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올리비아 강(Rio Ol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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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도 같던 톨윈을 떠나는 날.

드디어 여행의 종착지, 우수아이아로 향합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기에, 서두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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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유니온 빵집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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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아이아 51km.

더 이상 100km넘게 갈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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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우중충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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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더 내려갈 수록 식물이 자라는 경계선이 점점 내려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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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고 널린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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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더 먼저 출발했던 뽀글 머리 친구를 중간에 만납니다.

일찍 출발하더니 꽤 가까운 곳에 있는 버려진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더군요.

빵집에 있을 때, 그의 엄청난(?) 장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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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와 물통을 연결해 만든 패니어로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근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장비로 여행하고 있으면 누군가 와서 말릴 것 같은데

저걸로 남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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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전거에 매달아 놓으면 제법 그럴싸합니다.

바퀴 스포크도 두개나 부러져있는 것이 함정.

그의 근성과 의지를 찬양할 수 밖에..역시 장비보다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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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무난한 길을 주욱 나아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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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내려다 보고있는 한 호텔 앞.

무료 캠핑장이 자리해 있습니다.

우수아이아와는 약 3~4km떨어진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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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하루는 이곳에서 자고 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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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좀 사볼 요령으로, 호텔에 들어가서 구입여부를 물으니

친절하게 영어로 빵을 팔지는 않지만, 너를 위해서 남는 것을 주겠다며

식당에서 적당히 큰 모닝롤 몇개를 가져 옵니다.

호텔 숙박객도 아닌데 잘 대해줘서 고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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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로 30분 정도만 나아가면 여행이 끝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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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냇물에 잠깐 손가락 정도만 넣어봤는데,

얼음장같이 차갑습니다.

여기서 뭔가를 하는건 도저히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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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안데스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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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프리 캠핑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12월 22일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Ushuaia, Fin Del m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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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채 30분을 달리지 않았는데,

우수아이아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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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죄수들 유배지였다고 하네요.

세상의 끝이니 그럴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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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오토바이, 배낭 여행자들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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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공장이나 덤프트럭도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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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비글해협, 뒤로는 안데스 산맥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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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날때 뭔가 벅차오르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사실 생각외로 무덤덤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따위는 역시 영화나 만화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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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묘한 기분은 남습니다.

무사히 끝냈다는 기쁨과,

이제 더이상 남미 자전거 여행은 없다는 아쉬움.

그간의 시간들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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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해협 너머로도 엄청난 산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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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쪽으로는 한창 구름이 지나가네요.

눈이라도 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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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행을 끝맺으려면, 세상의 끝 표지판 부터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여행의 마지막 체크포인트를 찍을 수 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세운 목적지이기 때문에 꼭 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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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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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도시 크기가 꽤 커서 찾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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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위치한 도시 답게 각종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킹크랩이 유명한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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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은 세상의 끝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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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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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나 주변 명소 곳곳으로 향하는 투어 사무실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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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진찍기 쉽지 않습니다.

꽤나 유명한 표지판 답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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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버스로 시내를 투어할 수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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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상의 끝에서 여행의 끝!

자전거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자갈이 가득한 길 위에서 힘들기도 했고,

물한모금 얻을 수 없는 황무지에서 지치기도 했으며,

위험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들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고,

식당도 구멍가게도 없어서 배도 고프고,

뜨거운 태양 때문에 손등이고 다리고 다 타고,

끈질긴 파리한테 온몸 이곳저곳을 뜯기고, 

방수가 잘 안되는 텐트 덕분에 비에 홀딱 젖기도,

낚시바늘 꺼내자고 물에 빠져 죽을 뻔 하기도,

돈이 없어서 가난하기도 했고,

신발이나 핸드폰 밧데리 같은 걸 도둑질도 당하고,

4000m넘는 고도에서 온몸이 덜덜 떨리도록 춥기도,

전부 말라 문드러질 정도의 뜨거운 바람에 미친듯이 덥기도 했지만


신나게 사막위를 달려보기도 했고

고대의 도시에서 웅장함을 느꼈으며

빙하 얼음위에서 높이 점프도 했고,

도시 한복판에서 사탕을 뿌려보기도,

소금위에서 하룻밤을,

아무도 없는 온천탕에서 수영도 했고,

쏟아질것 같은 은하수를 침낭삼아 자보기도 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건네주는 음식이나 과자따위에 행복해 했고,

심심치 않게 등장해주는 동물녀석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으며,

짚으로 만든 떠다니는 섬을 밟아도 보았고,

길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과 다른곳에서 재회하는 소소한 기쁨도 맛봤고,

제가 잡은 건 아니지만 깨끗한 빙하물에서 자란 송어의 살점도 경험할 수 있었고,

안데스의 웅장한 산맥을 따라 내려오면서 감상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식당에서 숙식을 제공해주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자지 않게끔 트럭을 빌려주고,

스페인어 할 줄 모르는 저를 위해 영어로 통역해주고,

만든 음식이 너무 많다며 조금씩 덜어주고,

힘들지 않냐며 차에 태워주고,

재미난 볼거리가 있다며 자신들의 여행에 저를 함께 해주고,

자전거가 고장났을 때 이틀을 함께 걸어주고,

같은 자전거 여행자라서 함께 동행해주고,

밥짓는 땔감이 부족해서 조금 더 가져다 주고,

자신이 달려왔던 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여행자들 끼리 모여서 함께 어울려 놀았던


그런 사람들을 만난 기억들이

제일 오랫동안 남을 것 같네요.

역시 먹거리 보다 경치, 경치보다 사람입니다.

자전거 여행을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


전 그렇게 무사히, 또 나름 재밌게 남미 자전거 여행을 마쳤습니다.

친한 형님의 드립을 인용하자면,

우수아이아에서 무사히 자전거 여행을 끝마친 나는 정말로 우수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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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은 호스텔에 묵으면서 끝이 났지만,

'여행'자체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남았고, 우수아이아도 조금은 구경을 하게 될테니까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티켓을 끊고,

그 날까지 우수아이아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