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일본 유학생활의 첫날이다.
낯선 이국의 공기에 심호흡을 하며, 나는 천천히 캠퍼스 정문을 지나쳤다.
한국에서의 지난 날들은 언제부턴가 숨이 막혔고,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일본 유학’이란 단어가 내게는 탈출구처럼 다가왔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알바로 모은 돈으로 학원을 다니고, EJU를 대비해 일본어와 수학을 밤낮없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1년 반.
나는 도쿄에 위치한 주오대학에 합격했다.
“주오대면 뭐… 한국으론 중앙대 정도?”
첫 입학식 날,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잘 간 거지.”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다.
낯선 강의실, 낯선 언어, 낯선 얼굴들.
그럼에도 어쩐지, 영화처럼 특별한 하루가 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다.
내 옆에 앉은 남학생이 가볍게 인사했다.
“どうも。”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따라했다.
“こ…こんにちは。”
드디어 일본에서의 첫 친구가 생기는 건가.
요즘 한류도 인기 있고, 한국 유학생은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내 인생도 슬슬 풀릴 타이밍 아닐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え、日本語上手ですね。”
EJU 일본어 350점, 자부심 있는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
“そこまではないです。”
짧지만 기분 좋은 교류.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면서 그와의 대화는 거기서 멈췄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나는 그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라인 교환’이라는 일본의 친구 맺기 의식을 기다렸지만,
그는 조용히 일어나 다른 무리와 함께 교실을 나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한류 잘 먹히는 거 아니었나?
첫날이니까 다들 어색해서 그런 걸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멀지 않은 자리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는 생각보다 쿵쿵 가슴을 때렸다.
일본인 학생들끼리는 금세 무리를 형성했고,
여자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낯선 얼굴 속에 섞이지 못한, 이방인의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유학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은 한국인 유학생들이었다.
중국인이나 대만인도 있을 줄 알았는데, 눈에 띄는 건 한국어가 오가는 풍경뿐이었다.
‘아, 역시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끌리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어느새 나는 안도하고 있었다.
선배들은 여러 정보를 친절히 알려줬고,
비슷한 또래의 동기들과도 금세 웃고 떠들게 되었다.
일본에 왔다는 사실도, 외국에 있다는 이질감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역시 한국인들이 정이 있어."
"나만 일본인 친구 못 사귄 게 아니었네."
그 동질감은 일종의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그 한 달 동안 내가 ‘일본인’과 한 제대로 된 대화는 단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꿈꿨던 ‘일본 대학생활’은
사실 ‘일본이라는 배경 속, 한국 유학생 커뮤니티 안에서의 생활’에 불과했다.
그 순간,
나는 묘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뭔가가
크게 어긋나 있었다.
— 제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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