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얼마 전, 전역 후 20일간 러시아를 다녀왔다.

여행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뭐 어떻게 부를만한 말이 없네.

그래도 정리할 겸 또 약속도 지킬 겸 쓰게 됬음.

무엇보다 스스로 돌아보기도 해야 놓친 것도 찾고 그럴 것 같아서..

쓸데없는 말이 길었다.

시작.



아 시작하기 전, 출발하기 전 썼던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169065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169066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169067

한번 읽고오면 이해하기 더 나을 것 같아 올려봤다.

불합리적이고 멍청하기만 한 내 사고방식의 한 일면



처음 계획은 전혀 달랐다.

전문하사로 임관한 후 9개월간 돈을 더 모아 나온 후 12월쯤에나 갈 생각이었다.

볼리비아로.

근데 전역할때쯤 징계를 받아 생각지도 않게 전역을 해버렸다..

내년 초 계획까지 다 세워놓은 상태에서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렸음.

420만원정도를 모아 나왔다는 것 외에는.. 정말 당황스런 상황이었다.

일자리라도 잡았어야 했지만, 막상 집에 오니 꼴에 전역자라고 아무것도 안했다.

그러다보니 2주가 날아갔다.

부대에서는 차라리 떨어진 거 빨리 전역이나 하고 싶었는데 어느덧 휴가였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한심했음.

나름 부대안에서는 정말 열심히, 열심히 전역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더 답답했다.

앵무새처럼 군대에서도 안 이랬는데 라며 신세한탄만 할 뿐이었다.



뭘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눈뜨고 좀 있으니 저녁먹고 정신차리니 새벽에 폰보고있는 느낌.

그래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까지는 괜찮다.

뭐 그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알바 자리 알아보는게, 나가서 운동하는게, 뭐 하다못해 밥먹고 설겆이 하는 것까지 말이다.

내가 그렸던 전역의 모습은 한참 멀리 있는데, 현실은 침대에서 뒤져있는 꼴.

단순히 책 한권 읽는 것조차도 불가능해보였다.



부모님도 슬슬 지쳐가는 듯 보였다.

점점 기죽어가는 나를 보는것도, 군필이 집에 틀어박혀만 있는 것도.

그런데도 움직이기가 떨렸다. 너무 막막했다. 그냥.

당장 내년 계획까지 전부 세워놓았었는데, 징계로 전역하고 이런 꼴이라는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듯 싶다.

그나마 마음을 먹은건 420이 380으로 줄어들었을 즈음.

밤낮이 뒤바뀐채로 pc방만 다니다 생각했다.

어차피 pc방으로 다 써버릴 바엔 바로 떠나자고.

목적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시기만 조금 앞당겨졌지, 괜찮다.

부모님도 조금 반대하시다가 마음대로 허락하셨다.

내친김에 전역하고 처음으로 식사도 대접했다.



그렇게 큰소리는 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감은 없었다.

실제로 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 말이 이상하다.

그냥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모님한테 뭐라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계획했던 거니까 갈거라고 말은 했으면서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불안해하면서도 내심 뭐 알아서 가면 가는거고,, 하면서 비행기표 예매조차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은 실제로 출발한 계기조차도 진짜 내 의지는 아니었다.



그 계기는 볼리비아로 가겠다고 한 뒤, 그 다음주 주말에 생겼다.

부모님이 주말간 여행을 갔는데 전화가 왔다.

다음 주 월요일에나 집에 도착할 것 같은데, 한국에 있는거냐고..

내 뻔뻔함에 진절머리가 났다.

물론 다그치려고 하신 말은 아니었지만 너무 부끄러웠다.

그제서야 새벽에 비행기표를 찾기 시작했다

맙소사. 볼리비아 비행기값, 약 300만원.

사실상 300만원을 제하면 남는 경비는 80만원.

물가고 뭐고 80만원으로 외국을 간다는 건 여행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아닌가.

사실 여기쯤에서라도 제대로 찾아봤다면 뭐, 그대로 출발했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냥 충격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환율이나 물가는커녕 어렸을 때 봤던 살아남기 만화책이나 생각하고 있었다.

곤충세계 재밌었는데.. 남미에서 살아남기도 있었나?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갈거야 말거야?



결국은 크로아티아로 가기로 했다.

부대에서 월드컵을 보면서 주워들은 소문으로는 크로아티아가 알려지지 않은 명소라고 했었다.

물가도 괜찮다고 했으니 어디선가 들어본 유럽에서 1달 살기라도 해보자 싶었다.

내친김에 크로아티아행 비행기표를 찾아보려는 참이었다.

항공권 예매 홈페이지 중앙에 걸린 러시아행 티켓을 보기 전까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행이 20만원! 초특가!

평소였다면 신경도 안 썼겠지만 유난히 눈에 띄었다.

살펴보니 상당히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굉장히, 정말 굉장히 저렴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가장 가까운 유럽" 이라는 말도 좋았다.

무엇보다 사실상 아무 계획도 없었으니 꼭 크로아티아여야 할 이유도 없었고.

이렇게 러시아로 가게 되었다.



표까지 예매한 다음이었다.

계획까지는 아니어도 대충 짐은 생각을 해 봐야겠지.

뭘 챙기지? 생각하다가 문득 살아남기 시리즈를 떠올렸다.

정말 이렇게 된거 러시아에서 살아남기 이렇게 가볼까?

지도도 번역기도 쓰지 않고 핸드폰도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거기다 당시에는 어디서든 핸드폰만 보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핸드폰만 보고 다닐거면 집에서 보는게 낫지, 뭐하러 돌아다니냐 싶었음.

그래서 관광지고 뭐고 아무 계획 없이 가보기로 했다.

관광지를 가지 않으면 지도 (핸드폰)를 볼 일도 없을 테니까.

사진은 캠코더를 사서 찍고, 티켓은 편도로 가서 오고 싶을 때 오자.

돈은 뭐 카드 하나면 충분하겠지.

굳이 캠코더까지 산 이유.

그건 내 로망이기도 했고, 굳이 남한테 보여줄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이렇게 글쓰면서 올리는 거 보면 그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뭐 핸드폰 배터리 이런건 부수적인 문제였다.

어차피 인스타만 가도 나보다 잘 찍은 사진이 수두룩하다.

감각도 없어서 예쁘게도 못찍으니, 차라리 다큐처럼 생생하게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또 그러기엔 캠코더가 최고 아니겠냐 싶었고.

그래서 사진이 많이 없다.

그렇게 결정하고는,

3월 27일 표를 끊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 카이지 돌려본거 빼고.



출발하기 전날까지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인신매매, 스킨헤드, 장기적출, 새우잡이, 맞짱..

러시아라고 하면 상남자, 불곰 이런 것밖에 몰랐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이었던 과연 의미가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웃긴건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안함.

누워서 유투브나 보다보니 어느새 출발 전날이었다.

그렇게 출발 전날에 대충 군장 생각하며 챙겼다.

특히 커터칼과 세면백, 허브솔트는 챙기면서도 설마했는데 정말 유용히 잘 썼다.

아 전투화랑 군용양말도.

사실 잠자리도 노숙하면 되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외국에서 노숙은 좀..

운나쁘게 잡히면 골치아파질 것 같아 첫 날은 숙소를 예매하기로 했다.

좋다.

뭐 여기까지는 나름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결제하면서 생겼다.

호스텔 예매가 BC카드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BC카드는 굉장히 큰 회사. 그러니 당연히 해외결제도 될 줄 알았다.

그래서 갖고있던 나라사랑카드 그대로 들고가려 했는데, BC는 해외결제가 안됬던 것이었다.

굉장히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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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도 방법이 없다길래 결국은 엄마 카드에 내 돈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통역기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기본 회화를 번역기로 찾아 정리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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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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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계획은 없었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바이칼 호수는 예외였다.

며칠간을 숙식하는 열차와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이건 로망이다.

나방이 빛에 달려드는 것과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 있다.

혹독하고 시린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엄청난,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바이칼 호수.

꼭 실제로 보고 싶었다.

네스호의 네시, 남미의 츄파카브라같은 전설적인 무언가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유일하게 정보를 찾아보고 준비했다.

슬리퍼를 챙겨야한다는 것, 그리고 횡단열차의 경로 중 이르꾸츠크란 곳에 있다는 것.

슬리퍼는 호스텔에서도 정말 요긴하게 잘 썼다.

호스텔 중 슬리퍼가 없으면 대여해야 했던 곳도 있었음.



그리고 간략하게 사진의 소지품 설명.

캠코더 가방과 슬리퍼 주머니, 배낭에도 사연들이 있다.

캠코더 가방은 출발 전날에 중고나라로 부랴부랴 구했다.

110만원이나 하는 캠코더 세트에 가방이 없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었음.

배낭은 등산가방인데 더 큰걸로 살까 고민하다 안 샀는데 다행이었다.

횡단열차에서 2층이었는데, 적당한 가방이어서 2층 짐칸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슬리퍼 가방도 아빠가 꼭 가져가라고 달아줬는데, 자주 꺼내는 물건을 넣기 좋았고.

하나하나가 모두 유용했다.

놓고가려 했지만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셔서 핸드폰도 챙겨갔음.



다음날.

출발 3시간 전에 공항 도착.

하지만 문제가 많았다.

일단 셀프 체크인을 하는데 제주항공 계정 이름과 여권이름이 달랐다.

그래도 이정도야 별 탈 없었는데

이어서 캐리어 하역장에서


ㅇㅇ : 무비자로 입국하면서 편도티켓 한개만 끊고 가시네요? 따로 시베리아 열차표 끊은 건 없으세요?

ㅅㅅ : ? 없는데요..

ㅇㅇ : ;; 잠깐만요


당시 상황을 알기 쉽게 대화하는 것처럼 써 봤다.

ㅅㅅ가 나, ㅇㅇ가 공항 직원분.

서로 당황했다.

러시아가 무비자 여행이 가능하단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왔지.

하지만 무비자면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은 몰랐었다.

보통은 횡단열차표 정도는 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데 나는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

즉, 도착해서 내리는 순간 불법체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곧 다른 직원하고 얘기하더니 저 파란 종이, 서약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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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은,

무비자에다 여행목적을 증명할 것이 없기에 입국심사에서 입국금지를 당할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제주항공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라는 것.

그럴일은 거의 없다고 말해줘도 전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비행기값은 그렇다 쳐도 얼마나 쪽팔리겠냐..

일단 부모님께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공항 구경이라도 하기로 했다.

당장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니까.

아 이제 생각해보니까 이때라도 예매했으면 되는 거였네 시발

어쨌든, 거기다가 전날 본 카이지의 영향인가

뭔가 엄청난 "강운" 이 내게 머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내 운은 아직 집에 돌아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제발..



말 나온김에 써보자면, 공항에 대한 환상도 있었다.

상말쯤부터 인천공항 건물을 증축한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보다보면 알 수 없게 설레곤 했다.

낯선 공기, 깔끔한 건축물, 캐리어와 외국인.

24시 맥도날드나 사람들의 얼굴에 그려진 기대감.

뭐 그런게 느껴져서.

뉴스의 공항은 낯선 냄새와 가벼운 발걸음이 뒤섞인듯한, 파란 하늘빛 같았디.

하지만 막상 오니까 뭐, 별 거 없었다.

원래 기대하던 일일수록 더 그렇겠지만 그냥 그랬다.

그래도 뭐, 탈레반처럼 폭파시킬 것도 아니고 캠코더도 쓸 겸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슬슬 이륙시간.

비행기로 향했다.

그러려고 했다. 근데 잘 그러지 못했다.

너무. 진짜 너무 복잡했다.

공항열차를 타라고 해서 찾아다니는데 보이지는 않고,

지하철인가 새마을호같은 열차인가 저기 표지판에 자기부상열차 저건가 헷갈리기만 했다.

결국 안내데스크에서 물어보고 뛰어가고 물어보고 뛰어가고..

지연 탑승을 하게 되었다.

비행기 탑승수속 진행하는 곳 앞에서부턴 직원분하고 같이 뛰어 보딩타임보다 17분 늦게 도착.

중간에 어디냐고 전화와서 스피커폰 해놓고 뛰는데

진짜 뛰면서 계속 이거 취소되면 어떡하지 싶어서 너무 괴로웠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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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 ㅈ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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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이 미세먼지 매우나쁨이었는데 재난영화마냥 정말 이륙하고 아무것도 안 보였다.

이건 그나마 바다로 나와서 좀 덜 뿌연 상태.

맞다 기내식 얘기.

항공권을 예매하면서 생선 기내식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항공사 측 착오로 스테이크를 받았음.

상관은 없었는데 승무원 누나가 먹고 환불받으라고 해서 먹고 환불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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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지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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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를 김치에 싸서 드셔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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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보던, 땅의 핏줄같은 굵은 산맥들을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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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다위를 떠서 흘러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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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장마철, 군데군데 고여있는 보도블럭 웅덩이들 같은 구름길까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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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도착해서는 버스를 탔다. 택시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음.

호스텔을 예약하며 얼핏 봤던 정보들을 떠올려봤다.

무슨 광장 근처라고 했어서 어딘가 광장으로 간다는 버스를 탔다.

도착하면, 광장에서 5분 거리라니까 물어보며 찾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심도 안 샀다. 살 생각도 없었고.

다행히 목적지가 비슷했던 한국인 부부가 있어 별 문제 없었다.

1시간쯤 걸려서 도착.

호스텔까지 찾아준다는 걸 대충 훏어보고 헤어졌다.

사실 별로 내키지 않았음. 하지만 거절하기도 좀 그래서 보는척만 한 거.

이제부터는 혼자만의 시간.

하지만 글자를 못 읽으니 현재 위치부터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일단 내렸던 정류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근처만 빙빙 돌 뿐이었다.

적어둔 주소를 보여주며 물어봤다면 편했겠지만, 외국이라 주눅들어 묵묵히 헤멨다.

거기다 러시아 사람들이 원채 무뚝뚝한 표정이기도 하고.

내가 알고있던 정보는 러시아어 주소와 광장에서 걸어서 5분거리라는 것.

그리고 어딘가 햄버거집에서 돌아가면 나온다는 것 정도..

인터스텔라가 생각났다.

머피가 울부짖었듯 나도 화가 났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언덕이 보였다.

경사가 굉장히 가파른게 신기하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벼락같은 기억이 스쳤다.

잠깐 출발 전날로 돌아와서, 호스텔을 예약하고 난 뒤.

근처에 또 무슨 숙소가 있나 둘러봤다.

그런데 신기하게 예약한 곳 바로 뒤,

진짜 같은 건물인 것 마냥 바로 뒤에 또 호스텔이 있었다.

위치도 비슷한데 가격이나 보려고 클릭해봤다.

가격은 조금 차이나네. 시설이 많이 다른가? 싶어 후기도 읽어보았다.

대표 후기가 다 좋은데 오르막길에 있어서 올 때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

순간 그게 떠올랐다.

설마? 하면서 올라갔다.

간 그곳.

바로 그곳에 호스텔 표지판이 있었다.

와, 진짜, 3시간을 헤메다 도착한 행복함이란..

내부도 꼭 아기자기한 미니 보트처럼 마음에 들었다.

기분이 좋아져 짐 풀고 밥 먹을겸 다시 산책이나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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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 보이지만 무려 3가지 색깔이 합쳐진 컴비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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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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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처음 도착해 헤멘 덕에 주변 지리는 얼추 파악하고 있었다.

햄버거, 아이스크림, 빵집을 알고 있었지만

진짜 러시아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서 처음 보는 길로 가보기로 했다.

몇 번 길을 건너는데,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었음.

차가 계속 다니고있어 건너도 되는건가 하면서 일단 멈춰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건너면 바로 다 멈추더라.

신기했음.

터키음식, 또다른 햄버거집과 한국어로 쓰여진 러시아 국수집이 있었는데,

앞 2개는 러시아 음식이 아니니까 빼고 마지막은 한국어가 불ㅡ편해서 가지 않았음.

그렇게 다니다 보니 해도 떨어지고 서서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어두워지니까 같은 길도 못알아보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가까운 곳.

처음에 숙소 근처에서 보았던 kfc나 가기로했다.



헤메긴 했어도 어찌됬건 도착.

사람이 뭐 그렇게 많던지.

진짜 카운터에 개미줄마냥 꼬아진 줄이 몇개나 세워져있었음.

그 모습에 긴장도 되고 주눅들어서 살펴보지도 않고 메뉴를 골랐다.

그냥 뒤에 광고하던 것을 가리키며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단품이었음.

실망..한심함..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냐...

햄버거 하나도 세트로 못 시키는 놈...

더더욱 풀죽어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나오려는데 판을 어떻게 치워야하는건지 패닉에 빠졌다.

평소에 햄버거를 안먹어서 모름.

또 때마침 치우는 사람도 없더라.

무엇보다 사람들이 붐벼서 선채로 먹는 사람도 많았다. 다 먹고 앉아있기도 눈치보였음...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카운터는 아직까지 손님으로 꽉 차있었고...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한심했지만, 모두가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기분과 몰려오는 피로에

한층 더 우울해진 채로 나오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호스텔 맞은편에 작은 슈퍼가 있어 들렀다.

그냥 구경만 하려 했던거지만 또 그냥 나오기 민망해서 사탕을 하나 집었다.

가격은 15루블이었는데, 아직 환율에 익숙하지 않아 바가지 먹었다며 후회하면서도 하나만 사기 뭐해서 2개를 샀다.

계산하면서 보니까 아줌마의 표정마저 굳어있었다.

저 샛기는 사탕 하나 사는데 뭐 저렇게 고민하지? 이런 표정이었음..

기분을 바꾸려 갔지만 더 가라앉은채로 나오게 되었다.

난 대체 뭐하자고 여기까지 와있는걸까..

호스텔 벨 누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내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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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착해서 좀 씻고 그날의 일기를 적었다.

난 돌아다니며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리고 저녁마다 일기, 가계부를 썼다.

그래도 쓰다 보면 마음이 어느정도 누그러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