람이 주거하는 곳에만 자라있는 나무가 전부였는데,
여긴 그냥 우리나라 같습니다. 아무짓 안하면 풀이 자동으로 자라는 그런 곳!
아르헨티나에 와서 처음 인지한 특징은,
낡은 차가 굉장히 많다는 것.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굉장히 쉽게 예토전생한것 마냥 다 쓰러져 가는 차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핏 들은 바로는 아르헨티나 자동차 수출입 관련 법이 매우 복잡하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런 연유에서 일까요.
멘도사는 와인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비슷한 위도에 있어
포도기르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저는 와인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
국내 최대 와인산지 답게 시내를 조금만 나오니 포도밭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또 멘도사에는 와이너리를 구경하라고 자전거도로도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아핫 땡큐일세
포도밭 기르는 용으로 쓰이는 그런 물인가 봅니다.
오늘부터 라이딩을 하는 건 아니고,
일단 현지적응도 할 겸, 내일 와이너리 투어도 할 겸
시내에서 좀 거리가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묵기로 합니다.
1박에 70페소(약 7천원 돈, 1달러에 12페스 환전 기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그렇다고 부담될 것도 없는 것 같아 숙박을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200원 가량의 돈인데, 지폐가 있습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는 동전이 매우, 아주 매우매우 부족한 나라입니다.
지폐의 최소 단위가 2페소인데, 1페소를 거슬러 받아야 할 때면 직원들은 으레 동전이 있냐고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눈초리를 주거나 아예 1페소정도의 사탕이나 껌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에는 동전의 실제가치가 동전의 액면가치보다 더 높아 사람들이 동전을 모아 녹여버렸다는 설명이...
게다가 2, 5페소는 잔돈으로 많이 쓰여 왕래가 많은 덕에 거의 대부분이 걸레 직전입니다.
흐물흐물한게 휴지조가리 수준.
아르헨티나 경제가 왜 막장인지 어느정도는 알수있는 한 단면이라고나 할까요.
12월 13일.
멘도사(Mendoza) -> 파레디타스(Pareditas)
한숨도.
단 한숨도 못잤습니다.
이곳은 제가 생각한 캠핑장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캠퍼들은 밤새 귀가 찢어질듯 스피커를 빵빵하게 틀고 무려 다음날 아침,
심지어 제가 일어나 캠핑장을 떠난 아침 11시까지 술을 먹고 놀고 있었습니다.
텐트 자리도 옮겨보고, 별 개짓거리를 다했지만,
이건 신경 안쓰고 잠을 청할 수 없을 정도의 스피커 볼륨이었습니다.
여기 2일치를 미리 결제했는데 이건 답이 없습니다.
악몽과도 같은 밤이 지나고, 저는 캠핑장 주인에게 찾아가 더이상 못자겠으니 당장 환불을 요구했고,
캠핑장 주인도 상황을 아는지라 일말의 대꾸도 없이 바로 하루치 돈을 환불해주었습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던 어젯밤.
어쩐지 캠핑장이 심하게 크다 했더니 여행객들을 위한 캠핑장이 아닌 우리나라의 수련원같은 곳인가 봅니다.
아르헨티나에는 캠핑장이 많다고 하던데 꼭 좋은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해가 중천인데도 술을 계속 먹으며 아침부터 고기를 구워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
저 시끄러운 곳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해 일단 달립니다.
아 이 얼마만에 보는 풀들과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들과 밭이란 말인가...
사막과 고원지대를 오가면서, 특별한 경치도 많이 봤지만,
너무나 황량한 풍경에 오싹함도 자주 느꼈는데,
사실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전의 장소들보단 좀 더 비슷한 이곳의 모습에 안도감이 듭니다.
사실 별다를것이 없을 테지만.
아르헨티나 대형마트에서 식량 보충.
전부 스페인어에 파는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나라끼리의 차이가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캠핑장을 급하게 나오느라 오늘의 계획도 세우지 않았는데,
관심은 없었지만 가는길에 자꾸 와이너리가 나와서 뭐하는 곳인지 한번 기웃거려나 볼까 하고 들어갔는데
마침 직원이 와인투어를 시작했으니 한번 와서 보라고 합니다.
어차피 돈내는 것도 아니고 와인 강매를 시키는 것도 아니라서 호기심에 뒤늦게 가이드를 향해 뛰어가봅니다.
아쉽게도 와이너리 투어는 스페인어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만,
사실 영어였어도 못알아듣거나, 알아들어도 안들었거나.
그랬을 겁니다.
오크통이 한가득입니다.
옛날 것은 아닌것처럼 보입니다.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대충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겠거니 합니다.
한국말이었어도 관심 없었을 분야.
와인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봅니다.
아직 포도 수확철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은 안보입니다.
짧은 설명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는 가이드.
이거 열면 와인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것 마냥 흘러나올려나
바깥에서는 좀 더 전통적인 기계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런것들은 못알아들어도 볼거리는 되서 좀 더 낫네요.
사무실 뒤쪽으로는 박물관 비슷하게 꾸며놓은 방이 몇개 있었습니다.
각지로 택배를 보내기도 하나 봅니다.
어렸을 때 로망인 지하실.
역시 와인숙성은 지하실인가.
유명인사와 찍은 듯한 사진일까요.
그림 잘그렸네요.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와인들.
꽤나 비쌀 것 같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무료 와인시식까지.
공짜좋아하다가 탈모갤 입성하겠네 그려
색이 참 이쁩니다.
맛은...제가 술맛을 몰라서 무슨맛인지 설명하기 힘든데,
솔직히 과 엠티갈때 사람들이 하나씩 사오는 그런 와인들과 별 반 다른것 같지는 않습니다.
텁텁하고 뭐랄까...붕 뜬 그런 맛. 모르겠네요.
와인판매도 이루어졌는데 제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해 놀랐습니다.
한병에 약 6~7천원 수준.
문제는 제 짐가방들에는 와인병을 넣고 다닐만한 자리가 없다는 것.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기념품은 아쉽지만 뒤로 하고 대신 옛날느낌의 오크통 앞에서
기념사진이나 한장.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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