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가장 많은 동영상이 있는 날.

찍긴 찍었지만 상당히 흔들리기도 하고, 혼잣말도 많이 한다.

어지러울 수 있으니까 안 보는것을 추천함.



4월 11일, 모스크바



아침으로 소시지를 먹기로 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소시지.

주변에서는 흔히들 맥주에 비유하곤 했다.

한국 소시지는 취급도 안한다고, 그만큼 외국 소시지는 차원이 다르다고들 했다.

잘은 몰라도 엄청나다나 뭐라나..

나는 이제 그 소시지를 먹는 것이다.

티비에서나 보던 것들 중 하나인만큼 굉장히 기대되었다.

굽는김에 마늘도 잘라서 같이 굽자.

도마와 식칼이 없는 관계로 통조림을 엎어놓고 커터칼로 잘랐다.

그런데 자르기 전, 뭔가 달라진듯한 느낌에 잘 보니 칼날이 변해있었다.

네임펜으로 칠한 것처럼, 녹슨 것처럼 까맣게 변해있었다.

뭔가 묻어있나 싶어 휴지로 닦았다.

그랬더니 조금 닦이는 것 같기도 하고.. 번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들여다보니 커터칼에 발려있는 기름이 변한 것 같았다.

전날 마늘까며 이렇게 된 듯.

휴지로 몇 번 더 문질러보다 그만뒀다.

잘 닦이지도 않고 괜히 휴지에 있는 먼지만 더 붙히는 것 같았다.

찝찝...

물로라도 한 번 씻어볼까 하다가 그냥 잘랐다.

한번정도는 괜찮겠지?



마늘을 다 자르고는 컵라면과 완두콩 통조림을 꺼냈다.

항상 라면만 먹는게 신경쓰여 특별히 산, 밥대신 퍼먹을 완두콩.

통조림이긴 하지만 야채를 먹는다는 느낌에 흡족했다.

나름 영양까지 생각한 식단-

이라는 생각에 든든했다.

소시지는 막상 구우려니 너무 커 칼집이라도 먹이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커터칼을 쓰기는 좀.....

이제와서 쓰니 안쓰니 고민하는 것도 웃기지만 기름진 소시지는 좀 꺼려졌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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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화구도 좀 특이하게 생겼다.

전기레인지처럼 철판? 같은 받침이 달궈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레버나 크기는 또 화구 같고.. 전기레인지와 화구 사이의 어딘가쯤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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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은 따로 찍어둔 사진이 없어 동영상을 캡쳐했다.

라면 옆, 잘 보면 끝부분이 까맣게 변한 칼이 있음.

당연히 가져올 땐 새거였다.

처음 자취해보는 대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장보는 것부터 아침까지 차려먹으니 더더욱 그랬다.

식사도 꽤 괜찮았다.

막 퍼먹기 좋은 완두콩에 기름먹어 고소한 마늘.

라면이야 당연히 맛있었고.

오히려 기대했던 소시지가 복병이었다.

짰다.

원래 핫도그처럼 빵에라도 끼워먹는 건지 상당히 짰다.

아니 짜도 너무 짰다.

소금을 퍼 먹는 느낌이었다.

왠만해선 아까워서라도 다 먹으려 했지만 세상에나...

한 입에 완두콩을 두 숟갈씩 퍼먹었는데도 굉장했다.

거기다가, 크기가 크기인지라 제대로 안 익기도 했고.

1/3 도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그나마 나머지라도 잘 먹은게 다행이라면 다행.

먹고나서는 폼클렌징으로 설겆이를 했다.

커터칼 검댕은 반정도밖에 안 닦였음..



먹고나서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다.

꼴값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꼴값이 맞으니까.

나름 내 손으로 아침을 지어먹었다는 것과 포만감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양치하고 간단히 씻은 뒤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aleksandrovsky 라는 곳을 가보자.

이렇다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이름이 알렉산드로브스키여서 알렉산드로 대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뿐이다.

박물관이나 기념비, 조각상이 있다면 한번 가는것도 괜찮을 듯.

거기에 알렉산더라는 이름의 느낌도 좋았다.

푸른색 돌풍이 부는 듯한,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 준비하며 출발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도는 말이 하나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만화 미생에서 봤던 대사.

용기와 만용은 한 끗 차이. 어디까지가 용기이고 어디부터가 만용인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내 행동들.

이것은 도전인가 무식함인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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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 담장 위를 훔쳐보는 잼민이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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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난 뒤 찾아온, 속이 비칠 정도로 푸른 하늘.

그리고 그 하늘처럼 상쾌한 내 기분.

정말 간만인 듯.



숙소를 나서서는 근처 마트부터 들렀다.

아침, 녹슨 커터칼의 충격에 식칼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과자가 땡겨서 과자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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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26 가격표 왼쪽, 그림이 너무 궁금해서 찍었다.

생긴 건 도토리같은데, 롤케잌에 도토리를 넣을 리가 없고... 까만색이면 뭘 넣은거지?

진짜 산 건 오른쪽 웨하스 비슷한 과자와 750ml 생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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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구경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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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지하철역.

괜히 신경쓰여 덧붙이는 말인데, 역 이름을 굳이 영어로 적는 건 발음을 잘 몰라서 그럼 ㅇㅇ.




클레멘타인의 스티븐 시걸처럼 생긴 버스커.

꽁지머리와 체격, 악기까지 삼박자의 기가막힌 엇박이 힙했다.

조금 듣다가 출구로 향했다.

올라와서 발 닿는대로 돌아다니다보니 꽤 여기저기 돌아볼 수 있었다.

박물관과 도서관도 발견했음.

그런데 알렉산더 대왕과 관련된 건 아니고, 그냥 박물관과 도서관이었다.

하긴 러시아 사람도 아닌데 여기 있는것도 이상할 듯;;

박물관은 입장해볼까? 싶었지만 예술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역사를 잘 아는것도 아니라 지나쳤다.

도서관도 갈까말까 고민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패쓰.

사실 들어가봤자 읽을 수 있는 책도 없는데 뭐.

그 이후로도 알렉산더 대왕의 뭔가를 찾아봤지만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도서관이 널찍해서 그 앞에 앉아 비둘기 좀 구경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놀랐다.

저기 건물 하나 넘어서 크렘린 궁이 보였다.



소리는 안 질렀지만 상당히 놀랐다. 저게 왜 여기있어?

알고보니까 이곳, 알렉산드로브스키 역 옆이 아르바트였다.

아르바트라고 한다면, 모스크바에서 리리를 만난 날부터 배웅한 날까지 머무른 곳.

11부터 14까지 있었던 곳이었다.

분명히 떠날 때만 해도 굉장히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웠다고?

호옹이..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었다.

멍청하면 행복하다더니 이래서 그런건가 봄.

그래서 그림을 다 그린 뒤에는 궁전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아는 곳도 없는데 궁전이나 들러보지 뭐.



이것도 걸으면서 찍어 굉장히 흔들린다. 안보는거 추천.

33초부터 드라이브스루 오케스트라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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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스런 합주자들..

걷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여기서 잠깐 덧붙이자면, 크렘린 궁이라 부르는 관광지에는 크게 2구역이 있다.

언제나 개방되어있는 바깥쪽과,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야 하는 안쪽.

한 서너번 왔다갔다 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

뭘까 싶었던, 구름다리 같던 정문도 쪽문같던 후문도 티켓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입구였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아예 입장권도 끊고 안까지 구경하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매표소라고 할 만한 곳이....

이건가 싶은 건물은 하나 있었는데 문을 닫아놓은 상태였다. 내부 리모델링 중인가?

보통 유명한 관광지의 매표소라고 하면,

두 줄 세 줄 늘어져있는 게 정상일텐데 그런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단체로 드나드는 곳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상했다.

몇 번을 더 돌아다니다가 핸드폰 지도를 켰다.

지도에 따르면 매표소는 정문과 후문 사이 중간쯤 위치해있는, 이건가 싶었던 그 건물이 맞았다.

그런데 왜 닫혀있지?

뭐지 진짜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중인가 설마 망한건가

아니면 다른 매표소가 또 있는건가?

몇번 더 돌아다니다가 인터넷을 찾아봤다.

휴관일이었다.

아하.


업로드가 안 되어서 2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