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모스크바.
시시콜콜한 아침 이야기는 건너뛰려고 한다.
다만 몸 상태만이라도 적어보자면,
전날 밥이라도 잘 먹어서 그런지 몸살기운은 많이 사라졌다.
숙취처럼 살짝 띵한 느낌을 빼고는 ㄱㅊ.
때때로, 예고없이 날뛰는, 격렬한 꾸륵거림을 제외한다면
배도 많이 괜찮아졌다.
적어도 내장을 헤집는듯한 통증은 많이 사그라든 상태.
내일이면 한국으로 되돌아간다.
마지막으로는 크렘린 궁, 그 안쪽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로는 몸 상태도 상태거니와, 날씨도 우중충해 어딘가 돌아다니기도 불안했다.
어느정도 낭만을 갖고 떠나온 처음에 비하면 현실적인 마무리.
따지고 본다면 실제로 다녀온 과정도, 그 이야기를 쓰는 지금도 그렇다.
붓끝처럼 세세했던 감정과 낭만보다는 뭉툭하고 무채색에 가까운 현실에 가까워진다.
지금도 쓰고는 있지만 이렇다 하는 만족감도 확신도 없다.
잘 쓰고 있는건지.. 아니 애초에 잘 쓴다는게 뭔지..
그냥 끝까지 솔직하게만 쓰여진다면 더 바랄게 없을테다.
과일에 대해서.
난 욕심이 많다. 특히 먹을 것에는 더 많다.
가득 쌓인 과일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는 날인데 이걸 언제 다 먹냐..
남 주면 되지라고 생각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내가 다 먹고 싶었다.
괜찮은 가격에 샀음에도 막상 남 주려고 생각하니 아깝게만 느껴졌다.
상태만 괜찮았다면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아깝게 느껴졌다.
일단은 생각을 바꿨다.
고민해봐야 기분만 더 나빠질 것 같다.
당장 오늘 공항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일단 오늘 일만 생각하자.
그리고는 점심거리 겸 배와 사과 몇 개를 챙겨 출발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익숙한 길.
어느 역에나 붙어있는 노선도.
가급적 헤매고 싶지 않아 가는 내내 노선도를 쳐다봤다.
중간에 갑자기 쏟아질 것 같은 복통에 화장실을 찾아다닌 것 외에는 무난히 이동했다.
러시아 지하철에는, 11에서 쓴 것처럼 화장실이 많이 없다.
하얗게 질려서 죽다 살아났음..
역 안쪽에 화장실이 많이 없는 건 한국과 비슷했다.
출구로 올라오는 길에 엄마와 유모차를 봤다.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는건지, 엄마 혼자서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힘들어보였지만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기 망설여졌다.
거지꼴을 하고 혼자 돌아다니는 인간이라 괜히 놀라게 하는 건 아닌가 고민되었다.
그냥 지나쳐 올라갔다.
한 8계단정도 올라가다 뒤돌아 물어봤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듯해서 손짓으로 유모차와 나, 지상을 번갈아 가리켰다.
그리고 유모차 앞부분을 잡는 시늉을 하니 알아들은 듯 했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여자 혼자 들고 오르기엔 계단이 꽤 많았음.
나도 괜찮다고 표현하며 앞부분을 잡은 뒤, 엄마가 뒷부분을 잡길 기다렸다.
그리고 같이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출구를 나오니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니었는데.. 거듭 인사를 받으니 민망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별 것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내 기분도 좋아졌다.
우중충한 날씨처럼 굳어있던 얼굴도 조금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야말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고마웠다.
그 이후, 크렘린 궁으로 곧장 향했다.
이곳으로 들어감.
안으로 들어가서는 근처를 돌아다녔다.
2번정도 와본 곳이었지만, 오늘은 또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느낌이 그랬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처음 와 보는 곳이었다.
넓은 광장처럼 탁 트인 곳이 있었다.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이 여기저기서 저들끼리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이드를 따라 몰려다니는 사람들과 혼자, 혹은 몇 명이서 조용히 다니는 사람들.
가족끼리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다양했음.
의도치도 않게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니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가 고급스러운,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이던 양식의 건물들도 신비하게 느껴졌다.
근처나 한번 돌아다녀볼까? 하다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정교하지만 느낌이 담기지 않은 사진보다는 나만의 것을 남겨가고 싶었다.
근처에 박혀있던, 엉덩이까지 올라오는 말뚝에 기대 펜을 잡았다.
되도록이면 잘 그리고 싶었다.
내심 sns나 자서전에 나오는 전문적인 그림처럼 그려보고 싶었다.
근데 힘 줘서 나오는건 똥밖에 없는 법.. 그냥 보이는대로만 그려보자.
그렇게 그리고 있었다.
집중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지나가며 어깨빵을 치고 지나갔다.
작정하고 넘겨뜨리려 세게 친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어이가 없었다.
길 한가운데 서 있건것도 아니고 길 가장자리에 붙다싶이 서 있는데 왜?
거기다 그 일행 중 다른 한 명은 대놓고 옆에서 빤히 쳐다보다가 갔다.
보고 있다가 큰 소리로 뭐라뭐라 떠들면서 갔음.
둘 다 중국인이었는데 시끄럽기도 했고 짜증났다.
그리고 나니까 생각보다 잘 된 듯?
생각보다 잘 나와서 sns처럼 한 번 찍어봤다.
미술을 전공한것도 아니어서 이런 건 생각도 안 해봤었는데,
나름 괜찮은 기분이었다.
초점이 안맞았음.
저 동그란 지붕을 보니 초딩때 하던 플래시, 전쟁시대가 생각났다.
그린것에 의미를 두려고 함.
사진까지 찍고는 얼마간 혼자만의 여운을 즐겼다.
여운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 같지만 별 것 없었다.
새삼 외국 관광지에 온 게 맞구나 싶은 기분 + 그림 그리면서 여행하니까 뭔가 좀 있는 듯?
교과서에 낙서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기묘한 기분
크렘린 외각의 매표소.
2일 전, 리모델링 중인가 의심했던 그 매표소 안 무인 발급기.
표를 뽑았다. 돈 넣고 버튼만 누르면 끝.
헤멨던 시간에 비한다면 허무할 정도로 쉬운 일이었음.
보아하니 안내 가이드도 신청하면 들을 수 있는 듯 했다.
들을까?
살짝 고민하다가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영어라 잘 못알아듣겠지 싶기도 했고 또 내 나름대로 뭔가를 느껴보고 싶었다.
나 혼자만의 고집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기에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아 자판기 맞은편에는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고급 찻잔같은 것들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함.
책자는 궁서체 비슷한 진지체로 어색한 번역명이 써 있었다.
기억에 남았던 건 성모승천교회? 라던 곳.
승천용, 승룡검 같은 말처럼 무협스러운 느낌이 났다.
옆에 있던 안내책자도 하나 챙겨 출발.
숙소에서 챙겨왔던 배.
다 먹긴 했는데 버릴만한 곳이 안보여서 계속 들고 다녔다.
크렘린 궁으로 가는 길.
안쪽은 생각보다 더, 훨씬 더 넓었다.
에버랜드에 처음 가 봤을 때가 생각났다.
생각보다 너무 넓어 과연 하루안에 다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디부터 가야 하는거지?
챙겨갔던 안내책자를 봤던건지, 꽂혀있던 표지판을 봤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입구에서 왼쪽으로는 무기고, 오른쪽으로는 성당들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무기고는 따로 표가 필요했다.
아...
중학교때까지 막대기 휘두르는 맛에 살았던 인간으로써 정말 아쉬웠다.
아쉬운대로 무기고 밖에 전시되어있는 대포나 구경했다.
그리고 이제 어디를 가지?
걱정이 들었다.
어디부터 봐야할지, 또 본다고 해도 다 볼수나 있을지..
쫒기듯 급하게 본다면 다 볼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가 느끼는 게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가보기나 하지 뭐.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없었고 자세하게 조사한 것도 아니다.
아는 것 하나 없이 왔다.
그냥 한 곳 한 곳 천천히 다녀보자.
어디부터 어떤 순서로 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발길 닿는대로 향했다.
성당 바깥에서 찍음.
내부에선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건물에 남아있는 오래된 흔적을 보고 싶었다.
유적지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
중학교나 고등학교때 몇 번 갔던 경주나 어딘가의 고인돌.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해봤자 김밥이나 도시락 까먹은 것 정도.
그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20살쯤을 기점으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7에서 쓴 것처럼, 나는 왜 살아있는거지? 라는 생각에서 시작해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었다.
일요일에 헌금봉투. 로 끝났던 기독교가 궁금해서 성경도 읽어보고
관세음보살에 목탁 두들기는 소리. 로 끝났던 불교도 궁금해서 훈련소에서 받은 부처님 말씀을 읽었다.
불교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는 것을 보고는 인도 철학책도 읽었었고
풀루타크 영웅전같은 역사 책도 접했었다.
제대로 읽은 건 아니다.
그냥 호기심에 쓱쓱 훏어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다보니 종교나 역사에도 흥미가 생겼었다.
어릴때는 관심도 없던 성당을 천천히 살펴본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기둥이나 벽, 그림들에 먼지처럼 쌓인 시간의 흔적.
알 수 없는 경외감이 느껴졌다.
성당 안에는 곳곳에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아기의 젖을 먹이는 엄마도 있었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 표정이 특이했다.
내가 생각했던 건 감격해하는? 엄청난 것을 깨달은듯한 표정의 그림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는 듯한, 아리송한 표정이었음.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했구나..
문득 생각했다.
신.
신을 그린 그림들과 조각들.
사람들은 사는 게 힘들어 신을 바랐다.
사람들이 바랐던 신은 어떤 모습이었나.
그 사람들이 바랐던 신의 모습은 전부 일치했을까?
이렇게나 거대한 건물을 짓고 그림을 그리며 조각을 했음에도 모두가 만나지는 못했다.
모두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을 믿었다. 그리고 기적을 바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신을 경험한 것은 극소수.
어떤 사람에게는 나타나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은 뭐지?
신을 만났다고 해도 문제가 전부 해결되지는 않았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을 만난 후에도 고통스런 포교활동을 계속했으며
모세 또한 자신의 발로 애굽을 탈출해야 했다.
전 인간이 갑자기 기독교인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이스라엘 백성들과 이집트 밖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신을 만났다고 해서,
브루스 올마이티처럼 모두가 복권에 당첨되고 특종을 터뜨린 것은 아니었다.
신은 사람들의 바람 그대로를 이루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왜?
왜 바라는 그대로를 이루어주지 않는거지?
사람들이 믿은 신은 그런 바람들을 모두 이루어줄 수 있을 존재였을텐데..
음료수 자판기처럼, 기도만 하면 기적이 뽑혀 나오는 인간적인 신.
전지전능하지만 사소한, 세속적인 소원들까지 모두 들어주는 신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그런 자판기같은 신을 바라며 기도하고 헌금을 했을테다.
전지전능한,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신.
왕. 그것은 왕이 아닐까?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본 구절이 생각났다.
왕은 사람들의 눈물을 마시는 새.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마셔야 하는 새.
모두가 신처럼 떠받들고 화려함만을 부러워하지만 동시에 그 책임까지 가져야 하는 사람.
신은 아니지만 그에 가장 가까워야 하는 사람...
왕이야말로 백성들의 신이 아니었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을지 몰라도, 이런 필요들로 생겨난 것이 왕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대부분의 성당을 돌고 나온 상태였다.
마지막은 관이 놓여있는 성당이었다.
근처에서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었는데, 까먹음.
아마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받는 예수님 얘기였던 것 같다.
시험받는 신, 굉장히 낯선 느낌이었다.
시험받는다니... 하지만 동시에 부럽기도 했다.
평생에 단 한번의 시험만으로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한번뿐이라고는 해도, 막상 내가 같은 상황이 되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쓸데없는 가정들에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신이 아닌것에 감사해야 할 수도..
성당들을 모두 들러보고 나서는 어떤 관광객 무리를 따라 걸었다.
걷다보니 내 키보다 큰, 깨진 종이 하나 있었다.
가이드들이 한번씩 들르는 것을 보면 유명한 듯.
이후로는 대부분 밖으로 나가는 분위기였다.
나는?
다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아직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좀 더 걸어다니기로 했다.
마침 뒤쪽에 넓게 꾸며진 공원이 하나 있어 그쪽으로 갔다.
벤치라도 하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없었음.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적어나갔다.
철학책에서 봤던 말이 생각났다. 신은 죽었다!
하지만 철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성당에서처럼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 책에서는, 니체가 당시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기독교의 만행에 분노해 한 말이었다고 써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전지전능한 신. 무엇이든지 해주는 신.
자판기처럼 기도만 올리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
하지만 실제로 부르짖는 모두가 신을 만났던 건 아니다.
대부분은 만나지도 못했을 뿐더러.. 만났대도 바란대로만 이루어준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신을 만나는데도 자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데미안이 생각났다.
제대로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억나는대로 생각했던 것들을 적어보는 것 뿐이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고,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에 대해 한 얘기.
죽음 앞에서 말을 바꾼 도둑과 바꾸지 않은 도둑.
회개한 사람과 회개하지 않은 자가 아닌, 신념을 버린 자와 신념을 지킨 자.
죽기 전 말을 바꾼 자와 바꾸지 않은 자.
둘 중 신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전지전능한, 죽기 전 두려움에 금세 말을 바꾼데도 용서해주는 신은 비겁하다.
말 한마디와 순간의 절박함만으로 모든 것을 바꿔주는 신은 필요가 없다.
종교는 면죄부가 아니다.
여러 나라들이 국가 이념으로 종교를 택했음에도 망한 건,
종교단체가 언젠가는 타락하는 건 면죄부가 있기 때문이다.
뭐든 말 한마디로 용서할 수 있는, 이뤄주는 전지전능한 신이 있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신을 죽여야 한다.
그냥 모든것을 바꿔버릴 수 있는 신을 죽이고 스스로의 신을 세워야 한다.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합리화해줄 신이 아닌, 결점이 있는 신을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일지도 모른다.
신이라면, 신이야말로 선택과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신은 죽었다! 라는 말이 이런 뜻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생각을 쓴 것 뿐이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온 김에 근처 항공사에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그냥, 한국행 비행기표는 현지 항공사에서 직접 예매해보고 싶었어서 기분이나 내 보기로 한 것.
새로 끊으려는 게 아니라 기분이나 내려고 한 것임.
근처 항공사를 검색한 뒤, 가까운 곳으로 향하는 길.
다시 한 번 lili와 들렀던 백화점에 들렀다.
저녁 겸 라멘 사먹었음.
힘차게 방귀뀌는 말 4마리.
그러고보니 러시아엔 세차한 차가 많이 없었다.
워낙 건조한 곳이어서 그런가 맑은 날에는 도로에 흙먼지가 자주 일어나던데, 그래서인가 봄.
막상 항공사에서는 별 것 없었다.
이미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날짜인 다른 항공권 가격을 물어본 게 전부였다.
비록 현지에서 직접 예매하지는 못했지만, 이거라도 한 게 어디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심심해서 버스에서 장염에 대해 검색했다.
피해야 할 건 다 먹고 있었음;;
그러고보니 아픈줄도 모르고 돌아다녔다.
몸 상태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도 풀려있었다.
항공사를 들렀기 때문에 돌아올 때는 평소와 다른 길이었다.
지도는 켰어도 어둑해질 무렵에 낯선 곳을 걸어다니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마지막 사진은 숙소 계단에서.
불타오르는 듯, 살아있는 색깔.
이날엔 따로 산 음식이 없어 마늘찜과 치즈, 남은 복분자 3종세트를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마늘찜을 식히려다 유리병을 깨트려 치즈랑 복분자 세트만 먹었음.
치즈도 짜더라..
이날의 일기.
펼칠 때마다 subject. 고생을 보는데 진짜 딱 들어맞네 ㅋㅋㅋㅋ.
내가 원하는 신, 그들이 원했던 신.
신기하게도 모두가 천사의 강림, 기적을 믿었지만 직접 경험한 건 극소수. 그것도 대부분은 해결이 아님.
아기의 젖을 먹이는, 신의 얘기를 듣는 표정들이 모두 아리송하다.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지, 묘하게 현실적이다.
내가 바라는 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간지? 명예? 인기? 돈? 쾌락?
이들 앞에 나타난 한명의 신, 천사들은 모두 그들의 이상향 그대로였을까?
그들이 원했던 왕의 모습은 화려함이었을까? '왕' 이야말로 백성의 '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야말로 왕이 눈물을 마시는 새였는지도 모르겠다.
시험을 받는다.. 어떤 의미로 홀가분하기까지하다.
만약 이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의 모든 고민들이 사라진다면 누가 반기지 않을까?
사람들은 신을 그리고, 기록하고, 조각한다.
모두가 신을 바라지만 정작 모두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모두가 신을 원하고 부르짖는다.
전지전능한 신을 죽여야 한다.
그냥 모든것을 바꿔버릴 수 있는 신은 죽이고 스스로의 신을 세워야 한다.
그게 신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일지도 모른다. 신이야말로 결점이 있어야 한다. 신이야말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신이야말로 선택과 책임을 설파해야 한다.
신을 만날 수 있는 자격처럼, 신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능력이 아니다.
나는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모두 서툰 것 뿐이다.
무표정한 것은, 나처럼 도움받고 도움주기 서툰 것 뿐이다.
오늘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오늘 상태가 좀 나아진 것, 유모차를 들어준 것, 성당을 간 것
모두가 한 계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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