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에 반해 새들은 정말 얌전히 날아다니며 노닐고 있었습니다.

새 종류도 엄청 다양합니다.

정말이지...라 유니온 이라는 이름의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여행자가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장소는 지하에 있는 헬스장.

이미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이 와서 짐을 풀어놓은 상태였습니다.

콘센트도 있고 심지어 무료 와이파이까지...속도도 준수한 편.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이런곳에서 공짜로 잘수 있다고?
전혀 기대치 않은 곳에서의 호의덕분에 날아갈것만 같은 기분.
모르고 지나쳤다가 나중에 알았다면 크게 후회했을 듯.

저는 계단 바로 옆 바벨 헬스기구 밑에 자리를 풉니다.
여행자가 워낙 많아서 자리가 많지 않았는데, 딱 한자리 남아있던 곳이 바로 여기.

아늑한 잠자리가 금새 완성.

기념샷도 한장.
머리좀 잘라야 되는데, 한국 돌아가서 해야 겠군요.

와이파이도 공짜에 숙박도 공짜.
음식은 빵집이니까 그곳에서 해결하면 되고,
새들과 강아지가 노닐고
햇빛이 내리쬐는 집 안에 여행자들이 커피와 차따위를 마시며 담화를 나누는 곳.
정말 엄청나게 멋진 곳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먼저, 스포크를 고쳐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하지 못한채 팀 로이 부자와 헤어졌기에,
얼마 멀지 않아보이는 호숫가 캠핑장을 찾아가 맥주나 한잔 마시고 오기 위해 나옵니다.
맥주 6캔과 빵집에서 구입한 츄러스 몇개를 바리바리 싸들고 험한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캠핑장 또한 엄청난 곳이였습니다.
각종 고물과 팔레트(공사장에서 쓰는 나무팔레트)를 모아다가 놀이터와 각종 장식들을 만들어 놓은 곳이더군요.
엄청난 작업량입니다.

심지어 놀이터는 아직도 공사중.

캠핑장에서 팀,로이 부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캠핑을 하는것이 아니라 오두막을 하나 빌렸더군요.
맥주를 꺼내니 마침 캠핑장에서 맥주를 안팔아서 귀찮았다며 굉장히 고마워합니다.

온갖 잡다한 고물들을 모아놓은 캠핑장.
...혹시 운영하는 사람이 행보관님인지 궁금했지만
여자분이셨습니다.

뭐하나 버리지 않고 전부 어딘가에 쓰임새있게 배치해놓았습니다.

텐트치는 곳도 마치 인디언 오두막처럼 되어있네요.

옆으로는 큰 호수가 보입니다.

...대체 이런건 어디서 구해온거지?
자세히 보니 오토바이가 아닌 오토바이처럼 꾸며놓은 고물덩어리입니다.

디테일봐...
멋진 실력입니다.

엄청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빵집도 그렇고...

팀 로이의 부자가 빌린 오두막에 들어가 더 이야기를 하다가
어둑어둑해질떄 즈음 서로의 안전여행을 기원해주고 자리를 뜹니다.

돌아오니 몇몇 자전거가 더 보이는 것이
다른 여행자들도 찾아왔나 봅니다.

거대한 배낭을 보아하니 일반 배낭 여행자들도 온 듯.

곳곳에 작은 새들을 구경하는 잔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아늑한 침낭 안에서 인터넷 좀 하다가



밖에 나와서 새 구경도 좀 하고...
원래 내일 바로 우수아이아에 가려고 했지만
이런 멋진곳에서 하루만 묵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어차피 여행도 끝나가는 마당에 질릴대까지 있어보기로 합니다.
다음날.

의자에 앉아 여러명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길래 옆에 앉아서 웹서핑이나 하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축구하러 갈 꺼라고 제가 함께 할 것을 제안합니다.
군 시절 이후로 축구를 별로 안좋아해서 해본적은 없지만,
그냥 여행자끼리 함께 어울려 놀자는 거지 엄청난 축구실력을 요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아서,
또 때마침 인터넷 말고는 할께 별로 없어서 심심하던 찰나였기 때문에
일단 따라 나섭니다.

날씨가 우중충했지만,
모여서 신나게 축구를 시작.

항상 스페인어를 영어로 해석해서 알려주던 고마운 친구.

이 아저씨는 저만큼이나 축구를 못했는데,
그 동작때문에 모두들 웃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사뭇 진지.
네덜란드 아저씨였는데 키가 엄청 커서 허우적대며 공을 놓치는 동작이 압권.

빵집 직원과 뽀글뽀글 친구.
맨발로 하는거 괜찮냐고 묻자 브라질 사람들도 다 맨발로 축구한다며 아무렇지 않답니다.
제가 이렇게 물어본 것은, 저도 맨발로 한 1분 뛰다가 금새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도 한명 있었는데,
사람들이 박지성 일본사람 아니냐고 묻습니다.
역시 외국인들 눈에는 다 비슷해 보이나 봅니다.
우리도 그러니깐요.

작은 키 임에도 엄청 잘뛰던 빵집 직원 친구.
메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에서 메시의 존재는 상상 이상이더군요.
한번은 인터넷 카페에서 모든 선수를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메시로만 채워넣는 꼬마아이도 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브라질의 네이마르와 비교하면 굉장히 즐겁게 메시의 위대함을 어필하곤 했습니다.

저도 슬리퍼를 신고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벌어진 승부차기.
네덜란드 아저씨 만큼이나 개발인 저는 결국 골을 성공시키지도, 막지도 못했습니다.
축구와는 연을 끊어야 겠습니다.

그래도 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여행자끼리 모이면 참 좋은게, 친해지는데 있어서 아무런 장벽이 없습니다.
오히려 말이 안통한다는건, 그만큼 서로 경계할만한 허울이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한국에 돌아와서 말싸움 할 일이 많은 요즘이라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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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여행 잘들 하고 있으려나요.
굉장히 진하게 남는 기억.

톨윈에서 묵는 며칠간,
몇몇 여행자들이 파스타를 대형으로 요리해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공짜로 먹고 자고 인터넷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노닐면서
정말 이 여행을 끝내기 싫다 라는 느낌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도 나이이고, 돈도 다 떨어져 갔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습니다.
끝낼 때를 아는 것도 좋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여행 말미에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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