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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동굴 입구에서 본 풍경. 섬 사이에 배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는 게 왠지 개발되지 않은 항구를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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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잔한 하롱베이.


워낙 섬들이 많다보니 파도가 없고, 파도가 없다보니 포말이 일지 않아 바다 비린내가 없고, 비린내가 나지 않으니 갈매기가 없다고 해서 파도, 바다냄새, 갈매기를 하롱베이에서 볼 수 없는 세가지로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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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천여개의 섬들이 모여 만든 하롱베이.


잔잔한 바다 위에 수없이 많은 섬들이 떠 있는 풍경은 다도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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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먹고 매운탕을 먹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것이 한국 사람 마음인지라, 돌아가는 길에는 매콤하게 끓인 매운탕과 각종 음식으로 출출한 배를 채웁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을 실감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잘 먹다보니 경치 구경이 핵심인지, 먹는 게 메인인지 분간이 가질 않을 정도입니다. 하긴, 조선시대 선비들도 천렵을 하며 좋은 풍경에 둘러싸여 물고기로 탕을 끓여 먹고 시를 읊었으니 구경하며 즐기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같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Eat around the world. Travel around the world. 왠지 제 인스타그램에 써놓은 프로필이 딱 들어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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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처럼 잔잔한 해수면 위로 점점이 뿌려진 하롱베이의 섬들을 뒤로 하고 배를 돌립니다.


멀리서 보면 길게 이어진 하나의 해안선처럼 보이다가도 또 좀 자세히 보면 마치 수묵화처럼 원근감이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그 조그만 섬 하나하나가 다 바위섬이 아니라 나무로 파랗게 뒤덮여 있는 것도 하롱베이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한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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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우리 일행의 배를 지나쳐서 하롱베이로 들어가는 유람선. 아마 늦은 오후에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 나오는 코스인 듯 합니다.


독특한 모양의 배가 하롱베이를 배경으로 떠 있으니 마치 관광엽서에 쓰는 사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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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가까워지는 선착장을 바라보며 뱃머리에 달린 용머리 조각을 밟고 서 봅니다.


다른 배에서 이렇게 서면 타이타닉의 한 장면 같겠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서니 무협지의 한 장면입니다.


강 위에서 무림 고수들이 싸울 때 대장들은 항상 용두선에 타곤 하지요. 장강수로십팔채의 해적 두목들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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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에서 다시 하노이로 돌아갑니다. 곳곳에는 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논밭 한가운데 각양각색의 조그만 건축물들이 서 있는게 종종 보입니다. 저게 뭔가 물어보니 조상들 묘지를 저렇게 논 한가운데 모신다고 하네요. 이렇게 묘를 써야 조상신들이 농사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수맥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우리나라 매장법과는 달리 물이 가득한 논 한가운데 묘를 쓴다는 게 신기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쓰고 있는 것은 베트남의 전통 모자인 '논'입니다. 우리나라 시골총각들이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면 마을 사람들한테 돌리는 선물 일순위라나요. 하나 사서 써 봤는데 가벼우면서도 시원한 게 더운 지방 여행하기엔 좋습니다. '논에서 논을 쓰고 일은 안하고 논다니!'라는 아재 개그가 머리를 스쳐가지만, 입밖에 내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베트남에서 구입해서 진짜 오랫동안 잘 쓴 물건은 논이 아니라 피스 헬멧(pith helmet). 이른바 사파리 모자로 불리는 물건입니다. 베트남전 당시 군인 헬멧으로 사용된 탓인지 아직도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인데, 단단하면서도 모험가 분위기가 나는지라 그 뒤로 여행갈 때는 꼭 쓰고 다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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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노이로 돌아와서, 비행기 탈 때까지 시간이 좀 남은 관계로 수상인형극을 관람합니다.


베트남의 각종 신화나 전설 등을 보여주는 인형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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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중심부에는 호안끼엠 호수가 있습니다. 옛날 베트남의 왕이 명나라와의 전쟁 때 사용하며 승리를 가져왔던 보검이 있는데, 왕이 호수 위를 지나가는데 거북이가 나타나 "이 검은 원래 하늘의 물건이니 이제 돌려줄 때가 되었다"며 가져갔다고 해서 검을 돌려준다는 뜻의 환검 호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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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인형사들이 장막 뒤에서 장대로 조종하는 인형극이다보니 이렇게 배를 타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나중에 끝나고 인형사들이 나와 인사를 하는데, 다른 것보다도 물에서 저렇게 인형을 조종하자면 진짜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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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가득한 오토바이들.


공산주의에서 벗어나며 급격한 사회 변화를 이루던 베트남, 이제는 어떻게 변했을런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못 본 곳이 많은 관계로 베트남 재방문은 일단 뒤로 미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