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엔과
스테판, 아눅 부부.
프랑스 자전거 자전거 여행자이고, 길위에서 만난 그들은
물이 나오는 캠핑장소를 찾아 다시 제쪽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방향이 같았는데 알고보니 말라르궤 마을에서 저와 같은 캠핑장에 묵었더군요.
안그래도 한창 지루함을 느끼던 때였는데 이들과 같이 여행하면 좀 나아질 것 같아
동행을 제안하고, 그들은 흔쾌히 허락합니다.
스테판과 아눅 블로그에 올라와 있던 여행사진.
(http://allez-allons.over-blog.com)
드넓은 초원위에 집 하나가 홀로 자리해 있었고
줄리엔은 곧장 가서 유창한 스페인어로 숙박여부를 물어보았습니다.
친절하게 캠핑장소와 물 나오는 곳을 알려주는 주인아주머니.
귀여운 닭가족이 산책을 하고 있네요.
캠핑장소는 굉장히 평평하고 좋았지만,
이렇게 죽은 소 뼈다귀가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캠핑장소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바람이 세다는 것만 빼면.
줄리엔은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고 있었고,
스테판 아저씨는 리컴번트 였습니다.
아눅 아주머니는 그냥 저랑 똑같은 일반 자전거.
줄리엔이 6리터 짜리 물가방을 빌려줘서 나무뒤에서 샤워도 합니다.
씻기 힘든 여행길이 될 뻔 했는데 샤워 개 꿀맛ㅋ
모두 우수아이아로 향하는 여정이였습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니 살맛이 납니다.
혼자 잤으면 아무것도 아닐 심심한 곳인데도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뿐인데도 재미난 기억으로 남네요.
한바탕 비가 쏟아지더니 하늘에 생긴 무지개.
아눅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남편 스테판은 여행와서 사진을 많이 찍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불평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눅 편을 들어줍니다.
...여행와서 남는건 피부 타는거랑 사진밖에 없다고.
격하고 공감하는 아눅.
점프샷 도전.
실패.
오늘도 바람이 굉장히 붑니다.
12월 18일
리오 그란데(Rio Grande)
엄청나게 뜨거운 날씨.
그냥 햇살만 뜨겁던 볼리비아의 고원지대와는 다르게
공기도 뜨겁습니다.
아침 세면중.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자꾸 파리같은게 달려들어서 살을 뭅니다.
근데 이녀석들 마취를 안합니다. 그냥 물때마다 따끔따끔거려서 미친듯이 짜증납니다.
생긴건 파리같이 생기고 행동도 파리같이 행동하는데, 모기처럼 물고 마취를 안해서 따끔거리며,
심지어 손가락 퉁기는 걸로 한번 쳐내도 안죽고 다시 날아가는 미친 방어력...
거의 완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녀석들의 약점은 파리같이 날지만 몸집이 더 커서 약간은 굼뜨다는 것.
아눅은 썬크림 겸 벌레 방지제로 몸을 보호합니다.
저는...위는 어떻게 막아보았으나 다리는 무방비.
오늘 헌혈의 날이 되겠군요.
리오 그란데라는 강을 끼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파타고니아와 가까워지고 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물이 깨끗하지가 않습니다.
길은 비포장과 포장의 연속.
이런걸 퐁당퐁당이라고 하죠.
중간에 타조 비슷한 걸 봤다고 한참을 멀리 바라보던 줄리엔.
아눅 아주머니가 찍은 저의 모습.
피부를 조금이라도 보호해 보겠다고 이것저것 다 뒤집어 썼습니다.
장갑은 페루에서 구입한 녀석.
저걸 안끼면 손등에 화상을 입어서 피부가 걸레가 됩니다.
자전거 타고 가면서 대화하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줄리엔은 미친듯이 속도가 빨랐고, 스테판 아저씨는 미친듯이 속도가 느렸습니다.
아눅 아주머니가 저와 속도가 제일 비슷.
중간에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몇개 좀 사는데,
가게에 사는 개들이 우리 일행을 보고 죽일 기세로 짖어댑니다.
개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있던 저라서 돌을 들고 위협을 하니
이녀석들 도망가다가도 더 흥분해서 미쳐 날뜁니다.
근데 갑자기 아눅 아주머니가 다가가서 쳐다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해지는 개들...
...순간 드루이드 인줄.
아눅 아주머니에 테이밍된 개 한마리.
왜 나한테는 그렇게 못하니...
강물 색이 탁합니다.
깊은 골짜기로 거세게 흐르는 강물.
조금 무섭네요.
저만치 멀리 달려서 나머지 일행을 항상 기다렸던 줄리엔.
트레일러의 힘인지 허벅지 힘인지 몰라도 진짜 빠릅니다.
따라잡기 너무 벅찬 수준.
기념사진 안남기고 갈 순 없죠.
숨은 내 자신 찾기.
멀리 보이는 산들이 마치 비디오 게임이나 스카이림에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하자
정확하다며 공감하는 아눅 아주머니.
잠깐, 스카이림을 안다고?
아르헨티나 정말 땅 넓네요.
좁아터져 답답할 일은 없겠습니다.
사람 무는 파리의 모습.
3시경에 너무 햇살이 뜨거워서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는데 정말 떼로 달려들어 짜증나게 굴던 녀석들.
그래도 스피드가 떨어져 잡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한웅큼 잡아서 개미집에 기증하면서 줄리엔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좋아합니다.
...확실히 개미 입장에선 선물이 맞겠군요.
길 상태가 영...
몇몇 차들이 뿌연 먼지를 내며 옆으로 지나갔던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었던 오늘의 라이딩.
그들과의 대화가 더 기억에 남는 날이었습니다.
리오 그란데 강 옆에서 하루 캠핑.
줄리엔의 텐트는 군용같아 보였는데 해먹으로도 쓸수있고 나름 재밌는 장비입니다.
다만 비나 바람에는 조금 취약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미친듯이 부는 바람에 텐트가 날라갈 위험이 몇번이고 있었지만
끝내 혼자의 힘으로 해냅니다.
나중에 더 남쪽에서 부는 더 강력한 바람에 대비해 연습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사진찍기를 참 좋아하던 아눅 아주머니.
영어도 잘하고 스페인어도 잘하고...
유럽사람들은 언어배우기 참 편하겠습니다.

아눅 아주머니는 블로그에 저에 대한 설명을
"수건으로 항상 피부를 보호하고 둘세 데 레체를 꼭 챙겨먹었다"
이렇게 써놓았더군요.
출연이 너무 짧은것이 아쉽.
(둘세 데 레체는 아르헨티나의 카라멜 맛 나는 잼입니다.
이빨이 녹아버릴 정도로 단맛이 나는데 누텔라따위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 특징.)
정말이지 이 일행과 같이 오지 않았으면 정말 중도 포기했을 것 같을 그런 장소들.
12월 19일
저보다 훨씬 일어나는 일행들의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날려니 더 자고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만
같이 동행하려면 버리는 것도 몇개 있어야겠죠.
오늘도 길은 이모냥.
뭐 곧 아스팔트가 나오긴 합니다.
보기 드문 깨끗한 물의 호수.
한번 근처에 가보고 싶었으나 아르헨티나 땅들은 왜인지 죄다 펜스를 쳐놓아서
어디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과일을 좀 삽니다.
오늘은 바람이 진짜 진짜 세게 불어서 자전거를 도저히 세워놓을 수가 없습니다.
대체 이렇게 바람이 부는 곳에서 어떻게 사는건지.
너무 빨리 달리는 줄리엔과,
너무 늦게 오는 스테판 아저씨 덕분에,
중간지점에서 일행과 헤어지게 됩니다.
아예 빠르거나, 아예 다 늦으면 어느정도 맞출 수 있겠는데,
이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고민하다가 둘 다 놓쳐버렸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혼자 파타고니아 지역에 입성.
앞으로 계속 제가 있을 그런 곳입니다.
자연환경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하던데, 기대가 됩니다.
일행을 잃어버리고 다시 혼자 하는 캠핑.
꺠끗한 물이 나오는 아무도 없는 무료 캠핑장 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는데, 아쉽네요.
일행들을 어딘가에서 다시 또 만났으면 하고 기원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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