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을 나오니 하늘이 꾸리꾸리한게 비가 오려나 봅니다.
생각해보니 비구경 한지도 꽤나 오래 됬습니다.
까브리니 와이너리.
짧은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멘도사 주변은 참 편하게 길이 나있어서 좋습니다.
이게 얼마만의 자전거 길인지...뭐 금방 끊기긴 했지만
와이너리 투어하러 오러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나 봅니다.
영어로 자전거 빌리라고 써있네요.
겁나 큰 와이너리.
한창 아스팔트 위에서 씽씽 달리고 있는데, 비가 한바탕 쏟아집니다.
비 피할데가 없어 주위를 둘러보다가
중량 초과 적재차량 검사하는 건물이 하나 보이길래 잠깐 몸을 피할 요령으로 지붕아래로 들어갑니다.
지붕밑에서 잠쉬 쉬고 있는데 검사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자신을 파코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던 것 같은 검사원 아저씨.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무튼 굉장히 친절하게 제게 이것저것 도와주셨습니다.
검사하는 건물 안에는 작지만 침실도 있고 화장실 부엌, 밥먹는 테이블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습니다.
영어를 할줄 모르는 아저씨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제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마침 부엌에서 나온 요리를 내오신 아저씨.
와 이게 얼마만에 먹는 짭짤한 요리란 말인가
사실 그전에 계속 씨리얼, 빵에 잼만 발라서 먹어서 뭔가 짠맛이 그리웠습니다.
맛은 기가막혔습니다. 빵쪼가리로 남은 양념 하나하나 다 긁어 먹었음.
매우 사이가 좋아 보이는 파코아저씨 부부.
우수아이아까지 간다니까 놀랍니다.
뭐, 버스도 탄다는 얘긴 구태여 꺼내지 않습니다.
환상깨트리는 기분이 들어서리...
마침 버스한대가 검사받으러 들어옵니다.
안에서 편하게 스피커로 대화하는 아저씨.
음. 은근 땡보인데?
소나기였는지 비는 금새 그쳤습니다.
출발하는 길을 마중나온 아저씨 부부.
볼리비아 넘어와서 현지인에게 처음으로 겪는 온정인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널찍한 도로를 통해 전진.
중간에 펑크도 한번 나구요.
소고기가 엄청 맛있고 엄청 저렴한 것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답게
어딜가도 고기를 구워먹는 화덕이 저렇게 자리해 있었습니다.
어제 캠핑장에도 수두룩하게 있었는데
정말이지 아사도(바베큐)의 나라.
덕분에 소고기 한번 원없이 먹어볼 수 있겠네요.
자전거 타고가면서 만난 한 라이더.
영어가 꽤나 유창했습니다.
이분한테도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스페인 단어를 알아갑니다.
계속 이런길의 연속...
식당에 들려서 4000원 정도하는 밥을 시켰는데
맛은 좋지만 소고기가 약간 질겼고
옥수수는 크기는 무식하게 큰데 맛은 그냥저냥입니다.
그래도 고기니까 다 해치워 버립니다.
서부 몰락지대?
한 식당 옆에 허락을 맡고 잔디밭 위에서 캠핑.
수도꼭지가 있어 참 도움이 됩니다.
잠못자게 계속 울음소리를 내던 말새끼.
12월 14일
파르디타스(Parditas) -> 아구아 델 토로 댐(Agua del Toro)
나라가 커서 그런지 모든길을 포장해놓지 못했군요.
실망입니다 아르헨티나.
중부는 참 볼게 별로 없는 곳입니다.
그냥 이런 끝도 없는 초원이 쭈우우우우욱 이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길 옆으로는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밤에 캠핑하기도 여의치 않을 듯.
또 펑크...쉬밤바
오전부터 이런 길만 4시간 넘게 달려왔습니다.
사실 힘들고 지치는 것 보다도 자전거 여행자를 힘빠지게 하는 건
별볼일없고 심심한 도로가 계속 되는 것입니다.
달리는게 아무리 좋아도 이런 풍경에서 몇시간을 계속 보내면 누구라도 지루함을 느낄테니까요.
거기에 길까지 안좋아 지면 정말 최악.
오프라인 지도를 보고 따라왔는데,
길이 갑자기 끊기고 흐르는 내천만 덩그러니.
뭐 길을 한두번 잃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짜증납니다.
그렇게 오늘은 길잃고 방황만 하다가 정말 사람한명 없는 곳에 갇히게 생겼습니다.
최소한 그런일은 방지해보고자 눈을 부릅뜨고 사람의 흔적을 찾습니다.
그러다 멀리 발견한, 뭔가 마을의 형태.
확실히 뭔가 살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니 마을이 아닌, 군부대 같은 느낌의 시설들.
기운이 빠집니다만, 그래도 허락받으면 캠핑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사람이 안보입니다.
그렇게 사람없는 건물을 여러채 제끼다가 한 작은 방에서 TV 축구중계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아저씨 두분이 나와서 제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자 호수와 댐을 관리하는 경찰들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 이상의 대화는 스페인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제가 마을이 어디냐고 묻자
여기 주변엔 없다고. 대신 제가 배가고파 보였는지
부엌에 가서 삶은 닭 한마리를 통째로 내옵니다.
여기 사람들 인심 대체 뭔가 싶고 안그래도 너무 배고픈 상태여서 뼈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닭 한마리를 삭제해 버립니다.
그모습에 감동(?)했는지, 아저씨는 나중에 가면서 먹으라며 가루 수프와 음료수를 더 주셨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이방인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그것도 어제오늘 이틀이나.
캠핑장에서 깎인 아르헨티나 이미지가 급상승합니다.
아저씨 말로는 근처 댐에 잘만한 곳이 있을 거라며 거기로 가보라고 합니다.
경찰서를 나와 좀 더 내려가니 확실하게 더 크게 보이는 댐.
그 옆으로는 낚시터로 보이는 입구가 있습니다.
저건 좌대아닌가?
호수 근처 낚시터에 내려오니 사람도 몇명 있고 작게나마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간이 슈퍼마켓도 있었습니다.
파스타 몇개와 WD를 사고 주인에게 캠핑여부를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잠자리를 찾았습니다.
허허벌판에서 자는 건 뭔가 무섭고 또 외롭기도 하고...등등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댐과 호수의 모습이 볼만합니다.
낚시를 위한 좌대들이 많았습니다.
저기서 한번 자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안전한 캠핑장소를 얻은 것 많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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