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신전을 대표하는 양대 건축물 중 하나인 룩소르 신전입니다.
처음 지은 건 아멘호테프 3세인데, 이집트의 건축왕 람세스 2세가 증건하면서 완성했습니다.
이집트 왕들이 다들 그랬지만, 람세스 2세는 자기 기록 남기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던 파라오였던지라 자신의 사원을 세우는 건 물론이고 이렇게 기존의 신전들을 증축하면서 은근슬쩍 자기 이름도 좀 파넣고, 자신의 석상도 좀 가져다놓고 했지요.
그래서 룩소르를 돌아다니면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이 바로 람세스 2세입니다.
입구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 태양신에게 바치는 기념비입니다.
오벨리스크는 원래 '태양신의 두 기둥'이라고도 불리며 신전 입구에 두 개를 쌍으로 세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힘깨나 쓴다는 서구 열강이 다들 하나씩 가져가는 바람에 이집트에는 5개밖에 남지 않았다더군요.
룩소르 신전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의 짝은 프랑스 콩코드 광장에 서 있습니다. 나중에 프랑스 여행을 가게 되면 룩소르 신전을 떠올리며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입구 좌우에 앉아있는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보이는 수많은 기둥들과, 그보다 많은 수의 벽화들과,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관광객들.
세계적인 관광지이니 관광객 많은거야 당연하겠지만... 정말 룩소르의 관광객 인구 밀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광객을 노리고 구걸하는 사람들과 물건 팔아먹으려는 사람들과 사기치려는 사람들이 수천년 전에 만든 성스러운 신전을 배경으로 어우러지며 이집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을 연출합니다.
돌로 만든 거대한 기둥들. 보통 기둥이라고 하면 천장을 받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건축물인데, 이집트 신전에 오니 그런 고정관념이 깨집니다.
'그냥 천장 없이 기둥만 세워놔도 이렇게 멋있구나'라고 압도되는 기분이랄까요. 상형문자를 해석하는 법을 알면 더 재미있을 텐데, 영어 읽기에도 벅찬 제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방금 입구에서 본 것 같은데 또 마주치게 되는 람세스 2세.
이쯤 되면 신의 분노를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회 증축하는데 헌금 많이 냈다고 기둥마다 자기 이름을 새겨놓으면 저 위에서 보기에 어떻겠어요. 그런데 이름 새기는 것도 아니고 툭하면 마주치는 기부자의 거대 석상이라니...
기둥 사이마다 서 있는 석상들. 두 석상은 다행히 파라오를 상징하는 이중관만 땅에 떨어져 있네요. 다른 석상들은 머리가 통채로 사라지거나, 아예 몸 절반이 파손되었거나 하는 수준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파괴의 흔적이 신전이 겪은 세월을 증명하며 관록을 더해주는 것도 같고, 또 어떻게 보면 무분별하게 방치된 문화유산의 어두운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참으로 애매합니다.
아름다운 모양의 석주들. 이런 기둥들이 신전 내부를 빙 둘러가며 공간을 만듭니다.
도대체 인력으로 어떻게 이렇게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모양의 돌기둥을 만들어 낸 것일까요.
또 다른 석주들. 아래쪽은 인간에 의해 훼손되고, 위쪽은 비바람이 쓸고 지나가며 상형문자를 희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돌기둥을 지나 걷다 보면 어느 새 신전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합니다.
룩소르 신전에서 볼 수 있는 스핑크스의 길. 원래는 이 길이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축제 때가 되면 카르낙 신전에서 살고 있던 신들이 이 길을 따라 룩소르 신전으로 놀러 와서 며칠동안 축제를 즐기고 돌아갔다고 하죠.
룩소르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것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카르낙 신전입니다.
이집트의 주신인 태양신을 모시는 신전답게 파라오들이 지속적으로 증건하며 아름다운 건축물로 거듭났지만, 로마 점령기에는 점차 사람들에게 잊혀지며 모래 속에 파묻히는 신세가 됩니다.
거의 1900년대에 다다라서 프랑스 학자인 조르주 루그랑이 발굴해낼 때 까지 카르낙 신전은 도굴꾼의 좋은 먹잇감이었죠.
입구 좌우측 벽면을 가득 메운 벽화와 상형문자들.
해석은 못하지만 대충은 짐작이 갑니다. 신은 위대하다, 파라오는 신의 대리인이다, 따라서 파라오는 위대하다... 뭐, 이런 내용이겠지요.
입구 저편으로는 카르낙 신전의 명물인 거대 석주의 회랑이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람세스 2세의 석상도 있습니다. -_-;;
발치에 조그맣게 조각된 여인은 람세스 2세의 아내인 네페르타리 왕비. 참으로 남존여비 사상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체 비율이 아닐 수 없네요.
그래도 람세스 2세가 워낙 왕비를 사랑한 까닭에 이렇게라도 함께 있는 모습으로 조각한 거겠죠.
룩소르 신전에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돌기둥들이 빼곡하게 서 있습니다. 파피루스의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고 하는 엄청난 크기의 돌기둥이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멋질텐데, 그 수가 백여개를 훨씬 넘는다고 하니 압도되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기둥은 물론 천장 부분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새겨진 상형문자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신들의 거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카르낙 신전에 높이 세워져 있는 오벨리스크. 더 높은 것은 하트셉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투드모세 3세의 오벨리스크입니다.
이렇게 사이좋게 서 있는 오벨리스크를 보면 그 둘 간의 불화설이 거짓이라는 주장도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다른 오벨리스크들은 세계 각지에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영국에도 가 있고, 터키에도, 이탈리아에도, 미국에도, 심지어는 이스라엘에도 한 개 가 있다고 하죠. 워낙 상징성이 큰 고대 유물이다보니 다들 하나씩 갖고 싶은가 봅니다. 그런데다가 앞서 말했듯이 현재의 이집트인들은 고대 이집트와는 문화적으로 단절된지라 오벨리스크에 그닥 애착이 없어서 여기 저기 인심 쓸 일 있으면 하나씩 선물로 안겨줬다고 하지요.
그런데 미국으로 입양된 오벨리스크라고 하면 당연히 워싱턴 D.C에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다시 알아보니 뉴욕 센트럴 파크에 있다는군요. 워싱턴 D.C의 오벨리스크를 보곤 '저 큰게 이집트에서 왔단 말이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벽에는 이렇게 벽화와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길쭉한 원형 안에 새겨진 것은 파라오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파라오들이 좀 치사한게, 자기 이름을 후세에 알리고는 싶은데 건축물을 세우거나 벽화를 팔 돈은 없고 하다보니
기존에 새겨진 파라오의 이름을 깎아내고 자기 이름을 새겨넣는 짓을 많이들 했다고 합니다.
그런 치사한 짓을 가장 많이 한 게 바로 람세스 2세.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에는 그야말로 불세출의 영웅으로 등장하는데 이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면 환상히 팍팍 깨져나갑니다.
그러면서도 후손들이 똑같은 짓을 할까봐 자기 이름은 무진장 깊게 새기도록 했지요. 그래서 지금도 람세스 2세의 이름이 다른 글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깊이로 파여 있는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고양이라면, 좋아하는 곤충은 풍뎅이(쇠똥구리)입니다.
이렇게 돌로 조각한 풍뎅이의 석상이나 부적을 스카라베라고 하는데, 다산과 풍작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지요. 이게 더 발전하며 오늘날에는 부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소문이 돌아서 카르낙 신전의 스카라베는 항상 그 주위를 탑돌이 하듯 도는 사람들이 줄 서 있습니다.
저도 열심히 돌아서 그 덕을 봤는지, 나중에 또 다른 여행을 위한 자금 만드는 데 운이 좋았지요.
신전 여기 저기 널려있는 상형문자 새겨진 돌 조각들. 이대로 그냥 어디 박물관에 가져다 놔도 좋을 정도로 멋진 벽화들이 사방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로제타 석의 도움으로 상형문자 해독에 성공한 샹폴리옹이라면 이 비석에 새겨진 내용이 뭔지 금방 해석해 내겠지만, 평범한 관광객 입장에서는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하나 읽을 수 있는 건 아래쪽 그림의 두 타원형이 투드모세 3세의 이름이라는 거네요. 하트셉수트 여왕이 죽고 나서 수시로 전쟁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시킨 정복왕이니, 자신이 승리한 전투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예상만 해 봅니다.
뒤로 돌아 본 카르낙 신전. 워낙 넓은 신전인지라 아직도 10% 정도밖에 발굴이 안 된 상태라고 합니다.
다 발굴되고, 더 나아가 복원 과정을 거쳐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되지 않네요.
수천년의 모래바람과 이교도들의 파괴 행위를 이겨내고 남은 모습만으로도 이렇게 경외로운데...
카르낙 신전을 마지막으로 룩소를 떠나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다시 야간운전으로 주구장창 달려 도착한 곳은 아스완. 숙소에 들어서니 이미 밤이 깊었습니다. 창밖을 보니 유난히 밝게 빛나는 이슬람 사원이 보입니다. 피라미드와 고대 신전으로 가득한 이집트지만 지금 이 곳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스크가 가장 중요한 장소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합니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고 잠을 재촉합니다. 내일은 새벽부터 차를 타고 아부심벨로 이동해야 하니까요.
카이로와 룩소르중 어디가 호객꾼이 더 적은가요? 이집트 여행 계획중인데 호객꾼들이 악며이 높다고 해서요 ㅜ ㅜ
카이로는 피라미드 주변이 그야말로 호객꾼과 사기꾼들의 최종 스테이지라고 볼 수 있구요, 그 대신 도시 다른 곳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룩소르는 도시 전체가 유적지=도시 전체에 호객꾼이 득실득실. 그래도 피라미드 주변에 비하면 굉장히 양호한 편이구요. 그런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치안 상태가 워낙에 안좋아졌다는 말을 들어서..
와 상형문자를 조금이라도 읽으실 수 있으시다니 대단하시네요. 그러고보니 저 두 타원형이 머스킷 총의 약포와 닮아 카르투슈라고 부르고 저기에 적힌 상형문자가 파라오의 이름이 들어본 적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