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의 푸른 불빛이 방 안을 비췄다. 손끝에서 마우스가 움직일 때마다 작은 클릭 소리가 울렸다.

롤, 발로란트, 마크, 스팀 게임들.

하루가 끝나면 늘 그 세계로 도망쳤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 밤 12시까지 눈이 아릴 때까지 플레이했다.

그게 내 하루의 전부였다.


처음엔 즐거웠다. 하지만 오늘, 다이아를 찍은 순간 이상한 공허감이 밀려왔다.

손끝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화려한 승리의 화면, 그건 결국 데이터 쪼가리였다.

내가 쌓은 건 기록이 아니라, 공허였다.




그때 깨달았다.

‘이걸 해서 나는 무엇을 얻었지?’




나는 모든 게임을 삭제했다.

손때 묻은 키보드와 마우스도 당근마켓에 올려두었다.

한참 동안 사진을 올리고, “판매 완료” 버튼을 누를 때 손이 조금 떨렸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가 시작되는 느낌도 들었다.




내신 5등급.

성적에 맞춰 지잡대에 합격했을 때는 이상한 안도감이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지.’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그건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니었다.

진짜 내가 바라던 건 ‘일유’, 일본으로의 도전이었다.

언제나 머릿속으로만 상상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겁이 났고, 게임이 그 겁을 덮어주는 핑계가 되어주었다.





이제 그 핑계를 버린다.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내가 원했던 미래를 향해,

진짜 나로 살아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