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말라르궤(Malargue)
호수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낚시하러 오가는 사람들도 없어서 고요하기 그지 없습니다.
호수색은 어찌나 푸르던지.
GPS를 보고 찾아낸 길은 댐 위를 지나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댐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좋군요.
댐의 크기는 어마어마 합니다.
뭐, 이 지구상에 이 녀석보다 큰 것들이 충분히 많겠지만,
기대를 하지 않고 발견한 볼거리라 그런지 굉장히 멋있습니다.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복잡하게 생긴 단계들이 줄줄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그냥 조그만 미니어처 같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계단같이 생긴거, 절대 계단 아닙니다.
고요한 댐 위에서 셀카한장.
방류는 오래전에 멈춘 듯 합니다.
엄청난 계곡.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제가 구경하는 내내 딱 차 한대만 지나가다가 사진한장 찍고 가더군요.
쓸쓸한 장소입니다.
밑에도 한번 내려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그러진 못합니다.
오히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버려진 분위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여기저기 터널도 많이 나있습니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인 듯 보입니다.
댐을 지나서 이제 다시 길 위로.
다시 비포장, 상태 에러한 모래길의 재등장...
고난이 예상됩니다.
아르헨티나는 알파카나 라마보다 말이나 소가 더 많이 보였습니다.
멀찍이서 쳐다보는 녀석들.
며칠 전후로 계속 펑크가 납니다.
마가 낀건지...
말라르궤라는, 한 작은 마을 근처에 다다릅니다.
흙탕물 색의 강 옆에서 하루 숙박하기로.
돌이 많아 자리 펴기가 쉽지 않습니다.
텐트를 치고 있는데 옆에 떨어져 있던 선글라스.
...뭐지...상태가 너무 좋은데...?
아빠 갖다주기 위해 안경집에 잘 챙깁니다.
왠지, 아르헨티나 넘어와서 굉장히 쓸쓸하고 고즈넉한 여행이 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날씨도 그렇고, 사람들도 많이 안보이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긴 했는데,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도.
자전거 여행이란게 원래, 하는 내내 즐거울 수만은 없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여행기간이 2개월이 넘어가면서 권태기 비슷한 것에 심심한 지역을 지나는 바람에
약간의 위기감이 찾아오는 듯 합니다.
심기일전이 필요한 상황.
12월 17일
말라르궤 시내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내는 북적북적하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
카바냐스 라는 숙소가 많이 보였는데,
일종의 펜션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여려명이서 묵는 숙소라 자볼생각은 엄두도 못냅니다.
관광 안내소에서 대충 지도를 훑어봅니다.
수많은 라마가 그려져 있는 걸 봐선 지겹게 보겠군요.
시내 중심부에는 놀랍게도 시립 캠핑장이 있습니다.
가격은 3000천원 가량.
와이파이가 된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카톡만 겨우 보낼 정도의 속도.
구글검색은 꿈도 못꿉니다.
텐트를 치고 잠시 볼일을 보고 왔는데,
충전해 둔 핸드폰 밧데리와 충전기가 사라졌습니다.
매우매우 기분이 더러웠지만, 아무리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도 엄연한 남미인데다가
제가 관리를 잘못한 책임도 있다고 애써 자책합니다.
덕분에 밧데리 두개로 3~4일은 충전없이 버틸 수 있었는데
콘센트를 바쁘게 찾아다녀야겠습니다.
말라르궤에서 휴식도 조금 취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과,
낚시도 시도해보기위해 싸구려 장비도 구입합니다.
12월 17일
유명한 체게바라 일행의 오토바이 남미여행 그림.
제가 가는 이 루트는 루타 꽈렌따(Ruta40)이라고 하는 아르헨티나에서 제일 유명한 길입니다.
아르헨티나를 북남으로 길게 가르기도 하고 볼거리도 많다고 하더군요.
제가 출발한 곳에서부터는 그닥 볼거리가 없어서 아직은 별 감흥이 없엇지만.
아, 루타 꽈렌타는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고 하는데 그건 몸으로 맞아보니 충분히 알겠습니다.
어딘지 모를 남쪽으로 계속 전진.
흔한 기암괴석들.
하도 지루해서 이런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듯.
풍경이 하나같이 스케일이 있습니다.
중간에 빵으로 요기도 좀 하고
강을 건너고
다리도 건너고...
그저 쭈욱 나아갑니다.
공룡뼈가 많이 나오는 곳이랍니다.
작은 마을조차 나오지 않는 곳에서 저 멀리 자전거 여행자 3명이 제쪽으로 오는 것이 보입니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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