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전역을 앞두고부터 틈틈히 부대와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대에서는 주로 피복류와 각종 문구류, 집에서는 게임기와 카드 그리고 필기구류.

내 중학교때부터 인생의 전부였던 psp와 유희왕 카드를 버리는 것은 꽤나 힘들면서 쉬웠다.

추억이 있다는 것부터 60년쯤 지나면 비싼 골동품이 된다는 것까지, 계속 버리지 말자며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별 시덥잖은 소리가 그때는 얼마나 그럴싸했던지..

그렇게 고민하다가도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놓으면 또 괜찮은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끓어도 신기한게 안 보면 그만이었다.

평생 내가 끌이고 갈 것만 같던, 보물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털어내고 나서야 20살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도 mp3, 책, 노트, 필기구들까지 엄청난 가치가 생길 것, 혹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털어냈다.

확실히 이런저런 곳들에 분산되어 있던 시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핸드폰과 pc방으로..

쓴 돈만 해도 5 6000만은 될 정도로 pc방은 내 인생의 도피처였다.

10시간이 넘어 극도의 피로로 게임하기가 ㅈ같을 때 마저도 난 pc방을 떠나지 못했다.

게임을 끄는 순간부터 난 다시 병신이 되니까.

쓰면 안되는 돈까지 털어버린, 전 재산을 다 날린 도박꾼마냥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건강까지 버린 병신이.

계속해서 분노가 쌓이고 예민해져갔다. 부모님과 얘기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 날카롭게 쏴붙였다.

그러던 어느날, 게임때문에 녹초가 된 날에 집에 와 계정을 삭제했다.

평소라면 못 했을 일을 술 먹은 것처럼 피로의 힘을 빌려 해치웠다.

+a가 되었을, 약 6800일 가까이의 시간을 가까스로 털어냈다.

친구들과 밥먹고 같이 할 수 있는게 pc방 말고는 없었어도 홀가분했다.

그렇게 시간을 벌었다, 고 생각하자마자 다시 핸드폰으로 집중되었다.

하루종일 의미없는 핸드폰질과 인터넷질. 그 와중에 늘어가는 건 오직 ㄱㄸ 실패횟수뿐..

그래서 스마트폰까지 없애버릴 것이다.

지금까지는 편리함에 2g폰과 번갈아 썼지만, 조절하지 못한다면 정리뿐이다.

그간 편리함에 공기계로나마 썼지만.. 이제는 완전히 정리할 때다. 더 늦으면 의지마저 상실해버릴 수 있다.

상황은 주관에 따라 위기와 기회로 탈바꿈한다.

미련은 내가 쫒고 싶은 가치가 아니기에, 기회로써 받아들일 것이다.

후.

계속해서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개념을 이제서야 말답게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했던 단어, '혁신'을 사용할만한 그런 말을. .

따라가는 것이 행복하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따르는 것에 불편한 이질감이 섞여있다면, 그게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답답하다면,

쥐여졌던 것들 모두 버리고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해라

어떻게든 버리지 못하겠다면 환경을 바꿔버려라.

벗어나선 안된다기에 애매하게나마 끼워맞춰왔지만 상관없다. 처음부터 맞춘 사람도 잡고있던 사람도 결국은 한 명이었으니..


9.

난 거추장스러운 것을 너무 많이 달고 다닌다.

문장에도, 말에도 방에도, 생각에도.

너무 진짜 정말 엄청 ㄹㅇ ....

짧을수록 더 날카로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난 거추장스럽게 사족을 붙힌다.

정말의 옆에 너무를 붙이면 더 진정성이 생길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다.

비슷하게 닮은채로 그냥 옆에 붙어있는 건 있으니만 못하다.

차라리 짧더라도 새 문장에 오롯한 하나로써.


10.

거추장?
그 판단기준은 누가?

내가, 나를

누구를, 누가

멋대로 판단했던간에 결국 쓰임새를 찾는 건 자신뿐이다.


11.

누구에게라도 빛났던 순간은 있을 것이다.

정작 당시는 몰랐으면서 지나고서야 그리움을 덧칠해 빛나게 꾸미곤 한다.

당시에는 아무리 힘들고 의미없고 낯선 경험이었데도 결국은 다 덧씌워진다. 갈수록 낯설던 냄새보다는 페인트 냄새가 짙어져간다.

지금 지나버린 시간들을 떠올리는 건

쥐고 있는 것들이 부끄럽기 때문일 그때의 사실에 지금의 편안함만을 투영하기 때문인걸까

이제 더는 행복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