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총대

민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회의실 안은 숨막히는 침묵에 휩싸였고, 상재는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그가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 민재의 시선은 주변 사람들을 한 번씩 훑었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래, 결국 나밖에 없구나. 민재는 심호흡을 하고,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다잡았다.

“상재가 이런 행동을 한 건 분명 잘못된 겁니다.”

회의실 전체가 마치 전기가 흐른 듯 긴장으로 감돌았다. 민재의 말은 단호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상재를 바라보지 않으려 애썼다. 아니, 애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선은 자연스레 상재에게 향하고 말았다. 상재는 그 자리에서 눈을 크게 뜨고, 마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민재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재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민재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지만, 민재의 말이 계속 이어지자, 그의 가슴에 깊이 박히는 듯한 아픔이 커졌다.

“상재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민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걸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서, 그가 우리 조직의 규칙을 어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말이 점점 더 냉혹해져 갔다. 상재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민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건, 민재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렸고,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입 밖으로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다.

“민재… 너까지…” 상재는 속으로 읊조렸다. 그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민재는 언제나 자신을 이해해주었던 사람이고,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던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모든 이들 앞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상재에게는 배신이었다.

민재는 상재의 표정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상재의 오해를 직감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가 왜 이 역할을 맡아야 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설명할 수 없었다.

“내가 아니면 상재는 더 큰 위험에 처할지도 몰라.” 민재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그가 총대를 메는 건, 상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 상재도, 상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하지만 그는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다. “상재가 지금 받는 비난은 잠깐일 뿐이야. 내가 대신 나쁜 사람이 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상재를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상재는 민재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현실만을 마주했다. 민재가 자신을 향해 비난의 칼을 들이대고 있는 이 상황이 가슴을 찢어놓고 있었다. “민재, 나를 지켜준다고 했잖아.” 그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민재의 표정은 너무나 차가웠고, 그 차가운 시선이 더 깊은 배신감을 안겨줬다.

회의가 끝나고, 상재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아무도 그를 붙잡지 않았다. 민재는 상재를 부르려다,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모든 게 끝난 뒤에라도, 상재에게 이 모든 사정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재가 바라던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상재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상처는 깊고 날카로웠다. 그는 자신이 이 조직에 속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달았고, 민재마저 자신을 버렸다는 절망이 그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며칠 후, 상재는 민재를 찾아갔다. 한동안 서로 말을 잇지 못했다. 상재의 눈빛에는 분노와 실망이 섞여 있었다. 민재는 그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왜 그랬어, 민재?” 상재가 물었다. “너만큼은, 나를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상재, 네가 더 큰 비난을 받지 않게 하려는 거였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총대를 메고, 네가 비난받는 걸 대신 감당하려고…”

“그게 나를 돕는다고 생각했어?” 상재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네가 나를 지지해주는 거지, 모두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아니었어.”

상재의 말은 민재의 마음을 쳤다. 그는 상재의 고통을 오히려 가중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게 잘못되었다. 상재를 지키기 위해 했던 행동이, 오히려 상재를 더 외롭게 만들고 말았다.

그 순간 민재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그는 친구를 지키려고 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했던 것이다. 상재는 그저 이해받고 싶어 했을 뿐인데, 민재는 그것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상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걸어갔다. 민재는 손을 뻗어 그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결국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상재가 이해해주길,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민재는 알았다. 이 모든 것이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친구를 지키고자 했던 그의 결정은, 결국 가장 큰 배신으로 남게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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